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답없다" 등 돌리더니…북미로 '돈·인재' 몰리는 이유
"북미 투자가 국내 투자의 2배"
한국 대신 해외에 돈묻는 VC들
한국 대신 해외에 돈묻는 VC들
22일 업계에 따르면 양상환 네이버 D2SF 센터장은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작년 DS2F 북미 투자가 국내 투자를 2배 차이로 넘어섰다"며 "지금 테이블 위에 올라와있는 투자 건들도 대다수가 북미"라고 했다. 또 "(네이버의 북미 투자법인인) 네이버벤처스 투자까지 포함하면 북미 투자 비중은 더 크다"고 덧붙였다. 네이버 D2SF는 앰비언트 AI 스타트업 소서릭스, AI 제작 스타트업 클레이디스 등 북미 투자를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SBVA도 지난해 투자한 17개사 중 6개사가 해외 기업으로 전체 투자 대상의 약 35%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을 전제로 한 투자 비중이 2024년보다 크게 확대됐다. SBVA 관계자는 "지난해엔 AI·로봇 중심으로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늘렸다"고 말했다.
과거 국내 VC 펀드는 대부분을 국내에 투자했다. 최근 2~3년 사이에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너나 할 것 없이 해외 딥테크 스타트업 투자처를 찾고 있다. 창업자들도 예전엔 한국 법인을 설립 한 후 북미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본사를 옮겼다면 요즘은 현지 기반이 없더라도 바로 미국에 현지 시장을 노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창업 2년차인 한 테크 스타트업 대표는 "딥테크는 자금 싸움인데 한국에서 투자를 받으려고 해도 밸류에이션 인정과 조달 금액의 한계가 너무 크다"며 "미국 사무소를 따로 세우고 VC 영업에 집중해 다음 라운드에서 미국 VC의 투자를 받는 방향으로 진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양 센터장은 국내 벤처투자 생태계가 자금 투입은 늘어난 것과 비교해 회수 시장은 그만큼 커지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한국 VC 펀드는 10년 전보다 6배 늘었지만 회수액은 2.3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는 설명이다. 그는 "투입 자본이 얼마나 크던 상관없이 결국 회수 시장의 크기가 그릇의 크기"라며 "창업자들은 매출 안정성이 낮은 스타트업 고객사를 담보로 ARR 만들고 밸류 높이는 게임을 한다. VC는 펀드 운영 보수로 일단 먹고 살 수 있으니 정부가 모태 펀드를 많이 풀면 풀수록 좋다. 각자가 이렇게 역할극을 하면서 자본은 회수되지 못하고, 성장할 수 없는 창업자와 인재는 계속 시장이 있는 곳으로 떠난다"고 지적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