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하나에 4300만원?"…샤넬백 대신 3040 지갑 여는 곳 [고은이의 비즈니스 씬]
'4305만5000원' 최고가 거래
크림 TCG 거래액 2644% 증가
크림 TCG 거래액 2644% 증가
국내 프리미엄 트레이딩 카드(TCG) 가격과 거래량이 크게 뛰고 있다. 15일 크림에 따르면 지난 1~3월 크림 내 TCG 순거래액은 전년 동기보다 2644% 늘었다. 거래량은 1521% 폭증했다. 1년 전인 2025년 1분기에도 이미 전년대비 각각 163%, 85% 성장했는데 올해 들어서 더욱 폭발적으로 거래액이 늘고 있는 것이다. 크림 관계자는 "일본 리셀 자회사인 소다도 프리미엄 TCG 매출이 급증하면서 전체 거래액이 늘었다"고 말했다.
TCG는 트레이딩 카드 게임의 약자다. 그림과 능력이 적힌 카드를 모아서 개인의 덱(카드 묶음)을 만들고, 그 덱으로 다른 사람과 겨루는 게 핵심이다. 카드 한 장 한 장은 각각 희귀도와 성능이 달라서 가치도 다르다. 게임 문화인 동시에 수집-리셀 문화가 같이 착 붙어 있다. 보통 '유희왕' '포켓몬스터' 등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나 스포츠 선수의 경기 사진 등이 담겨있다.
이날 기준 크림 플랫폼엔 포켓몬 TCG 판매건이 5만6000여 개 올라와있다. 이중 100만원 이상의 포켓몬 카드가 337개나 된다. 1000만원이 넘는 건 43개다. 캐릭터 그림이 들어가 있는 카드 몇장이 수백만원에서 천만원 가량 하는 것이다. 5년 째 카드를 모으고 있는 한 수집가는 "올해가 포켓몬 30주년인데 이런 특별한 이벤트나 계기가 있으면 보통 가격이 더 오른다"고 했다.
지금 국내 TCG 수요를 견인하는 가장 큰 요인은 '향수'다. 2000년대 초반 포켓몬과 매직왕, 유희왕을 즐기던 세대가 3040 소비자로 성장하면서 수집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다. TCG가 더 이상 ‘동네 만화가게 문화’에 머물지 않게 된 데에는 리셀 플랫폼의 역할도 크다. 크림은 스니커즈·패션과 별도로 TCG 카테고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마니아만 아는 취미였던 TCG가 스니커즈와 비슷한 감각의 온라인 리셀 상품으로 편입된 셈이다.
캡슐토이나 가챠, 럭키박스 등 이른바 ‘뽑파민(뽑기+도파민)’ 소비가 유통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원하는 레어 카드를 얻기 위해 여러 팩을 사서 연달아 까는 일명 ‘팩깡’ 문화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그레이딩 전문 회사인 PSA가 트레이딩 카드 상태를 1~10점으로 평가하는 시스템까지 구축되면서 TCG가 일종의 투자자산화가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PSA 등급에 따라 카드 가격은 수십배까지 차이가 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자산인 NFT에 피로감을 느낀 자본이 다시 실물이 있는 TCG로 회귀하는 경향”며 "강력한 팬덤 IP와 표준화된 검수 시스템이 결합하면서 명품, 스니커즈를 잇는 대체 투자 자산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