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담합"…'밀가루값 재결정' 칼빼든 공정위
제분 7개사 담합 심사보고서
20년만에 '재결정 명령' 발동되나
'역대 최대' 과징금 나올 듯
20년만에 '재결정 명령' 발동되나
'역대 최대' 과징금 나올 듯
가격 재결정 명령은 공정거래법상 담합 사건에서 내릴 수 있는 가장 강한 시정조치다. 공정위가 직접 가격을 지정하지는 않지만, 가격 인하를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이 제도는 2006년 밀가루 담합 사건 이후 사실상 가동되지 않았다. 공정위 내부 기준상 ‘행위중지 명령’만으로는 경쟁 회복이 어렵다는 점이 인정돼야 하고, 무엇보다 최종 심의 시점까지 위반 행위가 지속되고 있어야 하는 등 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조사 과정에서 업체가 선제적으로 가격을 인하하면 요건 충족이 어려워진다. 이달 초 설탕 담합 사건에서도 조사 중 가격 인하가 참작돼 가격 재결정 명령은 내려지지 않았다.
이번 사건에서도 일부 제분업체가 올해 초 4~6% 가격 인하를 발표했지만, 공정위는 이를 참작하기에는 반복 위반의 중대성이 크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분사들은 2006년 원맥 가격 상승을 명분으로 출고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조율한 행위가 적발돼 가격 재결정 명령을 받았다. 담합이 5년간 지속됐고 인상 가격이 시장에 고착됐다는 판단에서다. 과징금은 당시 법정 상한인 관련 매출의 10%(434억원)로 책정됐다.
이번 사건에 포함된 7곳은 2006년 당시 제재를 받은 업체들이다. 2007년 제재가 최종 확정된 지 약 12년 만인 2019년부터 작년까지 다시 담합에 가담했다.
정부는 최근 반복되는 담합과 관련해 엄정 대응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19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반시장적 담합 행위는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고 시장 신뢰를 훼손하는 국민경제의 암적 존재”라며 “반복할 경우 시장에서 영구적으로 퇴출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병기 공정위원장 역시 이달 초 국무회의에서 “물가를 원상회복하기 위해 공정위가 가격 재결정 명령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운영지침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민생 밀접 품목이라는 점도 재가동 배경에 반영됐다는 평가다. 밀가루는 제빵·면·식품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기업 간 거래(B2B) 시장이지만, 가격 변동이 소비자 가격에 빠르게 전가되는 특징이 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밀가루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해 9월 121.43으로 2019년 9월 대비 21.4% 상승했고, 같은 기간 밀가루 소비자물가지수는 35.9% 올랐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