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을 대표하는 프라임 오피스 자산인 역삼 센터필드의 새 운용사(GP) 선정 작업이 사실상 두 곳의 경쟁으로 압축됐다. 운용보수만 놓고 보면 수익성이 두드러지는 거래는 아니다. 다만 국민연금이 핵심 출자자로 참여한 상징적 자산의 운용 경력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업계 내 위상에 영향을 주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핵심 업무지구에 있는 우량 오피스 자산의 희소성이 부각되면서 이를 둘러싼 대형 운용사들의 선점 경쟁도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강남권 우량자산 쟁탈전

서울 역삼동 센터필드 전경 /이지스자산운용 제공
서울 역삼동 센터필드 전경 /이지스자산운용 제공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BRE코리아는 센터필드 자산 이관을 위한 쇼트리스트로 코람코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을 확정했다. 이 자산은 국민연금과 신세계프라퍼티가 각각 약 49.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기존 GP인 이지스자산운용의 직접 보유 지분은 0.5~0.6%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4월 중 최종 후보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센터필드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옛 르네상스호텔 부지에 들어선 강남권 대표 프라임 오피스 복합자산이다. 신세계그룹 계열사를 비롯해 크래프톤, 아마존 코리아 등 우량 임차인을 두고 있으며 2021년 준공 이후 거의 공실 없이 운영돼 왔다.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바탕으로 연간 300억원 이상 배당이 가능한 현금창출형 자산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자산가치를 2조원대 후반에서 많게는 4조원대로 평가한다.

이번 자산 이관 추진 배경에는 이지스자산운용과 주요 출자자 간 누적된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올해 10월 펀드 만기를 앞두고 센터필드 매각을 추진했지만, 국민연금과 신세계프라퍼티가 반대하면서 양측 관계가 경색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운용사의 일방적 매각 추진을 문제 삼았고, 국민연금도 내부 투자위원회 등을 거쳐 자산 이관 방향을 검토했다. 여기에 이지스자산운용 경영권 매각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투자한 일부 펀드 관련 정보가 외부에 공유됐다는 논란까지 겹치며 출자자들의 문제의식도 한층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수익성보다 ‘간판’ 주목

강남 센터필드 운용권 코람코·KB 2파전
경제성만 놓고 보면 이번 자산 이관이 마냥 매력적인 거래는 아니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센터필드는 이미 자산 가치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어 운용보수가 비교적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새 운용사가 기존 이지스자산운용의 GP 지분까지 인수해야 하는 구조여서다. 결국 최대 200억원 안팎의 자기자본 투입 여력을 갖춘 대형 운용사 중심으로 경쟁 구도가 재편됐고, 실제 후보군도 대형 운용사 위주로 압축됐다. 당장의 수익성보다 국민연금 레퍼런스가 지닌 상징성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센터필드를 맡게 될 운용사는 국민연금과 신세계라는 핵심 기관투자가와의 파트너십 이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수조원대 자산을 편입해 운용자산(AUM) 규모를 단숨에 늘릴 수 있다. 향후 국민연금의 대형 부동산 프로젝트나 해외 운용사와의 국내 협업 과정에서도 센터필드 운용 이력이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서울 핵심 오피스 자산의 희소성이 높아진 점도 이번 경쟁을 더욱 달구는 요인으로 꼽힌다. 우량 임차인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강남·여의도·도심권 프라임 오피스는 불확실한 시장에서도 현금흐름이 견조하고 자산가치 방어력도 높기 때문이다. 운용사들로선 단순히 좋은 빌딩 한 채를 맡는 데 그치지 않고, 서울 오피스 시장 최상단의 희소 자산을 발판으로 기관영업과 후속 딜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기회를 얻는 셈이다.

서울 프라임 오피스 시장은 실제 낮은 공실률과 임대료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세빌스코리아에 따르면 2025년 4분기 서울 프라임 오피스 평균 공실률은 3.7%, 강남권은 1.7%에 그쳤고 평균 임대료는 전년 동기 대비 5.1% 올랐다. 상업용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공급이 일부 늘더라도 글로벌 빅테크와 금융회사, 대기업 본사 수요가 핵심 권역에 계속 몰리고 있다”며 “서울의 우량 오피스는 앞으로도 국내외 자본이 앞다퉈 선점하려는 최상급 희소 자산 지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