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용산아이파크몰 ‘포켓몬카드숍’ 매장. /사진=박수림 기자
서울 용산구 용산아이파크몰 ‘포켓몬카드숍’ 매장. /사진=박수림 기자
포토카드가 중고 거래 시장에서 ‘핫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이돌 그룹, 야구선수, 포켓몬스터 캐릭터 등 팬들 사이에서 포토카드 수집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가격이 치솟고 있어서다. 전문적으로 매매하는 업자가 등장하는 등 포토카드 거래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늘어나는 ‘포테크족’

8일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에 따르면 올 1~4월 포토카드, 포켓몬 카드 등 카드류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했다. 같은 기간 포토카드 거래 플랫폼 포카마켓 내 거래량도 전년 동기 대비 99.5% 늘었다. 지난해 연간 거래량은 약 500만 장인 것으로 집계됐다.

K팝 인기가 높아지고, 포켓몬이 올해 30주년을 맞이하면서 연관된 포토카드 수집 붐이 일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K팝 아이돌 포토카드는 앨범을 구매하면 무작위로 제공된다. 팬들마다 ‘최애 멤버’가 다르기 때문에 원하는 카드를 찾아 맞교환하는 거래가 많다.

발행 회사들은 미공개 포토카드를 출시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팬들의 수집욕을 자극하고 있다. 일반 포토카드는 음반을 구매하면 받을 수 있지만, 미공개 카드는 특별 판매 기간이나 행사 현장에서만 구할 수 있다. 또 팬이 좋아할 만한 콘셉트로 제작되고 희소성이 있어서 대부분 웃돈이 붙는다.
한 장에 150만원…포토카드 수익상품 됐다
카드를 확보하면 이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포테크’(포카+재테크)족도 늘고 있다. 이들은 포토카드 시장을 증시에 빗대 표현한다. 포토카드에 등장하는 연예인이 인기를 얻으면 가격이 올라가지만, 논란에 휩싸이거나 그룹을 탈퇴하면 값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모 씨(28)는 “데이식스 팬이지만 돈벌이를 위해서 다른 연예인의 미공개 포토카드도 구매한다”며 “주식처럼 시세 흐름을 보고 팔지 말지 결정한다”고 말했다.

가격이 높은 일부 포카는 ‘반포자이’ ‘한남더힐’ 같은 고급 아파트 이름이 붙어 거래된다. 포카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방탄소년단(BTS) 정국의 포토카드는 150만원, 에스파 윈터의 포토카드는 130만원에 거래됐다. 올해 들어선 배우 김우석과 아이브 장원영의 포토카드가 100만원에 매매됐다.

포토카드 매매가 돈이 된다는 소식에 업자들도 뛰어들었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여러 아이돌의 포토카드 수백 개를 올려놓고 거래하는 판매자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미공개 카드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모두 매입한다는 구매자도 부지기수다.

◇ 야구·포켓몬 카드 시장도 활기

아이돌 포토카드 시장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자 일부는 프로야구 시장으로 옮겨갔다. 프로야구는 티켓값과 포토카드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가성비를 갖춘 취미로 통한다.

직장인 조모 씨(29)는 “야구장 연회원권을 결제했고, 두산 베어스 선수들의 포토카드도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토카드 시장의 열기는 오프라인에서도 확인됐다. 지난 1일 열린 ‘포켓몬 메가페스타 2026’은 4만여 명이 갑자기 몰리며 취소됐다. 선착순 경품인 ‘잉어킹’ 카드를 수십만원에 되팔 수 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다. 이 카드는 한 사람 앞에 한 장씩 배포될 예정이었지만, 이미 중고거래 시장에서 100장을 판매한다는 업자도 등장했다. 거래 플랫폼 크림은 시세가 이상 급변했다고 판단해 해당 카드 거래를 일시 중단했다.

희소성과 무작위성을 강조한 마케팅에 청년들이 휩쓸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2030세대가 기업들의 상업 전략에 휘둘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진영기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