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민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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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자기하게 반짝이는 캐롤이 번지던 크리스마스의 광화문 한복판. 많은 이들이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시린 손을 호호 불어가며 공연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 사이로 들려오는 어딘가 모르게 뜨거운 열정의 음악. 지구 반대편에서 활활 타오르는 태양이 느껴지는 정열적인 리듬. ‘라틴 키친 루나’의 크리스마스 공연으로 한여름의 크리스마스가 찾아왔다.
라틴 키친 루나 단독 콘서트 <라키루의 크리스마스> 공연 포스터 / 사진출처. 프라이빗 커브
라틴 키친 루나 단독 콘서트 <라키루의 크리스마스> 공연 포스터 / 사진출처. 프라이빗 커브
반도네오니스트 고상지와 피아니스트 최문석이 결성한 ‘라틴 키친 루나’. 아르헨티나 전통 악기인 반도네온을 연주하는 고상지는 탱고를 위주로, 최문석은 아프로 큐반을 위주로 활동해온 라틴 전문 뮤지션들이다.

두 사람은 각자가 도맡고 있던 국가적 음악 구분을 벗어나, 멕시코, 브라질, 쿠바 등 라틴 아메리카에 있는 여러 가지 음악을 현대적으로 결합하고 재해석하고 있다. 특히, 각자가 ‘쉐프’로서의 역할을 도맡는다는 컨셉으로, 여러 다양하고 개성 있는 재료가 한데 모여 새로운 음식이 탄생하는 것처럼, 서로의 리듬과 근원이 한 곡의 음악으로 맛있게 ‘요리’되는 과정을 신선하게 선보인다.

이번 크리스마스 공연 또한 라틴 키친 루나의 크리스마스 에디션 ‘라틴 디쉬’를 선보이는 자리였는데, 여러 걸출한 뮤지션들의 세션으로 활동 중인 김유성(베이스)과 오랜 시간 브라질리언 전문 뮤지션으로 활동 중인 렉토루즈(드럼, 퍼커션), 이기현(플룻)의 합세로 그 농도가 더욱 짙어지리라 기대되었다.
그림. © 민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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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트리 사이로 들려오기 시작하는 캐롤. 익숙하게 자주 듣던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와 ‘Have Yourself Merry Christmas’이지만 라틴 리듬이 가미되어, 앉은 자리에서도 엉덩이를 뜨겁게 들썩이게 만드는 매력이 남다르게 다가왔다.

뒤이어 라틴 키친 루나의 첫 정규앨범 ‘LaKiLu’의 수록곡들을 만날 수 있었다. 라틴을 내세운 공연답게, ‘Sabor A Mi’, ‘Quizas Quizas Quizas’ 같은 라틴 스탠다드 곡이 이어졌는데, 반도네온과 플룻의 상반된 음의 고저가 마치 악마와 천사의 합창 같은 기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하였다. 특히 라이브 연주로서만 느낄 수 있는 각 악기의 특별한 바이브가 연주의 깊이를 더해주는 듯했다.

캐롤은 아니지만,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는 곡도 연주되었다. 발레 ‘호두까기 인형’ 중 ‘사탕 요정의 춤’ 곡은 본래 캐롤이나 라틴 음악이 아니지만, 고상지의 특별한 편곡을 거쳐 오로지 라틴 키친 루나만이 연주할 수 있는 ‘쿠바맛 사탕’으로 재탄생하였다. 달콤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씁쓸하고, 가련하지만, 그럼에도 뜨거운 연주로서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오리지널리티를 완주했다.
그림. © 민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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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최문석의 자작곡인 ‘주홍해변’으로 공연의 분위기가 반전되기도 했다. 그 스스로 20대 힘든 시절 노을빛으로 붉게 물든 세상을 보며 만든 곡이라 밝힌 것처럼, 비릿한 현실의 맛이 느껴지는 음악이 이어졌다. 최문석의 큐반 피아노 연주가 돋보이는 동시에, 고상지의 어두운 반도네온 음색이 그가 느꼈을 암울함을 노래하는 것 같아 음악이 가진 회상의 힘을 엿보았다. 하지만 아프로 큐반과 브라질의 삼바가 동시에 담긴 곡답게, 이기현의 밝고 높은 음색의 플루트 연주를 통해 불어오는 삼바의 자유로움 또한 담겨 있었고, 이를 통해 어려운 시기 끝에 다가올 시원한 희망의 맛이 느껴지기도 했다.

아프로 큐반과 룸바의 리듬이 결합된 자작곡 ‘3월의 밤’ 연주에서는 신선한 초봄의 향기가 불어왔다. 쿠바 음악이 가진 본능적인 그루브를 기반으로 리드미컬한 렉토 루즈의 퍼커션 연주를 통해 지금이 한겨울이란 사실을 잊게 만드는 잠시간의 여행이었다.
라틴 키친 루나 단독 콘서트 <라키루의 크리스마스> 공연 모습 / 사진. © 민예원
라틴 키친 루나 단독 콘서트 <라키루의 크리스마스> 공연 모습 / 사진. © 민예원
라틴 키친 루나의 크리스마스는 남달랐고, ‘라키루’다웠다. 언제나 들을 수 있던 식상한 캐롤에서 벗어나 최문석과 고상지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특별한 라틴의 맛은 뜨겁고 씁쓸하고 달콤했다. 특히 한국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여러 라틴 스타일의 결합과 재해석, 반도네온의 라이브 연주는 많은 관객들에게 다시 없을 남미의 크리스마스를 선물해주었다.

라틴 뮤직의 불모지에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가장 잘 할 수 있는 맛으로 음악을 요리하는 라틴 키친 루나. 크리스마스뿐 아니라 언젠가 또다시 찾아올 그들의 복작복작한 부엌을 다시 한번 엿보고 싶은 마음이다.

민예원 '스튜디오 파도나무' 대표•작가

[장일범의 유쾌한 클래식 | 라틴키친루나 | cpbc라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