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오늘의집 유저(onlhouse)
사진제공. 오늘의집 유저(onlhouse)
거실을 영어로는 living room이라 부른다. 직역하면 '사는 방'인데, 다른 방의 영어 이름들과 나란히 놓고 보면 어딘가 어색하다. 다른 방들에는 모두 구체적인 동사가 있다. 침실(bedroom)에서는 자고, 부엌(kitchen)에서는 요리하며, 욕실(bathroom)에서는 씻는다. 그런데 거실은 명확한 행위가 아닌, 삶 그 자체를 담는다. 그래서 어쩌면 거실은 가장 자유로운 공간이다. 용도가 정해져 있지 않으니, 무엇이든 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우리나라 거실에서는 그 자유가 좀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소파와 TV가 마주 보는 구도 외의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는 일은 쉽지 않다. 물론 공간이 대체로 협소하고, 또 커다란 TV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만,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내 생각에 좋은 거실은 비싼 소파나 조명이 놓인 공간도 아니고, 잡지 속의 한 장면처럼 고풍스럽거나 세련된 공간도 아니다. 좋은 거실은 자꾸만 머무르고 싶어지는 거실이다. 일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옅은 미소가 쓱 지어질 만큼 자신의 취향으로 꾸며진, 그리고 주말에 굳이 외출하지 않고도 다채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런 거실을 꾸미기 위해서는 장바구니를 채우기에 앞서 내가 어떤 분위기를 좋아하는지, 그리고 어떤 행위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결국 좋은 거실을 만드는 일은 내 안에 이상으로 존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현실의 차원에서 물리적으로 구현하는 작업에 가깝다.

거실 꾸미는 법 1: 나의 스타일 찾기

사진제공. 오늘의집 유저(___hjk_haus)
사진제공. 오늘의집 유저(___hjk_haus)
패션과 리빙은 비슷한 구석이 많다. 소위 옷을 잘 입는다는 사람들은 세상에 어떤 스타일과 철학이 존재하는지, 내가 그중 무엇을 추구하는지, 이와는 별개로 나에게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 무엇인지를 잘 안다. 리빙도 크게 다르지 않다. 먼저 자신이 시각적으로 끌리는 요소를 찾아야 한다. 누군가는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화이트에, 누군가는 우드와 묵직한 블랙에 마음이 끌린다. 매거진이나 핀터레스트, 오늘의집과 같은 인테리어 플랫폼의 공간을 자주 보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좋다고 생각한 거실들 사이에 공통점이 보일 것이다. 압도적인 인풋이 먼저다.

그다음은 내가 어떤 삶을 추구하고 싶은지를 곰곰이 생각하는 일이다. 쉴 때는 늘어지게 쉬고 싶은가, 반대로 약간의 불편함을 의도해 줄곧 곧은 자세를 유지하고 싶은가. 거실은 매일 앉고 기대고 때로는 누워서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고, 어떤 자세를 자주 취하느냐가 결국 그 사람의 일상을 상당 부분 결정한다. 소파가 없는 집도 있다. 같은 소파라도 구스 내장재의 소파는 깊게 파묻혀 몸을 풀어놓게 만들고, 초고밀도 폼 내장재의 소파는 몸을 단단하게 받쳐 자세를 곧게 잡아 준다. 좌방석과 등받이의 각도, 가죽과 패브릭의 감촉은 매장에서 직접 앉아보고 만져봐야 비로소 알 수 있다. 많이 보고 느껴보아야 한다.

거실 꾸미는 법 2: 거실의 중심, 좋은 소파를 고르는 법

사진제공. 오늘의집 유저(cooohome)
사진제공. 오늘의집 유저(cooohome)
스타일과 추구하는 일상이 정해졌다면, 다음의 가장 큰 결정은 바로 소파다. 좋은 소파를 고르는 법은 지면의 한계로 여기서 모두 다루기 어렵지만, 크게 두 가지만 기억하면 큰 실패는 막을 수 있다.

첫 번째는 앞서 도출한 인테리어 스타일에 어울리는 소파 디자인을 고르는 것이다. 보통 모던한 거실에는 직선과 낮은 등받이의 소파가, 내추럴 톤의 거실에는 둥근 모서리와 패브릭 소파가, 미드센추리 거실에는 가는 다리와 절제된 곡선의 소파가 어울린다. 가격대는 그다음이다. 비싸고 품질이 좋은 소파라도 거실의 다른 요소들과 결이 맞지 않으면 어색하지만, 반대로 서로 조화롭다면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도 감각적인 거실을 만들 수 있다.

두 번째는 오래 앉아본 다음에 구매하는 것이다. 거실의 소파는 가구 쇼룸에서 10초 정도 잠깐 앉아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실제 사용 환경과 비슷하도록 최소 1시간 이상 앉았을 때의 느낌으로 평가해야 한다. 예전이라면 쉽지 않았겠지만, 요새 몇몇 플랫폼이나 브랜드는 무료 소파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를 적극 활용해 보자. 고심하고 거금을 들여 구매한 소파가 내 몸에 맞지 않아 불편하지만 이도 저도 하지 못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

거실 꾸미는 법 3: 거실에는 정답이 없다

사진제공. 오늘의집 유저(saangaa_)
사진제공. 오늘의집 유저(saangaa_)
사실 소파와 TV가 마주 보는 구도를 포기하면 많은 가능성이 열린다. 예를 들어 거실에 큰 다이닝 테이블 하나를 두면, TV를 향하던 시선이 자연스레 서로를 향하게 된다. 평일 저녁은 퇴근 후 잠시 책을 읽거나 맥주 한 잔을, 주말 낮에는 여유롭게 커피를 즐기며 노트북 작업을 할 수도 있다. 다이닝 테이블 중심 배치라고 해서 TV를 배제해야 하는 건 아니다. 측면이나 동선에 두면 보고 싶을 때 의자만 살짝 움직여 볼 수 있다. 핵심은 거실의 중심에 TV가 아닌 다른 것을 두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공간의 위계가 달라진다.

소파의 위치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거실의 인상을 크게 바꿀 수 있다. 소파가 벽에 붙어 있을 때 거실은 평면처럼 읽히지만, 위치를 창문 쪽으로 옮기는 순간 입체감이 생긴다. 여기에 형태가 다른 요소들을 더하면 공간이 더욱 풍성해진다. 직선으로 이루어진 아파트 구조에 원통형 다리의 사이드보드, 둥근 스툴, 곡선의 테이블을 들이는 식이다. 비정형 가구는 직각과 대칭 구조의 공간에 약간의 어긋남을 남기는데, 그 미묘한 불균형이 공간에 생동감을 만든다. 1950년대 미드센추리 디자이너들이 의자 다리에 곡선을 넣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나의 거실을 가만히 응시해 보자. 무언가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미 좋은 거실은 만들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