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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디락스'고용·물가…월가 “구글 오르고, 테슬라 부진"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AI 공포도 약간 수그러들었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고요. 언제든 어디서든 불쑥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래서인지 뉴욕 증시는 시간이 흐르자 힘을 잃더니 결국 혼조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월요일(프레지던트데이)까지 사흘 연휴가 이어지는데요. 그 전에 노출을 좀 줄이려는 심리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1. 안정된 물가…금리 내릴 일만 남았다?
아침 8시 30분 1월 소비자물가(CPI)가 발표됐는데요. 전반적으로 예상에 부합했고, 긍정적인 점이 많았습니다.
세부 구성요소를 보면 에너지 물가가 한 달 만에 1.5% 떨어진 게 전체 물가를 안정시켰습니다. 중고차는 1.8% 하락하고, 신차 가격은 0.1% 상승에 그치는 등 자동차도 안정 요인이었습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거비도 0.2% 상승에 그쳤습니다. 12월(0.3%)보다 둔화한 것입니다.
데이터가 나온 직후 국채 수익률은 하락했고 주가지수 선물은 소폭 상승했으며, 투자자들은 Fed가 올해 세 차례 금리를 인하하리라는 베팅 확률을 50%까지 높였습니다. 연말까지 총 63bp의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데, 이는 발표 전 약 57bp에서 높아진 것입니다.
핌코의 티파니 와일딩 이코노미스트는 두 가지를 고무적이라고 꼽았습니다. 첫째, "팬데믹 이후 지속해서 올랐던던 주거비가 실제로 둔화하고 있다"라는 것이고요. 둘째, "관세 영향은 상당 부분 사라졌다"라는 겁니다. 그는 "관세 영향이 줄어들면 Fed는 금리 인하에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올해 두 차례 더 금리를 인하하리라 예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애버코어ISI의 크리슈나 구하 부회장은 "1월 CPI가 연초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와 달리 비교적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관세 효과도 예상보다 적었다. 좋은 고용보고서를 감안하면 단기에 Fed 금리 인하를 기대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6월(케빈 워시 첫 회의), 늦어도 7월에는 인플레이션이 확연히 둔화할 가능성을 높여준다. 우리는 6월 인하 확률이 50%를 약간 넘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올해 전체적으로 두 차례 이상 인하할 것이란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웰스파고는 "고용과 물가는 모두 개선을 보여주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매파들은 고용이 회복세를 보인다고 주장할 수 있고, 비둘기파들은 인플레이션이 목표에 더 가까워진 것을 근거로 추가 인하를 지지할 수 있다. 고용 추세는 안정적이어서 금리 동결을 뒷받침하고 있지만 동시에 CPI는 예상보다 더 크게 둔화해 연말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조심스러운 의견도 있습니다. CPI가 전년 대비 2.4%, 2.5%로 낮아진 것은 긍정적이지만, 이는 기저 효과 때문일 수 있다는 겁니다. 작년 1월 높은 수치로 인해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보이는 현상이라는 것이죠. 찰스슈왑의 콜린 마틴 채권 전략가는 "이번 CPI 수치는 긍정적이지만, 물가가 실제 2%를 향하고 있다는 확신을 얻으려면 이런 데이터가 몇 달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폴 애쉬워스 이코노미스트는 1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표했습니다. PCE 물가에 포함되는 요인은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겁니다. 애쉬워스는 "통상 PCE 물가는 CPI보다 평균 0.3%포인트 낮게 나오지만 1월 근원 PCE 물가가 12월 2.7%에서 3.0%로 반등한 것으로 추산된다"라고 밝혔습니다. 실제 최근 PCE 상승률은 CPI보다 높게 나오는 추세입니다. 골드만삭스도 1월 근원 PCE 물가가 전월 대비 0.40% 올랐을 것으로 봅니다. 다만 12월 PCE 물가도 나오지 않았고, 1월 생산자물가(CPI)도 나오기 전이어서 추정은 바뀔 수 있습니다.
실제 시카고 연방은행의 오스틴 굴스비 총재는 "CPI 데이터에는 고무적인 부분과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관세 영향은 정점을 지났기를 바란다. 하지만 서비스 물가는 여전히 상당히 높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노동 시장은 안정을 유지했으며, 작은 냉각만 있었다. 금리는 여전히 낮아질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에 대한 진전이 있어야 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2. AI 공포의 여진 지속
아침 9시 30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 안팎의 보합세로 출발했습니다. 고용, 물가에서 잇따라 좋은 데이터가 나오고 장기 금리도 이번 주 10년물 기준으로 17bp 이상 떨어지는 등 위험자산에 긍정적인 환경 속에 주가는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오후 1시 30분께에는 주요 지수는 모두 0.5% 이상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매수세는 거기까지였습니다. 이후 후퇴하기 시작했습니다. 사흘간 연휴를 앞두고 일부 매도 물량이 나왔습니다. 기본적으로는 AI 공포가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주 AI 공포는 그야말로 시장 곳곳으로 들불처럼 번졌습니다. 소프트웨어 투매 사태에 이어 지난 월요일에는 보험 중개업, 화요일 자산관리업(금융), 수요일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업, 목요일에는 물류업에 타격을 입혔지요.
바이탈날리지는 "AI가 증시에 순 긍정적 요인이라기보다 점점 더 역풍으로 작용하고 있다"라면서 세 가지 영향을 지적했습니다.
① 빅테크의 막대한 설비투자에 대한 걱정입니다. 자본집약도가 높아지고 잉여현금흐름이 감소하면서 마진 압박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 자사주 매입 등 주주에 대한 환원 여력이 줄어들게 됩니다.
② AI의 파괴적 혁신에 따른 혼란입니다. 소프트웨어에서 시작됐지만 지금은 금융, 물류, 부동산 등 많은 산업으로 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③ 메모리 가격 상승입니다. 이게 상당수 IT 기업의 마진에 큰 역풍이 되고 있다는 겁니다. 지난 수요일 실적을 발표한 시스코는 실적이 좋았지만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마진 압박 우려로 12% 폭락했죠. 델, HP, 애플 등에서도 마진 압박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습니다.
AI 공포가 커지다보니 월가에서는 어떤 기업이, 어떤 업종이 AI 공포에 휘말릴지, 아니면 반대로 살아남을지 골라내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바클레이즈는 "AI로 인한 산업 구조 파괴 우려가 업종간 격차를 크게 벌리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경기민감주, 방어주 같은 전통적 분류의 중요성은 줄어들고 있으며, 'AI에 얼마나 면역이 있는지 혹은 취약한지’에 따라 재분류되고 있다는 겁니다. 바클레이즈는 원자재, 산업재, 헬스케어, 소비재는 상대적으로 AI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미디어, 소프트웨어, 금융, 물류, 상업용 부동산, 일부 기술주는 AI 위험에 노출된 업종으로 분류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소프트웨어 중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사업(물리적 실행, 강한 규제, 인간의 책임 필요 등)를 가진 기업에 투자하고, AI가 자동화하거나 복제할 수 있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말라고 밝혔는데요. 버틸 수 있는 기업으로는 클라우드플레어, 크라우드스트라이크, 팔로알토네트웍스,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등을 꼽았습니다. 반면 AI에 타격받을 수 있는 곳으로는 먼데이닷컴, 세일즈포스, 다큐사인, 엑센추어, 듀오링고 등을 집어넣었습니다.
아직 저가 매수할 때가 아니란 지적도 많습니다. 제프리스는 ”현재의 광풍에 동의하지 않지만, 상황이 흘러가는 것을 막아서선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승자와 패자를 가려내는 데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섣부른 투자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라고 권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넷 전략가도 비슷합니다. 그는 "AI 도입에 따른 변화로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업종이 인포시스 같은 인도 기술주였다. 그런 주식은 작년 1분기부터 흔들렸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들의 주가가 아직도 회복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AI 공포를 뒤집을 확실한 촉매제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자본지출 삭감을 발표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하이퍼스케일러들이 그렇게 하지 않겠죠.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은 오늘 3800억 달러의 기업 가치로 300억 달러를 조달했습니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가 많은 돈을 투자했습니다. 앤트로픽의 기업 가치는 지난 9월 이후 약 두 배로 증가했습니다. 앤트로픽은 "현재 연간 매출은 140억 달러에 달하며, 지난 3년간 매년 10배 이상 성장해 왔다"라고 밝혔습니다.
3. Mag 7 부진…오른 주식 더 많았다
결국 주요 지수는 혼조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S&P500 지수는 0.05%, 다우는 0.10% 소폭 상승했는데요. 나스닥은 0.22% 떨어졌습니다.
찰스슈왑에 따르면 S&P500 지수는 6500~7000의 단기적 박스권에 갇혀 있습니다. 지금은 50일 이동평균선(6894)과 100일 이동평균선(6811) 사이에 있고요. S&P500 지수는 지난 1년 동안 100일 선 아래로는 떨어진 적이 없습니다.
4. 대법원 관세 판결(20일) 나오나
다음 주 경제 데이터로는 20일 4분기 GDP 성장률(속보치)이 핵심입니다. 예측이 엇갈리는데요. 애틀랜타연방은행 GDP나우는 3.7%를 추정하지만, 골드만삭스는 1.6%로 내다봅니다. 컨센서스는 그 중간 정도인 2.8% 수준입니다. 연방정부 셧다운과 금 수입 급증 등이 미친 영향에 대해 추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18일에는 주택건축 허가 및 신청건수, 산업생산,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이 공개됩니다. 19일 잠정 주택 판매, 20일 12월 개인소비지출(PCE) 데이터가 공개됩니다. 1월이 아니라 12월 수치입니다.
장 마감 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국방부가 지난 달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습격 작전에 앤트로픽사의 AI '클로드'를 사용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팰런티어와의 제휴로 클로드가 쓰였다는 겁니다.
5. 알파벳 오르고 테슬라 내린다?
혼란스러웠던 일주일이었습니다. 투자자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요. 에버코어ISI가 오늘 기관투자자 500여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전해드립니다.
▶AI가 고용을 대체(disrupt)하기 시작하는 시점은 언제일까?
=응답자의 44%는 AI가 이미 고용에 혼란을 일으키기 시작했다고 답했습니다. 지난해 11월 실시한 AI 설문에서는 기업들이 실질적인 영향은 아직 먼 미래라고 느끼고 있었지요.
=응답자의 56%가 상승을 점쳤습니다.
=58%가 두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응답자의 30%가 알파벳을 선택했습니다.
응답자의 49%가 테슬라를 꼽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