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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發 에너지 위기에도…전기료 사실상 동결
'러우 사태' 악몽 재연되나
한국전력은 23일 “2분기에 적용할 연료비 조정단가를 ㎾h당 5원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 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조정요금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단기적 에너지 가격 변동을 반영하는 연료비조정요금의 기준이 바로 연료비 조정단가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최근 3개월간 유연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 변동 상황을 종합해 ㎾h당 ±5원 범위에서 결정한다.
문제는 시차다. 한전은 최근 3개월간의 연료비 하락분을 반영할 경우 2분기 요금을 ㎾h당 11.2원 낮춰야 한다고 산정했다. 하지만 중동 전쟁 여파로 당장 2분기부터 연료비가 다시 급등하고 있어, 직전 분기 실적을 반영하는 현행 연동제로는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 결국 정부는 118조원에 달하는 한전 부채와 향후 연료비 상승 가능성을 고려해 조정단가를 상한선인 5원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중동 전쟁으로 한전이 러·우 사태 당시와 비슷한 ‘역마진’을 또다시 감내해야 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2022년 전쟁 당시 전력도매가격(SMP)은 ㎾h당 196.7원까지 치솟았지만 평균 판매단가는 120.5원에 그쳤다. 그해 한전 적자는 33조9000억원에 달했다. 2021년 68조5000억원이던 부채는 2023년 120조2000억원으로 급증했다.
한전은 이후 평균 전기요금 인상에 힘입어 2024년 흑자 전환(3조2000억원 이익)에 성공했지만 재무 구조는 여전히 취약하다. 3년간 산업용 요금만 80%가량 올리고 주택용 요금은 제한적으로 조정하는 등 요금 구조 왜곡이 심화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산업용 요금의 가파른 인상으로 대기업이 전력직접구매로 이탈한 점도 수익성 개선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21년 도입된 ‘연료비 연동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분기별 조정 폭이 ±5원으로 제한된 탓에 원가 변동을 제때 반영하지 못하고 그 부담을 한전이 오롯이 짊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전은 글로벌 연료비 급등기였던 2022년 3분기 이후 지금까지 줄곧 상한선인 +5원을 적용해오고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장기화하자 국제 석유·가스 가격은 다시 폭등세다. 동북아시아 시장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은 전쟁 발발 직전인 지난달 27일 1MMBtu당 10.7달러에서 이달 20일 22.73달러로 수직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연료비 급등 영향이 가시화되는 3분기가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력 수요가 가장 많은 7~8월 한여름에 ‘전기료 폭탄’이나 한전의 대규모 적자로 돌아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5원의 제한폭이 너무 좁을 뿐 아니라 분기 단위 조정에 따른 시차로 인해 가격 신호가 왜곡되고 있다”며 “정부가 물가 관리를 위해 공공요금을 통제하는 상황에서는 제도를 어떻게 설계해도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