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다시는 없을 순간'…BTS '아리랑' 택한 이유 있었다
새 앨범 <아리랑> 제작에 담긴 비하인드
방시혁 하이브 의장, 앨범 콘셉트로 '아리랑' 추천
'국뽕' 우려했지만 "상징적인 순간 될 것"에 동의
타향살이 버티게 한 ‘아리랑’, BTS 정체성과도 맞닿아
방시혁 하이브 의장, 앨범 콘셉트로 '아리랑' 추천
'국뽕' 우려했지만 "상징적인 순간 될 것"에 동의
타향살이 버티게 한 ‘아리랑’, BTS 정체성과도 맞닿아
방시혁 “아리랑 콘셉트” 제안에 멤버들 ‘당황’
이번 앨범은 BTS 멤버들이 전역 후 낸 첫 앨범. 이 정규 5집의 테마를 뭘로 할지는 멤버들뿐 아니라 소속사인 하이브도 큰 고민거리였다. 음원 및 공연업계에 따르면 ‘아리랑’이란 콘셉트를 처음 제안했던 건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이다.그는 2013년 BTS가 데뷔했을 때부터 멤버들과 진솔하게 음악적 견해와 시대적인 고민을 나누면서 이 그룹을 프로듀싱했다. 방 의장은 아리랑을 두고 “슈퍼스타로서의 자신과 타향에서 활동하는 한국인으로서의 자아를 모두 담을 수 있는” 콘셉트로 여겼다는 후문이다.
방 의장의 콘셉트 제안에 BTS 멤버들의 첫 반응은 ‘당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잘못하면 아리랑의 도입이 ‘국뽕’으로 보이거나 어색하게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멤버들 사이에 있었다고.
방 의장은 아리랑이 현재 시점에서 방탄소년단의 정체성과 왜 부합하는지를 계속 설명했다. 여기에 멤버들이 흔쾌히 동의하면서 앨범 콘셉트의 얼개가 짜였다. 멤버인 정국도 아리랑 콘셉트에 맞춰 앨범 표지에 쓰인 로고를 작업하기로 했다.
BTS는 새 앨범 첫 곡인 ‘바디 투 바디(Body to Body)’의 후반부 브릿지에 민요 아리랑을 고스란히 삽입해 앨범 콘셉트를 명확하게 드러냈다.
아리랑에 담긴 한국적 정서, 새 시대에 맞게 풀었다
바디 투 바디에 아리랑을 어떻게 담을지를 놓고선 이견이 있었다. 방 의장은 멤버들에게 “여러분이 외국 어느나라 사람인데, 자기 나라 출신의 슈퍼스타가 자기 나라의 민요를 세계인들 앞에서 불렀을 때 소름 돋는 감동을 느끼지 않겠느냐”라며 민요의 멜로디 삽입을 제안했다.“세계 모든 나라에서 피부·머리·눈의 색이 다른 여러 사람들이 모여 한 목소리로 ‘아리랑’을 부르는 장면은 인생에서 경험하지 못할 아이코닉한(상징적인) 순간이 될 것”이란 방 의장의 설득이 통했다.
그러나 아리랑 콘셉트는 앨범 곳곳에 녹아있다. BTS는 후반부 수록곡인 ‘데이 돈 노우 바웃 어스(they don't know 'bout us)’에서 스스로를 “촌놈”으로 정의하며 한국에서 해외로 활동 무대를 넓혀야 했던 상황을 드러냈다.
20일 팬 커뮤니티 플랫폼인 위버스를 통해선 “멤버 7명을 묶을 수 있는 것이 ‘전원 우리가 한국에서 온 아직도 촌놈’이란 것”이라고 했다. 14년째를 맞이한 BTS 활동에서 멤버들 모두를 정의할 수 있는 정체성으로 디아스포라적인 정서를 꼽은 것이다.
타이틀 곡 ‘스윔(SWIM)’에선 밀려오는 흐름을 거스르기보다 자신만의 속도로 담담히 넘어가겠다는 의지를 ‘삶에 대한 사랑’으로 풀어냈다. 아리랑의 한과 체념적 정서를 2026년에 맞게 변용했다.
771년 만들어진 에밀레종, BTS 새 앨범의 척도로
새 앨범 <아리랑>은 스포츠 경기처럼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뉜다. 전반부 5곡엔 세계적인 팝스타가 되기까지 BTS가 지나온 발자취가 담겼다. 반면 후반부 8곡은 멤버들이 한 명의 사람으로서 느끼는 고뇌, 의지, 사랑 등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다.이 둘을 나누는 기준이 여섯 번째 수록곡인 ‘NO. 29’다. 우리나라 국보 제29호로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의 타종 소리로만 1분39초를 채운 곡이다. 이 소리의 가청 주파수 부분은 곡 초반부의 30초가량. 그 이후엔 사람의 귀로는 들리지 않는 영역이라 듣는 이는 잠시 명상하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다.
771년 제작된 종의 울림을 넣게 된 데엔 방 의장과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의 만남이 결정적이었다. 지난해 10월 ‘뭇즈’로 불리는 박물관 굿즈를 놓고 협업하고자 성사된 자리에서 유 관장은 성덕대왕신종의 종소리를 방 의장에게 들려줬다.
“이 종소리를 내기 위한 기술이 지금도 구현하기 어렵다”는 유 관장의 설명에 방 의장은 이 소리를 작품에 쓰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여기에 멤버들이 동의하면서 에밀레종은 앨범의 1부와 2부를 나누는 역할을 하게 됐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