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으로 임금 지급해도 될까요?
한경 CHO Insight
#근로기준법상 ‘임금의 통화 지급 원칙’
임금 명목의 가상자산 지급은 국가에 의하여 통용되는 법정화폐가 아닌 가상자산으로 근로의 대가인 임금을 지급하는 것으로서, 노동관계법령 중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의 ‘임금의 통화 지급 원칙’을 위반한 것인지가 문제된다.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은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임금의 일부를 공제하거나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근로기준법상 임금은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강제통용력이 있는 화폐, 즉 통화로 지급하여야 한다는 이른바 ‘임금의 통화 지급 원칙’이 적용된다. 임금의 통화 지급 원칙은 가격이 불명료하고 환가하기 불편하며 각종 폐해를 초래할 염려가 있는 현물 급여를 금지함으로써 근로자의 실질적인 임금 확보를 도모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임금의 통화 지급 원칙의 입법취지를 고려할 때, 일반적으로 어음이나 수표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고, 현물, 주식, 상품교환권 등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것 역시 허용되지 않는 반면, 자기앞수표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자기앞수표에 통화에 준하는 강제통용력이 인정된다고 보아 허용된다고 해석된다.
이와 같이 근로기준법상 임금의 통화 지급 원칙을 위반하였는지 여부는 임금의 지급을 위하여 제공된 재화가 지니는 경제적 가치가 명료하고 그 변동성이 적으며, 환가가 용이하여 강제통용력이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된다.
#가상자산의 통화 해당 여부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이 문제된 사안에 대한 것은 아니나, 대법원은 가상자산에 대해 형사법을 적용하면서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보호해야 하는지가 문제된 사안에서 “가상자산은 국가에 의해 통제받지 않고 블록체인 등 암호화된 분산원장에 의하여 부여된 경제적인 가치가 디지털로 표상된 정보로서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 가상자산은 보관되었던 전자지갑의 주소만을 확인할 수 있을 뿐 그 주소를 사용하는 사람의 인적 사항을 알 수 없고, 거래 내역이 분산 기록되어 있어 다른 계좌로 보낼 때 당사자 이외의 다른 사람이 참여해야 하는 등 일반적인 자산과는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 이와 같은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관련 법률에 따라 법정화폐에 준하는 규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등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취급되고 있지 않고 그 거래에 위험이 수반되므로, 형법을 적용하면서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보호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21. 12. 26. 선고 2020도9789 판결).
또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가상화폐가 전자금융거래법상 전자‘화폐’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 사안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일반적으로 재화 또는 용역을 구입하는 데 이용될 수 없고, 그 가치의 변동폭도 커서 현금 또는 예금으로의 교환이 보장될 수 없으며 주로 투기적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으므로, 전자금융거래법에서 정한 전자화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전자금융거래법상 다른 전자지급수단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12. 20. 선고 2017가합585293 판결; 항소기각으로 확정됨(서울고등법원 2020. 9. 10. 선고 2019나2004142 판결)].
현재까지 가상자산이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의 통화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직접적으로 문제된 판례 등 선례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통상적으로 가상자산은 (ⅰ) 재화 또는 용역을 구입하는 데 이용이 제한되고, (ⅱ) 그 가치의 변동폭이 상당히 커서 현금 또는 예금으로의 교환이 언제나 보장된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ⅲ) 거래 내역이 분산 기록되어 있어 다른 계좌로 보낼 때 당사자 이외의 다른 사람이 참여해야 하는 등 일반적인 자산과는 구별될 뿐 아니라 이는 현금 또는 예금으로의 자유로운 교환을 저해하는 요소로 인식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종합하면, 가상자산이 지니는 경제적 가치가 아직은 불명료한 부분이 있고 그 변동성이 매우 클 뿐 아니라, 환가가 용이하다고 보기도 어려워 임금 지급 수단으로 활용될 경우 사안에 따라서는 해당 근로자는 실질적인 임금을 확보하는 데 난항을 겪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법률적으로 가상자산은 강제통용력이 있는 화폐, 즉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의 통화로 인정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된다.
#‘임금의 통화 지급 원칙’ 위반 가능성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에서 정하고 있는 예외사유, 즉 해당 기업의 단체협약에 통화 이외의 수단으로 임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고, 같은 취지의 관련 법령도 없는 경우라면,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의 임금 통화 지급 원칙에 입각하여 강제통용력이 있는 화폐로만 근로의 대가인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따라서 강제통용력이 있는 화폐라고 보기 어려운 가상자산을 지급 수단으로 하여 소속 임직원에게 임금을 지급한다면, 이는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의 임금의 통화 지급 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가상자산으로 지급하는 급여 항목의 범위를 비정기적 특별성과급과 같이, 임금성이 인정되지 않는 수당, 즉 근로의 대가에 해당하지 않고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지 않으며 지급의무가 없는 급여 항목으로 제한·조정하는 방안은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에 저촉되지 않아 허용된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회사의 인사담당자로서는 급여의 일부를 가상자산으로 지급할 때 지급하는 급여 항목이 근로의 대가인 임금에 해당하는지를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성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