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손열음, 선우예권, 조성진, 임윤찬,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양인모, 첼리스트 최하영, 한재민... 세계 무대를 누비는 이 젊은 연주자들의 공통점은? 뛰어난 실력과 개성을 갖춘, 대중적으로도 큰 사랑을 받는 연주자라는 것! 모두 맞지만, 또 하나를 꼽는다면 바로 ‘금호영재’ 출신이라는 점이다.

클래식 공연 좀 다니는 분들이라면 연주자의 프로필에서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라는 문구를 꽤 자주 보았을 것이다. 또 금호영아티스트콘서트, 금호영체임버콘서트, 금호악기은행 등에 대해서도 들어본 적이 있을 텐데, 이는 모두 금호문화재단의 대표적인 사업들이다.
금호아트홀 연세 내부 전경 / 사진 출처. 금호아트홀 연세 홈페이지
금호아트홀 연세 내부 전경 / 사진 출처. 금호아트홀 연세 홈페이지
‘영재는 기르고, 문화는 가꾸고’ 라는 금호문화재단의 설립 취지와, 클래식 애호가로서 평생 문화예술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故 박성용 명예회장의 뜻이 이들 사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오늘 이야기하려는 작은 공연장은 이 금호문화재단의 기획 공연이 열리는 ‘금호아트홀 연세(이하 금호아트홀)‘다. 390석 규모의 금호아트홀을 작은 공연장이라고 하는 건 좀 억지 아닌가? 라고 되물을 수도 있지만, 이 공간에 대한 개인적인 애정을 바탕으로 ’작기도 하고 엄청나게 크기도 한‘ 이곳의 이야기를, 한 번쯤은 꼭 나눠보고 싶었던 필자의 마음을 너그러이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

금호아트홀은 서울 연세대학교 내 백양누리 지하 1층에 자리하고 있다. 2000년 개관하여 2019년 4월까지 광화문에서 써 내려간 금호아트홀의 역사는 2019년 5월부터 이곳에서 이어지고 있는데, 도심 오피스타운에서 대학가 중심으로 옮겨오며 분위기는 달라졌지만, 이들이 추구하는 가치는 변함이 없다.
[좌] 금호아트홀 외경 [우] 금호아트홀 로비 / 사진. ⓒ권혜린
[좌] 금호아트홀 외경 [우] 금호아트홀 로비 / 사진. ⓒ권혜린
지하철 2호선 신촌역이나 여러 버스 노선으로 닿을 수 있는 이곳은 대학가의 특성상 공연장 주변의 인프라도 풍성하다. 그뿐인가. 온갖 꽃이 만발하는 봄, 녹음이 우거져 생기가 가득한 여름, 깊게 물들어가는 가을과 흰 눈이 소복이 쌓인 겨울까지, 사계절의 정취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캠퍼스의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건 금호아트홀을 찾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

금호아트홀의 여러 장점 가운데 ‘훌륭한 음향’은 단연 첫 번째로 꼽을 만하다. 직사각형의 슈박스(Shoebox) 구조로 울림이 풍성하고 따뜻하여 어느 좌석에 앉아도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동안 금호아트홀에서 독주와 독창, 여러 편성의 실내악 등 다양한 공연을 보고 서로 다른 여러 위치의 객석에도 앉아봤지만 큰 편차 없이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던 건 구조와 설계, 마감재 등 많은 요소가 잘 갖춰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건 아주 개인적인 소감인데, 금호아트홀에 들어서면 유독 포근하고 안정감이 느껴진다. (심지어 홀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도 좋아서 괜히 코를 킁킁거리게 된다!) 나무로 마감한 실내 분위기 덕분일 수도 있고 연주를 기다리는 설렘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이곳에서 쌓인 좋은 시간의 경험들이 만든 자연스러운 의식의 흐름이라고 하면 좀 더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금호아트홀 연세 내부 전경 / 사진 출처. 한경 DB
금호아트홀 연세 내부 전경 / 사진 출처. 한경 DB
이렇게 클래식 공연을 감상하기에 참 좋은 공간인 금호아트홀의 경쟁력은 사실 엄청난 소프트웨어에 있다. 금호문화재단의 보금자리로써 이곳에선 일 년 내내 기획 공연이 이어지는데, 우리나라에 이렇게 다양한 기획 공연을 연중 선보이는 공연장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앞서 언급한 금호영재·영아티스트·영체임버콘서트 등 ‘금호콘서트시리즈’는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연주자들이 토요일 오후에 무대를 갖는다.

이와 함께 금호아트홀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인 ‘아름다운 목요일’은 이름 그대로 매주 목요일 저녁에 열리는 공연이다. 한 해를 이끌어가는 상주음악가의 무대부터 금호솔로이스츠, 금호라이징스타, 위대한 작곡가, 스페이스 등 다양한 시리즈를 통해 국내 최고의 연주자들을 만날 수 있고, ‘금호 EXCLUSIVE’, ‘인터내셔널 마스터즈’에서는 세계적인 거장의 무대가 펼쳐진다. 올해는 로날트 브라우티함의 포르테피아노 연주와 폴 루이스, 스티븐 허프 경의 피아노 연주를 들을 수 있다.
금호아트홀 연주자 사진 / 사진. ⓒ권혜린
금호아트홀 연주자 사진 / 사진. ⓒ권혜린
금호아트홀의 스케줄은 1월부터 바쁘게 시작된다. 필자도 1월 8일에 열린 ‘2026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 바리톤 김태한의 첫 번째 공연을 비롯해 네 번째 토요일에는 금호영재콘서트와 금호영아티스트콘서트에 다녀왔다.

여러 오페라 아리아를 선보인 바리톤 김태한의 첫 공연에는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관객이 모여 올해 상주음악가의 첫걸음을 함께 축하하고 무대를 즐겼다. 2022년 금호영아티스트콘서트로 데뷔한 김태한은 2023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데, 금호아트홀 무대에서 꿈을 키운 그가 ‘상주음악가’로 돌아와 한 해 동안 선보일 다양한 프로그램은 어쩐지 더 의미 있고 특별할 것 같은 기대감이 들었다.
1월 8일 바리톤 김태한이 공연하고 있다. / 사진. ⓒ Kumho Cultural Foundation
1월 8일 바리톤 김태한이 공연하고 있다. / 사진. ⓒ Kumho Cultural Foundation
한편 금호영재콘서트와 영아티스트콘서트가 열린 토요일 오후는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윤가을의 호른 독주회, 한예종에서 수학하고 있는 최윤하의 타악기 독주회를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은 가족과 친구, 선후배 등 객석의 관객들은 연주자의 성장과 도전을 응원하며 따뜻한 박수와 함성을 아낌없이 보냈다.

조금은 긴장한 모습과 아직은 어색한 인사마저 예쁘게 보였던 ‘금호영재’, 실력과 패기로 도전적인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 ‘금호영아티스트’. 이들의 연주를 듣는 내내 ‘5년 후, 10년 후 이들은 또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어떤 무대를 선보일까?’ 궁금해지는 마음은 어쩌면 당연했다.

올 한 해도 나는 금호아트홀을 자주 찾을 계획이다. (이미 여러 시리즈의 티켓을 예매해 두었다) 연세대학교 캠퍼스에서 즐기는 계절의 풍경도, 따뜻한 공연장을 아름다운 음악으로 가득 채울 연주자들의 멋진 무대도 기대가 된다.
콘서트 가이드 / 사진. ⓒ권혜린
콘서트 가이드 / 사진. ⓒ권혜린
누군가에게는 작을 수도, 누군가에게는 클 수도 있는 이 공간은 물리적인 크기를 떠나 이미 오랜 세월 동안 무한한 음악 세계가 펼쳐지고 있는 작은 우주처럼 느껴진다. 밤하늘을 수놓은 별처럼 빛나는 음악가들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만날 수 있는 금호아트홀. 지금도 끊임없이 팽창하는 그 우주 안에서 반짝이는 나만의 별을 발견해 보는 건 어떨까?

권혜린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