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라이릴리와 덴마크 노보노디스크가 격전을 벌이고 있는 비만약 시장에서 불편한 진실이 드러나고 있다. 그동안 ‘얼마나’ 빼느냐에 집중하는 사이, ‘무엇을’ 빼느냐는 질문을 놓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의식은 ‘마운자로’와 ‘위고비’ 약물 투약자에게서 드러난 부작용을 계기로 커지고 있다. 지난 3월 미국정형외과학회가 연례학회에서 공개한 한 연구는 약 15만 명에 가까운 투약자 조사에서 ‘골격계 질환 위험의 증가 가능성’을 확인했다. 인과관계까지 입증한 것은 아니지만, 비만약이 ‘근육·수분·결합조직(제지방량)’을 줄인다는 기존의 연구를 뒷받침했다. 근육은 신진대사와 면역, 생존까지 좌우할 수 있는 핵심 조직이다. 체중감량의 대가로 건강을 희생한다면 혁신치료제로서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이런 위험에 주목하고 있다. 작년 1월에는 비만 치료제 임상에 ‘체성분 평가’를 포함하도록 권고했다. 지방과 근육이 각각 얼마나 줄었는지 구분하라는 내용이다. 뼈와 근육을 얼마나 잘 보전하는지가 차세대 비만 치료제의 중요한 평가 잣대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비만약의 세대교체 흐름을 감지한 제약·바이오 기업은 기존 성분에 다른 기술을 적용해 근육 감소를 막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근손실과 요요현상을 최소화하면서 체중을 감량하는 차세대 비만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셀트리온도 근손실 위험을 최소화한 4세대 비만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비만약과 별개로 근육 감소 관련 연구개발(R&D)도 최근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노화를 질병으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기 시작한 덕분이다. 근육 감소는 낙상과 골절, 사망 위험을 연쇄적으로 키운다. 이 문제를 해결하면 초고령 사회에서 인간의 삶에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다. 국내에서는 코스닥 상장사인 이엔셀이 근육 회복을 돕는 줄기세포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바이오벤처인 아벤티와 이뮤노포지도 근감소증 치료제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신약시장은 혁신 제품의 등장 후 이를 보완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시장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며 폭발적인 성장 경로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비만약 시장 경쟁도 이제 ‘감량’에서 ‘보전’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근육 살리기’는 이 블록버스터 시장의 판도를 바꿀 다음 미션이다.

편집장 이태호

**이 기사는 바이오 전문 월간 매거진 <한경 BIO Insight> 2026년 5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