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출퇴근러도 서울사람"…'생활인구' 적용 땐 무슨일이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설계된 행정·재정 체계가 인구 감소와 광역 간 이동이 확대된 흐름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통근·통학·관광 등으로 실제 머무는 ‘생활인구’를 기준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지방교부세 산정과 교통·도시계획 등 제도 전반이 변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생활권 단위로 연결된 ‘기능적 연계권’을 중심으로 지자체 간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활인구 제도 도입 3년 … 인구감소지역 중심 운영 ‘한계’


18일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의 ‘생활인구정책의 전환: 전국단위 확장과 지역상생발전 전략’ 보고서가 최근 발간됐다. 보고서는 국토 전반에서 발생하는 생활인구를 분석하고 관련 정책의 개선책을 제안했다.

생활인구 제도는 2022년 만들어진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을 근거로 2023년부터 도입됐다. 인구가 줄기 시작하며 일부 관광지에서는 주민등록 인구뿐 아니라 관광객 등 실제 소비와 체류 수요를 반영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에 따라서다.
생활인구는 주민등록지 외 시·군·구에 하루 3시간 이상 머문 날이 월 1일 이상이면 체류 인구로 산정하는 제도다. 사진은 여의도 직장인들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모습. 한경DB
생활인구는 주민등록지 외 시·군·구에 하루 3시간 이상 머문 날이 월 1일 이상이면 체류 인구로 산정하는 제도다. 사진은 여의도 직장인들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모습. 한경DB
생활인구는 주민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특정 지역에서 거주하거나 체류하며 생활하는 인구를 의미한다. 주민등록지 외 시·군·구에 하루 3시간 이상 머문 날이 월 1일 이상이면 체류 인구로 산정한다. 통근 직장인이나 다른 지역으로 통학하는 학생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다만 현행 제도는 적용 범위가 인구감소·인구감소관심지역으로 제한돼 있다. 광역 생활권 단위로 이동하는 인구 특성을 반영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 배경이다. 올해부터는 인구감소지역 지방교부세를 산정할 때 생활인구가 보정 수요로 반영된다. 국토연구원은 “생활인구 정책이 개별 지역 사업에 머물면서 지역 간 협력 관점으로 확장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주·근무·방문…행정구역 넘어선 ‘기능 연계’ 확인


생활인구 이동 범위를 파악하려면 정주·근무·방문 등 기능별 이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역 간 연결 구조를 분석해야 한다. 보고서에서는 OO시, OO구 등 기존 행정구역이 아닌 생활권 기반으로 연결된 지역 집합을 ‘기능적 연계권’이라는 가상의 행정구역으로 정의했다.
자료=국토연구원
자료=국토연구원
국토연구원이 전국 252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주민등록 인구와 이동통신 데이터, 주소지와 체류지 정보를 분석한 결과 221개 지역(87.7%)이 하나 이상의 기능적 연계권에 포함됐다.

정주 인구 기준 연계권은 수도권(47개 지역), 부산·경남권(24개 지역), 대구·경북권(20개 지역) 등 총 26개로 분석됐다. 근무 인구 연계권은 28개, 방문 인구 연계권은 43개로 나타났다. 연구원 관계자는 “부산·울산·경북 동부권을 잇는 광역 방문인구 벨트(32개 지역)가 가장 넓은 연계 패턴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지역 간 연결성을 확인하고, 지역 사이 제도·사업상 협조할 부분을 세부적으로 따져보는 편이 특정 지역의 생활인구를 기준으로 지원금을 주는 방식보다 각 지역의 생활인구 증가에 훨씬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생활인구 전국 확대 논의해야…교부세·도시계획 반영도 검토”


전문가들은 생활인구 통계 활용 범위를 전국 단위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안소현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범정부 차원의 생활인구 통합 데이터 플랫폼 구축과 정책 목적별 환산 지표 개발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료=국토연구원
자료=국토연구원
안 연구위원은 “기능적 연계권 단위로 공동 서비스를 제공하고 협력 사업을 위한 재정 지원 방식을 찾는 것도 과제”라며 기초·광역·중앙정부를 아우르는 협력 거버넌스를 구축할 필요성도 있다고 했다.

생활인구를 반영해 기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도 설명했다. 지방교부세 산정과 교통시설 설치 기준 등에 생활인구 개념을 우선 적용하고, 도시계획과 예비타당성 조사에도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료=국토연구원
자료=국토연구원
지자체 현장에서는 지역별 대응 과제도 엇갈렸다. 국토연구원이 기초지자체 인구정책 담당 공무원 32명을 조사한 결과 일부 지역은 생활인구 집중으로 교통·환경 부담이 문제로 꼽혔다. 반면 일부 지역은 생활인구 규모 확대와 인접 지역 연계 강화가 우선 과제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생활인구 제도 확산을 위해 ‘생활인구 활성화 및 지역상생발전법(가칭)’ 제정 필요성도 제안했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