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가온도 받았는데…"주인 일가 한발 물러나라" 무슨 일이 [걸어서 세계주식 속으로]
행동주의 공격 당하는 시계 공룡
스위스 시계 기업 스와치그룹이 최근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인 그린우드 인베스터스로부터 경영 개선 및 지배구조 개편 요구를 받으며 거센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그린우드인베스터스를 이끄는 행동주의 투자자 스티븐 우드는 스와치그룹의 시가총액이 보유 자산 가치보다 낮게 평가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폐쇄적인 지배구조가 기업 성과를 저해한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스와치그룹은 스위스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의 시계 제조 및 유통 그룹입니다. 세계 시계 생산량의 약 25%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창립자 니콜라스 하이에크의 후손인 하이에크 가문이 약 44%의 의결권을 행사하며 경영권을 강력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초고가 럭셔리 브랜드는 브레게, 블랑팡, 오메가, 해리 윈스턴, 자케 드로 등이 있습니다. 고급스러운 품질과 대중성을 동시에 갖춘 ‘하이 레인지’ 브랜드는 론진, 라도, 유니온 글라슈테가 꼽힙니다.
그보다 조금 더 대중적인 ‘미들 레인지’ 브랜드는 티쏘, 미도, 해밀턴, 발맹, 세르티나 등이 있습니다. 가장 저렴한 라인업은 캐주얼한 패션 시계 스와치와 어린이용인 플릭플락이 있습니다.
ASUAG는 1931년 스위스 정부와 은행의 지원으로 설립된 지주회사입니다. 론진, 라도 같은 브랜드뿐만 아니라 무브먼트 부품을 만드는 에보슈(현 ETA의 전신) 등 부품 제조사들을 대거 거느린 거대 연합체였습니다.
1970년대 일본발 저가형 쿼츠 시계의 공습으로 두 그룹 모두 파산 위기에 처하자 스위스 은행들은 컨설턴트였던 니콜라스 하이에크에게 해결책을 맡겼습니다. 그는 두 회사를 청산하는 대신 하나로 합칠 것을 제안했고 1983년 ASUAG-SSIH라는 이름으로 통합됐습니다.
하이에크는 1998년 그룹의 상징이 된 브랜드 이름을 따서 스와치그룹으로 명칭을 바꿨습니다. 또한 블랑팡(1992년), 브레게(1999년), 해리 윈스턴(2013년) 등 럭셔리 브랜드를 잇달아 인수하며 저가부터 하이엔드까지 아우르는 세계 최대 시계 그룹으로 거듭났습니다.
블랑팡은 1735년에 설립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시계 브랜드입니다. 1950년대 프랑스 해군 특수부대의 요청을 받아 최초의 현대적인 다이버 시계를 만든 것으로 유명합니다.
오메가는 스와치그룹 전체 실적을 견인하는 핵심 브랜드입니다. 그룹 전체 매출의 약 35~40%,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약 50~60%)을 담당하는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24년 모건 스탠리 보고서에 따르면 오메가는 롤렉스, 카르티에에 이어 시계 브랜드 매출 3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오메가는 1932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부터 시작하여 현재까지 100년 가까이 올림픽의 공식 타임키퍼로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2012년 런던 올림픽부터는 대한민국 첫 번째 금메달리스트에게 올림픽 기념 시계를 증정하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오메가와 더불어 론진과 티쏘가 그룹 매출을 견인하는 3대 효자로 꼽힙니다. 1832년 설립된 론진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등록 상표 중 하나인 ‘날개 달린 모래시계’ 로고를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티쏘는 입문용 스위스 워치의 대명사입니다. 착용자의 손목 움직임으로 발생하는 운동 에너지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오토매틱 기계식 시계를 합리적인 가격에 경험할 수 있습니다.
1892년 미국에서 탄생한 해밀턴은 1974년 스와치 그룹의 전신인 SSIH에 인수되었습니다.
미국의 역동적인 역사와 스위스의 정밀 기술이 결합한 독특한 헤리티지를 가진 브랜드입니다. 영화 인터스텔라(2014)에 등장한 해밀턴 시계는 영화의 핵심 소품이자 스토리텔링의 중심 도구로 사용되며 세계적 명성을 얻었습니다.
스와치그룹의 최근 실적은 스마트워치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따른 중저가형 시장에서의 점유율 잠식으로 인해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매출의 약 27%를 차지하는 중국, 홍콩, 마카오 수요 급감으로 인해 큰 부진을 겪었습니다.
애플 등 IT 기업의 스마트워치 공세에 맞서 스와치그룹은 티쏘의 ‘T터치 커넥트 스포츠’와 같이 전통적인 시계 디자인에 스마트 기능을 결합한 모델들로 맞대응하고 있습니다. 또한 역설적으로 디지털 피로도를 느끼는 소비자들을 겨냥해 아날로그 감성 강조하기도 합니다.
스와치그룹의 2025년 매출은 약 62억8000만 스위스프랑으로 전년 대비 5.9% 감소했습니다. 영업이익은 1억3500만 스위스프랑, 순이익은 2500만 스위스프랑으로 전년 대비 각각 56%, 89% 급감했습니다.
하지만 2025년 하반기 매출은 4.7% 성장했으며, 특히 4분기에는 7.2% 성장하며 회복세를 보여줬습니다. 회사 측은 작년 하반기의 상승세가 2026년 초까지 이어지고 있어 향후 수익성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최근 스와치그룹에 대해 “낮은 밸류에이션과 실적 회복의 초기 신호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UBS는 “실제 2026년 이익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최종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