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지난달 중국산 승용차·경트럭용(PCLT) 타이어에 최대 52%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국내 타이어업체도 유탄을 맞았다. 국내 타이어 3사가 유럽에 수출하는 물량 일부를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어서다.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가 중국에서 생산하는 물량에는 29.9%,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물량에는 3.4%의 관세가 매겨졌다.
EU, 금호·넥센 中생산 타이어에 29.9% '관세 폭탄'
8일 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는 지난달 27일 중국산 타이어에 부과할 잠정 관세율을 각 제조사에 통보했다. 관세율은 타이어 제조사의 중국산 제품 판매량과 반덤핑 조사 협조 여부 등을 고려해 차등 적용했다. 이번 조사는 유럽 타이어업계가 중국산 저가 제품의 내수 시장 잠식에 맞서기 위해 ‘불공정 타이어 수입 반대 연합(CAUTI)’을 결성하고 지난해 4월 EU 집행위에 관련 청원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는 다음달 중순 최종 관세율이 확정되기 전까지 29.9% 관세에 이의를 제기하고 EU 집행위에 추가 조사를 요구할 계획이다. 국내 타이어 3사의 지난해 전체 매출 중 유럽 시장이 차지한 비중이 40% 안팎임을 감안하면, 이 관세율이 확정될 경우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미쉐린과 콘티넨탈 등 유럽 타이어업체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최대주주가 중국 기업인 금호타이어를 향한 EU 집행위의 압박 수위가 더욱 거셀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넥센타이어는 체코 공장을 중심으로 유럽 현지 생산 물량을 확대해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넥센타이어는 지난해 말 체코 공장 가동률을 70%에서 올해 10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유럽 현지 공장 건설을 준비 중인 금호타이어는 폴란드 공장을 2028년까지 완공하고 해당 공장을 중심으로 제품 출하량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한국과 베트남 공장에서 유럽으로 조달하는 물량을 확대해 중국산 비중을 줄여나가는 방안도 거론된다.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의 관세를 부과받은 한국타이어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한국타이어는 헝가리에 공장 설비를 갖추고 있고 트럭·버스용 타이어(TBR) 라인 증설에 나서는 등 현지 생산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산 비중이 다른 국내 타이어업체에 비해 작은 것도 이점으로 작용했다. 타이어업계는 한국타이어의 유럽 판매 제품 중 중국산 비중이 30% 수준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50%로 추정되는 금호타이어보다 많게는 20%포인트가량 낮은 수치다.

한국타이어가 반덤핑 조사 과정에서 ‘의무 답변자’로 지정돼 일찌감치 소명 기회를 부여받은 점도 긍정 요인으로 작용했다. 앞서 EU 집행위는 기초 조사에 협조한 기업에는 29.9% 관세율을, 비협조 기업에는 52% 관세율을 부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무 답변자로 지정된 기업에는 소명 결과에 따라 차등 관세를 부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원 기자 top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