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재가 키운 중국 반도체 괴물…中 팹리스 돈 쓸어담는다 [강경주의 테크X]
<테크X70>'중국판 엔비디아' 캠브리콘…첫 연간흑자 전망
3일 캠브리콘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지난해 실적 전망을 발표하며 지난해 매출이 60억∼70억 위안(약 1조 2548억∼1조4627억원)으로 전년 대비 410.8%∼496.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매출 급증과 함께 실적도 흑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캠브리콘은 지난해 연간 순이익이 18억5000만∼21억5000만 위안(약 3868억∼4492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전년 4억5000만 위안의 순손실에서 크게 개선된 수치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025년은 캠브리콘 상장 이후 첫 연간 흑자를 달성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미국의 반도체 제재로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중국의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이 세운 첫 연간 흑자 기록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온라인 금융·경제 정보 매체인 신랑재경은 "(캠브리콘의 흑자 전환은)중국 반도체 기술의 시장성을 증명하고, 반격의 시작을 알리는 역사적 이정표"라고 분석했다.
캠브리콘은 2016년 중국과학원(CAS) 출신 천톈스·천윈지 형제가 창업했다. 창업 초기에는 CAS의 지원을 받아 분사했고, 지금도 CAS가 15.7%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다. 첫 고객은 화웨이였다. 2018년 매출의 98%를 화웨이에 의존하며 스마트폰용 AI 라이선스를 공급했지만 화웨이가 독자 기술로 대체해 관계가 끊겼다. 2022년엔 미국 정부가 캠브리콘을 '거래제한 기업' 목록에 올리면서 제조 파트너이던 TSMC와의 협력이 중단됐다. 하지만 곧바로 중국 내 제조업체와 손잡으며 자국 칩 자립 기반을 강화하는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실제 캠브리콘의 성장은 미국의 첨단 AI 칩 수출 통제 강화 속에 실적이 대폭 호전됐다. 2024년 4분기 처음 분기 흑자를 기록했고, 당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5% 급증했다. 캠브리콘은 "우수한 칩 설계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계속 확대했다"며 "AI 응용 시나리오의 현장 적용을 적극 추진한 결과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크게 늘었으며 회사 전반의 경영 실적도 개선됐다"고 밝혔다.
중국 반도체의 흑자 행진은 캠브리콘 뿐만이 아니다. 중국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인 '무어스레드' 역시 주력 제품인 MTT S5000의 수요 급증으로 2025년 매출이 전년 대비 최대 247% 증가한 15억2000만위안, 순손실은 전년 대비 최대 41% 줄어든 10억위안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무어스레드는 지난해 12월 중국판 나스닥인 커촹반에 '중국산 GPU 1호 주식' 타이틀을 달고 상장한 중국 토종 팹리스다.
업계에선 반도체 슈퍼 사이클 외에 현지 팹리스들의 혹독한 '밤샘 연구개발(R&D)' 문화가 중국을 반도체 강국으로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인은 게으르고 느리다'는 의미의 '만만디'를 캠브리콘이 바꿔놨다는 말까지 나온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치열하게 연구하는 캠브리콘 엔지니어를 일컬어 '아오예 궁청스'(밤샘 엔지니어)라고 부른다. 캠브리콘은 철저하게 엔비디아의 '하드 워크' 문화를 벤치마킹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