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쟁 영원히"…다시 힘찾은 달러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중동 분쟁이 주요 관심사이지만, 앞으로 며칠 동안은 각종 고용 데이터 발표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금요일 2월 비농업 고용 발표가 핵심입니다.
1. 이란 분쟁 장기화?
3일(미 동부시간) 아침 9시 30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1.5~1.8% 폭락세로 출발했습니다. 하락 폭은 금세 2% 이상으로 커졌고요. S&P500 지수에 속한 485개 종목이 한때 내림세를 보일 정도로 하락 폭이 광범위했습니다. 이는 이란이 중동 전역으로 공격을 확대하면서 아시아, 유럽 시장부터 급락세가 나타난 데 따른 것이었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라스 타누라 정유 시설이 드론 공격으로 가동을 중단했습니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해협 폐쇄를 발표하고 해협을 통과하려는 모든 선박에 불을 지르겠다고 위협한 뒤 통행은 사실상 끊어졌습니다. 블룸버그는 월요일 해협을 통과한 유조선이 없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세계 LNG 생산량의 20%를 차지하는 카타르는 자국 시설 두 곳에 대한 공격 이후 생산을 중단했습니다.
어제는 뉴욕 증시가 잘 버텼습니다. 역사는 낙관론자들의 편이었죠. 제프리스의 분석가들에 따르면, 주요 분쟁 초기에 주식을 매수하는 전략은 1년 동안 70% 이상의 확률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RBC캐피털마켓츠의 헬리마 크로프트 원자재 전략가는 그게 오판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많은 시장 참여자가 편향된 시각을 가진 것 같다. 지난해 12일간의 전쟁처럼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란의 반응이 이번에는 다르다. 이란이 사우디 등 인접 국가의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는 것은 '이스라엘과 미국의 행동에 대한 비용을 국제화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란의 전략은 이들 국가를 통해 미국이 물러서야 만들겠다는 것 같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즉 인접국들을 궁지로 몰고 유가를 올려서 트럼프 대통령이 후퇴하도록 만드는 전략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란 전략의 강점은 저비용이라는 겁니다. 중동 각국은 패트리어트 미사일 등 미국산 첨단 방공 시스템을 배치해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막아내고 있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재의 소모 속도를 보면 미사일이 곧 고갈될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UAE의 경우 월요일 밤까지 이란의 탄도미사일 174발, 순항미사일 8발, 드론 689대의 공격을 받았는데요. UAE의 패트리어트 미사일 재고는 1000발 미만으로 추정됩니다. 게다가 미국도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부족합니다. 지난 4년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느라 소모한 탓입니다. 게다가 비용도 문제인데요. 패트리어트 미사일은 제조하는데 한발 당 수백만 달러가 들어가지만, 이란의 샤헤드 드론은 몇만 달러에 그칩니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에 따르면 이란은 매달 100발 이상의 탄도미사일과 수천 대의 드론을 생산해 왔습니다.
다만 전쟁 장기화는 월가의 기본 시나리오가 아닙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유권자들에게 인기가 없는 전쟁을 길게 끌고 갈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판뮤어리베룸의 요아힘 클레멘트 전략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빠져나갈 길을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 '트럼프 풋옵션'은 이번 조정의 기간과 폭을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클레멘트는 이번 사태로 증시가 5~15% 사이로 하락할 수 있다며 "이는 통계적으로 매년 한두 번 정도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도이치뱅크는 "우리는 최근 수십 년 동안 유가 충격으로 인해 발생한 S&P500 지수의 15% 이상 하락은 역사적으로 다음 조건 중 적어도 하나가 있어야 했다. 이러한 역사적 조건 중 어느 것도 아직 충족되지 않았다. 앞으로 며칠 동안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 조건 중 하나라도 충족되는지 여부"라고 밝혔습니다. 도이치가 제시한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유가 급등: 50~100% 이상 급등해 수개월간 지속된다
② 더 광범위한 거시적 피해: 충격이 발생해 이미 둔화하는 경제를 불황으로 몰아넣을 만큼 심각해진다
③ 이러한 충격에 따른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각국 중앙은행은 급격히 매파적 정책 전환을 단행하게 된다
씨티그룹은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여 석유 수출이 차질을 빚거나, 에너지 기반 시설이 타격을 입는다는 시나리오에서는 원유 가격이 배럴당 12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반대로 협상이 신속하게 재개되는 시나리오에서는 유가가 60달러대, 심지어 50달러 중반대까지 하락하리라 예측했습니다. 씨티는 두 시나리오 모두에 20%의 확률을 부여하며, 앞으로의 시장 전망이 양극단으로 나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2. 유가 대책…"보험 제공+필요하면 호위"
투자 심리가 개선되기 시작한 것은 유가 상승세를 멈추기 위한 대책이 나올 것이란 관측 덕분이었습니다.
유가는 상승 폭을 줄였습니다. 브렌트유는 4.7% 상승한 배럴당 81.40달러에 거래를 마감했고요.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4.67% 오른 배럴당 74.56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유가가 안정세를 되찾으면서 주가는 하락 폭을 줄였습니다.
아카데미증권의 피터 치르 전략가는 "이 발표는 ① (중단된) LNG 등 에너지 생산보다는 해협 운송과 관련이 깊다 ② 아직 군사적 보호를 제공하기에는 시기상조일 수 있다. 이란의 지상 공격 능력을 먼저 대부분 제거해야 한다. ③ 이는 사모대출/AI 등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다른 문제에는 도움이 되지 않다"라면서 "이 뉴스에 의한 긍정적 효과는 점차 희미해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3. 카시카리 "한 번 내리려 했는데…" 금리 상승세 지속
유가 급등과 함께 금리도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뉴욕 채권 시장에서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아침 한때 연 4.117%까지 뛰었습니다. 어제 10bp 가까이 오른데 이어 추가로 7bp가량 상승한 것인데요. 이틀간 상승세로 보면 지난 4월 이후 가장 큰 폭입니다.
이는 유가가 높아지면 인플레이션을 밀어 올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TS롬바드는 "투자자들이 유가 급등의 자연스러운 결과인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을 예상보다 더 크게 인식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소시에테제네럴은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상승한 채로 유지되면 세계 인플레이션이 최대 1%포인트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러한 우려로 인해 미국뿐 아니라 일본, 호주, 유럽 등에서도 국채 금리가 모두 올랐습니다.
미니애폴리스 연방은행의 닐 카시카리 총재는 매파적 발언을 내놓았는데요. 올해 하반기 한 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했지만, 최근 지정학적 사건을 고려할 때 그러한 입장이 적절한지 판단하기 위해 추가 데이터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중동 분쟁이 인플레이션에 미칠 영향을 알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설명했습니다. 캔자스시티 연방은행의 제프리 슈미트 총재는 "인플레이션에 여유를 부릴 여지가 없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로 인해 유가가 상승 폭을 줄이자 금리 상승 폭도 축소됐습니다. 오후 3시30분께 10년물 수익률은 0.5bp 오른 4.057%, 2년물은 1.3bp 상승한 3.50%에 거래됐습니다.
4. 사모대출 위기 지속, MS "시스템적 위기 아냐"
시장을 압박하는 요인은 몇 가지 더 있었습니다.
사모대출에 대한 건정성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투자자들이 사모대출 펀드에서 대규모 자금을 빼가고 있는 것인데요.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블랙스톤은 최근 대표적인 사모대출 펀드인 BCRED에서 지난 한 분기 동안 전체 규모의 7.9%에 달하는 38억 달러 환매 요구를 받았습니다. 이는 통상 한 분기 5% 한도를 뛰어넘는 것인데요. 블랙스톤에 분기별 환매 한도를 5%에서 7%로 늘리고, 임직원 펀드가 추가로 지분 매수에 나서 환매 요청에 응했습니다. BCRED는 개인 투자자 대상으로 판매한 펀드로 자산 규모는 약 800억 달러에 달합니다.
모건스탠리는 "레버리지론, 담보부채권(CLO), 사업개발회사(BDC)와 같이 불투명한 시장 영역에서는 소프트웨어 기업에 대한 비중이 매우 높다. BDC 포트폴리오의 약 25%가 소프트웨어 부문에 투자되어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 기업은 2020~2021년 LBO(레버리지 바이아웃) 열풍 속에 대출 시장을 통헤 크게 성장했기 때문에 전체 시장에 비해 신용 건전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이것이 상당한 위험이라고 생각하지만, 시스템적 위험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BDC의 레버리지 규모는 2배 정도로 낮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 금융 시스템에 있었던 레버리지와 비교하면, 훨씬 낮다. 또 은행 시스템과 연계도 크지 않다. 은행들이 BDC 등에 후순위 대출을 제공했지만, 매우 높은 후순위여서 위험도가 상당히 낮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소프트웨어 업계 주가도 초반 급락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후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주가가 반등했는데요. '빅숏'으로 유명한 투자자 마이클 버리가 어도비(+3.88%)를 매수하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 덕분이었습니다. 어도비는 AI가 도입되면 가장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 주식으로 꼽히면서 최고가에 비해선 40%, 올해 들어 20% 넘게 내렸는데요. 버리가 소프트웨어 주식이 저평가됐다고 생각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번졌습니다.
<4분기>
매출 13억1000만 달러 (예상 12억9000만 달러)
EPS 1.12달러 (예상 1.10달러)
<1분기 가이던스>
매출 13억6000만 달러 (예상 13억6000만 달러)
EPS 1.11달러 (예상 1.06달러)
한국 증시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10% 넘게 폭락한 영향으로 마이크론(-7.99%) 샌디스크(-8.67%) 웨스턴디지털(-7.21%) 등 동종 업계 주가가 급락세를 보였습니다. 미즈호는 "메모리 관련 주식의 약세는 엔비디아가 3월 16일 GTC에서 새로운 추론용 AI 칩을 출시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는 해당 칩에 저비용 메모리, 특히 HBM 대신 S램 등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라고 밝혔습니다.
5. 11개 업종 모두 하락
결국 주가는 하락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S&P500 지수는 0.94%, 나스닥은 1.02% 내렸고요. 다우는 0.83%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는 장 초반 하락 폭을 절반 이상 회복한 것입니다. 다우는 403포인트 하락했는데요. 한때 1200포인트 넘게 떨어지기도 했죠.
업종별로는 11개 전 업종이 내림세를 기록했습니다. 소재가 2.69% 폭락했고요. 산업 1.96%, 헬스케어 1.14%, IT 1.05% 등 네 개 업종은 1% 이상 떨어졌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