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3일 캠프 후보실에서 포부를 밝히고 있다. 	임형택 기자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3일 캠프 후보실에서 포부를 밝히고 있다. 임형택 기자
지난 3일 서울 태평로2가 선거 캠프에서 만난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화려한 거대 담론이나 거창한 랜드마크 대신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시정의 중심에 두겠다”고 했다. ‘기승전 시민’이었다. 한 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시민’이라는 단어를 32차례나 입에 올렸다. 후보실 한쪽에 걸린 파란색 대형 현수막 속 슬로건도 ‘시민이 주인인 서울’이다. 정 후보는 “시민의 일상을 외면한 채 대권가도를 위한 ‘스펙터클’만 좇는 낡은 시정을 끝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 후보는 성동구청장 시절 트레이드마크이던 문자 민원함을 예비후보 기간에 다시 열었다. 특히 교통 불편 관련 민원이 상당했다고 한다. 그는 꽉 막힌 서울의 혈맥을 뚫을 핵심 공약으로 ‘내 집 앞 5분 대중교통’과 ‘출퇴근 시간 30분대 단축’을 내걸었다. 정 후보는 “서울 시민이 첫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까지 평균 13분30초가 걸리는데 이를 5분으로 줄이겠다”며 “불필요하게 굴곡진 장거리 버스 노선을 전면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복잡한 이해관계로 그간 미뤄져 온 버스노선 개편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노선 개편으로 소외되는 지역을 위해 성동구에서 안착시킨 ‘공공 셔틀’ 모델을 서울 전역으로 확대 도입하고, 공유 오피스 확충을 통한 유연근무제로 출퇴근 수요 자체를 분산시키는 근본적인 교통망 혁신을 구상 중이다.

정 후보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지난 시정에 대해 “철학이 잘못됐기 때문에 방향도 잃었다”고 직격했다. 그는 “시민이 원하는 건 안전하고 편리한 일상인데, 한강버스나 종묘 앞 개발 등 본인 대권 프로젝트를 위한 랜드마크적 사업에만 몰두해 왔다”고 꼬집었다.

서울 시민의 최대 화두인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공급 정상화와 속도전, 주거 안정을 아우르는 해법을 제시했다. 지지부진한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총회를 하나로 묶고, 정비구역 지정과 계획 수립을 통합해 사업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공공이 사들이는 임대주택 매입비를 현행 표준건축비에서 분양가에 준하는 기본형 건축비(80% 수준)로 상향해 조합의 사업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고 했다.

오 후보 측이 이주비 대출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규제로 정비사업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 정 후보는 “전형적인 공포 마케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후보는 “이주비 대출은 시공사가 지금까지 도맡아왔는데 공공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하게 하고 민간은 조합에서 사업비 형태로 대출을 받아 진행한 뒤 구상권을 청구하도록 하면 된다”고 제시했다. 다주택자 세금 문제와 관련해서도 “투기 목적이 아닌 1가구 1주택 실거주자의 장기보유특별공제 등 정당한 권리는 당정과 협의해 무조건 보호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거점 개발 청사진도 내놓았다. 정 후보는 용산과 함께 홍릉, 양재, 구로·가산을 4대 특구로 조성하고 서울을 아시아의 경제·문화 수도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소개했다. 당선 직후 1호 정책으로는 서울시 전역 각종 공사 현장의 ‘전면적인 안전 점검’을 시행해 시민 일상부터 챙기는 실무형 시장이 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민주당에서 추진하는 ‘조작기소특검’과 관련해선 “행정하는 입장에서 정치 현안마다 깊숙이 들어가 있으면 시민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며 말을 아꼈다.

최형창/안재광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