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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vs 트럼프 전쟁…'셀 아메리카' 없었던 이유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1. 일요일 밤, 파월의 비장한 메시지
Fed의 제롬 파월 의장은 일요일 밤 이례적 영상 메시지를 통해 "Fed 청사 리노베이션과 관련해 지난 9일 법무부로부터 대배심 소환장과 형사 기소 위협을 받았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번 조사가 트럼프 행정부의 금리 정책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됐으며, 중앙은행을 "위협"하려는 시도라고 규정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현직 의장에 대한 형사 수사는 전례가 없는 일이며, 파월 의장은 영상을 통해 이번 사태를 그냥 넘기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측근 중 일부는 이런 압박으로 파월 의장을 5월 임기 전 사임하게 만들 수 있다고 전망하지만, 파월의 메시지는 그게 오판임을 시사한다. 지금 사임하고 추가 한 석의 이사 자리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넘겨주는 것은 영상의 발언과 어긋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파월 의장의 의장 임기는 오는 5월 끝나지만, 원한다면 이사직은 2028년 1월 말까지 유지할 수 있습니다.
Fed워치는 "대통령과 Fed의 상황이 새로운 위기를 맞고 있다. 이는 Fed 독립성에 대한 전례 없는 공격으로, 달러와 미국 국채의 안정성을 훼손하고 달러 자산으로부터의 대규모 자금 유출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페퍼스톤은 "이는 미국의 금융 시스템, 나아가 자산에 대한 신뢰를 다시 한번 흔들 것이다. 달러화와 미 국채 모두 이제 훨씬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페퍼스톤은 "단기적으로 시장은 역풍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고, 만약 이 문제가 형사 고발이나 기소로 이어지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매도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웰스파고는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나 : 조사 시점이 다소 이상하다. 파월 임기는 5월에 끝나고, 그가 주재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단 세 번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파월의 이사 임기는 2028년 1월까지다. 그가 Fed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이사직을 유지할 것이라는 추측이 있어 왔다. 이번 조사는 이사직에서도 사임하도록 압력을 가하려는 시도일 가능성이 있다. 이번 사태는 파월이 독립성 유지를 위해 이사직을 유지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지만, 우리는 그가 사임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한다.
▶단기 통화정책 전망 : 단기 정책 전망에 큰 변화를 불러오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파월 의장은 이런 정치적 압력에 대응하는 최선의 방법이 데이터에 따라 정책을 세우고 위원회의 경제 전망 평가를 바탕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차기 의장 인준 지연? : 이번 조사로 차기 의장 인준이 지연될 수 있다. 톰 틸리스 상원의원(공화당)은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차기 의장 인준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상원 은행위원회 소속이며, 올해 말 은퇴하겠다고 한 만큼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중기 통화정책 불확실성 증가: 이번 일은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의장에게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을 강화한다. 차기 의장이 이미 분열된 FOMC를 설득하는 데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
2. 그런데도 영향 없었다?
아침 9시 30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2~0.8% 내림세로 출발했습니다. 같은 시각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3bp 올라 연 4.20% 근처에서 거래됐고, 달러화 가치는 0.3%가량 떨어졌습니다. 반면 안전자산인 금값은 3% 치솟으며 또 사상 최고치를 내달렸습니다.
다만 가격변동폭은 작년 4월 '셀 아메리카' 당시와는 비교도 안 되게 작았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자, 회복세를 보였습니다. 왜 시장은 Fed 독립성 위험을 크게 반영하지 않았을까요?
기본적으로 파월 의장에 대한 압박과 형사 기소가 성공 가능성이 작다는 점을 인식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두 번째,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도 더 뒤로 늦춰줬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파월 의장이 기준금리를 더 내린다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굴복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게다가 지난주 12월 고용보고서에서 실업률이 4.4%로 내려간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바클레이즈, 시티그룹, UBS는 모두 Fed의 추가 인하 시점을 하반기로 늦췄습니다. 골드만삭스는 기존 3월, 6월에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봤다가 6월, 9월로 미뤘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애초 1월, 4월에 내릴 것으로 봤지만, 6월과 9월로 예상을 바꿨고요. 특히 JP모건은 올해 추가 인하는 없을 것이며, 다음 조치는 2027년 하반기 금리 인상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JP모건의 마이크 페롤리 이코노미스트는 "노동 시장이 2분기부터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한다. 이번 주 12월 소비자물가(CPI)를 시작으로 근원 물가는 높은 수치가 계속 나올 것으로 본다. 이런 거시적 배경을 고려해 새로운 비둘기파 Fed 의장이 들어와도 FOMC를 설득해 금리를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 Fed는 올해 내내 금리를 동결하고 내년 하반기 금리 인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ING는 "시장은 안정세를 되찾았는데 이는 파월 의장이 (그가 약속한 대로) 정책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는 전망, FOMC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 또는 법무부의 소환장이 기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작다는 전망 때문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에버코어ISI는 "투자자들은 이번 조치가 실질적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며 트럼프 행정부가 긴장 완화를 모색하리라고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몰랐다'라는 것은 그가 최소 이번 조치에 완전히 동의하지 않으며, 추후 이를 부인할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한다. 상원의 반발과 전 Fed 의장 등의 공개적 지지도 투자자 안도의 배경이다. 틸리스 상원의원이 차기 의장 인준을 저지하겠다고 한 것은 특히 중요하다. 은행위원회 위원인 틸리스의 찬성표가 없다면, 당파적인 후보자를 인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밝혔습니다.
TS롬바드의 다리오 퍼킨스 이코노미스트는 "지금은 시장이 반응할 때는 아니다. 대통령의 압력으로 금리 인하가 이어지고 이로 인해 경제가 과열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때 시장은 크게 반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3. 트럼프 개입에 금융주 급락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시장, 기업에 대한 개입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올해 말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인들의 생활비 부담이 큰 이슈로 떠오른 탓입니다. 지난주 기관투자자의 단독 주택 매입을 막고, 방위산업체의 배당금 지급이나 자사주 매입을 허용하지 않으리라고 밝혔습니다. 또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모기지 증권(MBS) 매입을 지시했습니다.
지난 금요일 밤엔 신용카드 이자율을 1년간 10%로 제한하자는 제안을 내놓았습니다. 뱅크레이트에 따르면, 이는 평균 이자율 19.65%보다 훨씬 낮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정책을 어떻게 시행할 계획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오는 20일까지 이 정책을 준수하지 않는 금융사는 "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내일 JP모건을 필두로 수요일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시티은행, 목요일에는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4분기 실적을 공개하는데요. 기업 인수합병(M&A)의 급증, 탄탄한 트레이딩 수익, 그리고 비용 절감 덕분에 금융사들은 예상을 넘는 견실한 실적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최근 은행주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정책적 불확실성이 높아져서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주가가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4. 이란 시위 탓,오르는 유가
파월 의장에 대한 형사 기소 위협, 신용카드 이자율 10% 상한만이 이슈가 아닙니다. 이란에 대한 군사 개입 가능성도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체포, 지난 6월 이란 공습 성공 등으로 이런 군사적 옵션의 실행 가능성은 더 신빙성 있어 보입니다. 이란은 시위를 이스라엘과 미국이 조장했다고 비난하고 있고요. 미국이 행동에 나서면 중동의 미군 기지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일부에선 테헤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국제 석유 운송을 막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유가는 오늘도 올랐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0.64% 오른 배럴당 59.5달러에 마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을 공격할 가능성을 내비쳤는데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군사 개입 '옵션'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습니다.
5. 알파벳 시총 4조 돌파
AI 주식들은 시장의 힘이 됐습니다. 특히 알파벳의 시가총액은 4조 달러를 넘었는데요.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애플에 이어 네 번째입니다. 애플과의 협력 방안, 월마트와의 협업 방안 등을 줄줄이 공개하면서 뉴스의 중심에 선 덕분입니다.
알파벳은 또 월마트와 협력해 제미나이를 통해 바로 물건을 살 수 있게 하기로 했습니다. 구글이 개발한 유니버설 커머스 프로토콜(UCP)을 통해서인데요. 기존에는 소비자가 구글에서 상품을 검색한 뒤 물건을 사려면 해당 쇼핑몰로 이동해 로그인하고 결제 정보를 입력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제미나이를 통해 재고 확인, 할인 코드 적용, 멤버십 포인트 적립, 배송지 선택, 최종 결제까지 대화를 나누듯 한 번에 끝낼 수 있게 됩니다. 월마트는 “앞으로 몇 달 안에 고객들이 제미나이 브라우저와 모바일 앱에서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월마트는 지난 10월 오픈AI의 챗GPT와도 유사한 계약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가까운 시일 내에 AI 경쟁에서 미국을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알리바바의 오픈소스 모델 Qwen의 책임자 저스틴 린은 토요일 한 콘퍼런스에서 향후 3~5년 안에 중국 기업이 오픈AI나 앤트로픽 등을 제칠 가능성을 20% 미만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는 "오픈AI의 막대한 컴퓨팅 자원은 차세대 연구에 투입되고 있지만, 우리는 자원이 부족하다. 단순히 수요를 충족하는 데만 자원 대부분이 소모되고 있다"라고 했습니다. 중국 내 최고 AI 과학자로 꼽히는 탕제는 "우리는 최근 몇 가지 오픈소스 모델을 공개했고, 일부는 중국 모델이 미국 모델을 넘어섰다고 생각하며 흥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격차가 오히려 벌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습니다.
메타의 경우 리얼리티랩의 인원은 10% 감축할 것이라는 보도(뉴욕타임스)가 나왔습니다.
6. 소폭 상승세로 회복
JP모건의 트레이딩데스크는 아침에 "Fed의 독립성에 대한 위협이 단기적으로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긴장이 완화되면 단기적 매수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라고 전망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긴장은 풀렸고요. 주가는 오전 11시가 넘자, 상승 전환했습니다. 결국 S&P500 지수는 0.16%, 나스닥은 0.26% 올랐고요. 다우도 0.17% 상승했습니다.
매그니피센트 7 주식 중에서는 알파벳이 1.09% 올랐고요. 애플이 0.34% 동반 상승했습니다. 테슬라는 0.89% 올랐고요. 엔비디아는 0.04% 강보합에 그쳤고요. 메타(-1.79%)와 마이크로소프트(-0.44%) 아마존(-0.37%)은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오늘 치러진 국채 10년물 경매(390억 달러)도 성공적이었습니다. 발행 금리는 4.173%로 발행 당시의 시장금리 4.180%보다 0.7bp 낮게 형성됐습니다.
달러는 유로, 영국 파운드, 스위스 프랑 등 주요 통화 대비 약세를 보였습니다. ICE 달러인덱스는 오후 4시40분께 0.25% 내린 98.983에 거래됐습니다.
글렌메드의 제이슨 프라이드 전략가는 "시장 반응은 미미했지만, 이번 상황은 Fed의 제도적 독립성과 시장 안정성이 훼손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재까지 형사 고발은 제기되지 않았지만, 지속적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수요일에는 대법원의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관세 관련 판결이 나올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법원이 불리한 판결을 할 경우 "완전한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대법원이 미국에 불리하게 판결하면, 우리는 완전히 망한다. 실제로 상환해야 할 금액은 수천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