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전단이 최근 이란 인근 해역을 항해하고 있다. 미국은 제럴드 포드 항모전단도 급파하는 등 중동지역에 군사력을 집결시키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전단이 최근 이란 인근 해역을 항해하고 있다. 미국은 제럴드 포드 항모전단도 급파하는 등 중동지역에 군사력을 집결시키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최장 보름간 시한을 제시하며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냈다. 조만간 이란을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확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동 지역에 전운이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는 급등세를 이어갔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주도하는 평화위원회 첫 회의 연설에서 이란과의 핵 협상에 대해 “지난 수년간 이란과 의미 있는 합의를 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입증됐지만 우리는 의미 있는 합의를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나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란은 핵무기를 보유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열흘 내 결과를 알게 될 것”이라며 “10일이나 15일이 거의 최대한도”라고 했다. 핵 프로그램 폐기를 포기하지 않는 이란에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낸 것이다.
트럼프 "보름 안에 핵 포기하라"…이란에 최후통첩
일각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시한이 연막작전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백악관은 지난해 6월 19일 이란을 향해 2주 시한을 두고 공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그로부터 이틀 뒤 이란 공격을 명령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이란 군사·정부 시설 타격을 목표로 제한적인 공격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의 핵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코피 작전’(bloody nose strike)으로 불리는 제한적 공격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집권 1기 시절 북한 핵 프로그램 폐기를 위해 검토된 소규모 선제공격과 비슷한 방식이다.

제한적 공습 뒤에도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대규모 공격으로 작전이 확대될 수 있다. 이 경우 미국은 광범위한 전면전을 통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정권 전복에 나설 수 있다고 WSJ는 짚었다. 소식통은 WSJ에 “이 작전은 이란의 일부 군사 및 정부 시설을 겨냥할 것이며, 대통령이 승인하면 며칠 내 작전 수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중동에 막강한 화력을 집결시키고 있다. 항로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지난 사흘간 공중급유기 39대가 교전 가능 지역으로 재배치됐다.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 1척과 구축함 8척, 연안전투함 3척 등 함정 12척이 중동에 배치된 상태다. 여기에 최신 항모 제럴드포드함과 구축함 3척도 이 지역으로 이동 중이다.

지정학적 불안이 확산하며 유가는 상승했다. ICE선물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전장 대비 1.9% 상승한 배럴당 71.66달러에 마감했다.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도 1.9% 올라 배럴당 66.43달러를 기록했다. 종가 기준 지난해 8월 이후 최고치다. WTI는 올해 들어 16% 뛰었다.

시장은 양국 간 군사 충돌이 발생하면 이란이 중동 원유 수출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세계 원유 생산량의 약 3분의 1이 이 해협을 지난다. 헬리마 크로프트 RBC캐피털 애널리스트는 “핵심 쟁점을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은 또 다른 군사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며 “미국의 대규모 군사력 증강과 호르무즈 해협 내 이란의 군사 훈련은 두 번째 군사 충돌을 위한 준비 태세가 시작됐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