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강변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한강변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송파구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에서 평생을 거주한 부친으로부터 아파트를 물려받은 형제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습니다. 분명 아버지가 물려준 집인데, 재건축 조합으로부터 '조합원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은 것입니다. 형제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법원 문을 두드렸고, 사건은 결국 헌법재판소까지 갔습니다. 하지만 올해 1월 내려진 헌법재판소의 결론은 단호했습니다. "증여받은 자녀는 조합원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증여가 왜 재건축 단지에서는 이토록 가혹한 결과로 돌아온 것일까요. 이번 판결은 재건축 투기를 막으려는 공익적 목적과 개인의 재산 처분의 자유가 충돌했을 때 법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는지를 보여준 사례입니다.

사건의 발단은 도시정비법 제39조 제2항에 있습니다. 조항은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사업의 경우, 조합설립인가가 난 이후부터는 집을 사거나 넘겨받아도 조합원 지위를 승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무분별한 거래로 인해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는 것을 막기 위한 일종의 '거래 절벽' 장치입니다.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세대원의 질병 치료나 해외 이주, 그리고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상속과 이혼입니다.

형제가 문제 삼은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상속은 부모님이 돌아가셔야 발생하는 일이지만, 증여는 살아생전에 미리 재산을 물려주는 행위입니다. 형제는 "어차피 나중에 상속받을 재산을 조금 일찍 증여받은 것뿐인데, 투기 목적이 전혀 없는 가족 간의 증여까지 막는 것은 과잉 금지이자 평등 원칙 위반"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2023구합86874)과 헌법재판소(2024헌바482)의 판단은 냉정했습니다.

법원은 먼저 상속과 증여의 본질적인 차이에 주목했습니다. 상속은 사망이라는 불가항력적인 사건으로 인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발생하는 '운명'과 같은 일입니다. 반면 증여는 당사자 간의 계약에 따라 시기와 방식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선택'의 영역입니다.

헌재는 만약 증여를 상속과 똑같이 예외 사유로 인정해준다면, 이를 악용해 투기 세력이 법망을 빠져나갈 거대한 우회경로가 생길 것을 우려했습니다. 헌재는 '투기 목적이 없는 선의의 증여만 골라내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현실적인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국가가 개개인의 주관적인 증여 동기를 일일이 조사하고 심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이에 드는 사회적·경제적 비용이 막대하다는 것입니다. 결국 부동산 시장의 안정이라는 공익을 지키기 위해 개인의 재산권 행사의 제한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입니다.

일각에서는 "내 집을 내 자식에게 마음대로 주지도 못하게 하느냐"며 지나친 사유재산권 침해라고 비판합니다. 그러나 헌재는 조합원이 되지 못한다고 해서 재산 자체가 몰수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조합원 지위는 잃더라도 사업시행자로부터 현금으로 그 가치를 보상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재산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는 논리입니다.

이번 판결은 재건축 단지의 소유주분들에게 매우 신중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면, 단순히 세금을 아끼기 위해 혹은 자녀의 자립을 돕기 위한 사전증여가 자칫하면 입주권 박탈이라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부모의 따뜻한 배려가 자녀에게는 현금 청산이라는 차가운 현실로 돌아올 수 있다는 뜻입니다.

부동산 정책은 시시각각 변하고, 법의 잣대는 개인의 사정보다 사회적 대의를 앞세울 때가 많습니다. 재건축 조합 설립 인가 이후의 증여는 더 이상 단순한 부의 이전이 아니라, 입주권이라는 막대한 가치를 포기하는 행위가 될 수 있음을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이 알려주고 있습니다. 재건축 단지에서의 증여는 단순한 세무 상담을 넘어, 조합원 자격에 관한 도시정비법 제39조를 아주 정교하게 해석하는 법률적 문제로 다뤄야 할 시점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조선규 법무법인 조율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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