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이 설계한 빈틈없는 통제…연극 '빅마더' 개막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4월 25일까지
이준우 서울시극단장 취임 후 첫 연출작
60개 씬의 쾌속 질주
투명한 유리 무대 위 펼쳐지는 진실공방
이준우 서울시극단장 취임 후 첫 연출작
60개 씬의 쾌속 질주
투명한 유리 무대 위 펼쳐지는 진실공방
이 작품은 프랑스 극작가 멜로디 무레의 '빅 마더'를 각색했다. 정치, 미디어, 빅데이터가 결탁한 현대 사회의 구조를 스릴러 형식으로 풀어낸 점이 특징. 거대 권력의 음모를 폭로하려는 뉴욕 탐사지 기자 오웬 그린(유성주·조한철), 케이트 블랙웰(최나라), 알렉스 쿡(이강욱·김세환), 줄리아 로빈슨(신윤지) 4명의 사투를 중심으로 극이 진행된다. 대중이 믿고 싶어하는 것이 진실, 조작된 사실이 진실이라는 환경 속에서 기자들은 전통적 저널리즘의 한계를 처절히 경험한다. 이처럼 '빅 마더'는 투명성을 가장한 통제, 개인 정보 수집, 여론 조작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진실이 작동하는 방식을 다뤘다.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단연 60개에 육박하는 짧고 강렬한 씬(Scene)들의 연결이다. 이준우 연출은 프레스콜을 마친 뒤 "미디어 환경과 데이터 시대의 알고리즘을 다루는 희곡의 매력을 살리기 위해 속도감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무대는 마치 거대한 방송 스튜디오를 연상케 한다. 전면이 투명한 유리와 스크린으로 구성된 무대에서 배우들은 쉴새 없이 움직이며 영화같은 장면을 만들어 낸다. 90년대 미국에서 제작된 수사물같은 스크린 영상은 보는 재미를 더한다.
○'빅브라더'의 강압보다 무서운 '빅마더'의 유혹
과거 조지 오웰이 소설에서 그린 '빅브라더'가 공포를 통한 통제였다면 이 작품 속 '빅 마더'는 따뜻한 알고리즘의 얼굴을 하고 있다. 이준우 연출은 "우리가 보고 생각하고 소망하는 것조차 알고리즘이 이끄는 세상이 된건 아닌가 하는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다"고 했다. 진실을 좇아 취재하는 기자들을 무력화하는 건, 감정에 호소하는 인물들이다. 저널리즘의 본질은 희석되고 각자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 편향의 사회를 꼬집는 듯 보인다. "상품 추천을 넘어 정치적 성향까지 조종당할 수 있다는 현실이 작품에 참여하면서 더욱 와닿았다"는 배우 조한철(오웬 그린 역)의 고백은 작품의 메시지가 픽션이 아니라는 걸 방증한다.
○배우들의 사투와 실험적인 무대 미학
60개의 장면을 소화해야 하는 배우들에게 이번 무대는 거대한 도전이었다. 사방이 유리로 된 무대는 배우들이 어떤 순간에도 숨거나 기댈 곳이 없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 배우 최나라는 "오늘 아침까지도 연기자들끼리 사투를 벌였다"며 치열했던 연습 과정을 전했다. 한편 이번 공연은 더블 캐스팅의 조합에 따라 네 가지의 각기 다른 색깔을 보여주는 만큼, 다회차 관람의 묘미도 갖췄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