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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병준의 관세이야기] 들어올 달러는 안 들어 오고 나가지 말아야 할 달러는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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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
    환율 이야기는 더 이상 뉴스 속 숫자가 아닙니다. 현장에서 체감되는 현실이고, 무역 거래를 하는 기업들에게는 매일같이 마주하는 변수입니다. 환율은 결국 수요와 공급의 문제입니다. 달러를 사려는 수요가 늘어나면 환율은 오르고, 달러가 시장에 많이 공급되면 환율은 내려갑니다.

    최근의 고환율은 그만큼 달러를 필요로 하는 수요가 커졌다는 의미입니다. 문제는 이 상황을 단순한 환경 변화로 받아들이지 않고, 무역 거래 구조 자체를 이용해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변병준의 관세이야기] 들어올 달러는 안 들어 오고 나가지 말아야 할 달러는 나간다
    조금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이렇습니다. 들어와야 할 달러는 들어오지 않고, 나가지 않아야 할 달러는 오히려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외환 질서와 환율 수급을 왜곡하는 거래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건 개별 기업의 판단 문제를 넘어 시장 전체에 부담을 주는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정상적인 무역이라면 수출을 하면 대금을 회수하고, 수입을 하면 그에 맞는 대금을 지급합니다.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무역 거래의 기본 질서입니다.

    그러나 최근 일부 거래에서는 이 기본 원칙이 의도적으로 느슨해진 모습이 보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수출대금의 미회수 또는 의도적인 회수 지연입니다. 수출은 이미 완료됐고 통관도 끝났습니다. 외형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 거래처럼 보이지만, 수출대금은 국내로 유입되지 않습니다. 해외 계좌에 그대로 남아 있거나, 회수 시점이 불분명한 상태로 장기간 유지됩니다.

    이렇게 되면 국내로 들어와야 할 달러가 유입되지 않고, 시장에서는 달러 공급이 줄어든 것처럼 인식됩니다. 이는 그대로 환율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수입 거래에서는 또 다른 방향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실제보다 높은 가격으로 거래를 설계하거나, 신고 가격을 부풀리는 방식입니다. 이 경우 정상적으로는 지급되지 않아도 될 달러가 거래 구조를 통해 해외로 빠져나가게 됩니다.

    결국 한쪽에서는 달러 유입이 막히고, 다른 한쪽에서는 달러 유출이 커지면서 환율 수급 구조가 이중으로 왜곡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사후에 적발하겠다”는 접근만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중요한 것은 사전적인 기준 제시와 예방 중심의 관리 장치입니다.
    [변병준의 관세이야기] 들어올 달러는 안 들어 오고 나가지 말아야 할 달러는 나간다
    먼저 관세청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관세청은 이러한 거래 형태가 관세법상 어떤 규정에 위반될 소지가 있는지, 또 외환거래법상 어떤 행위가 문제가 될 수 있는지를 사전에 보다 명확히 안내할 필요가 있습니다.

    막연하게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아니라, 수출대금 미회수가 어떤 조항과 연결되는지, 가격 왜곡을 통한 외화 반출이 어느 규정에서 문제 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대외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기업들도 어디까지가 허용 범위이고, 어디서부터가 위험 구간인지 명확히 인식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제도적으로 한 가지 더 보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정 규모 이상 해외 거래를 수행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회계감사처럼 정기적으로 외환·무역 거래를 점검받는 구조, 즉 ‘외환 검사’ 제도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단속이 아니라 관리입니다. 기업이 스스로 수출대금 회수 현황, 수입대금 지급 구조, 가격 결정 방식을 점검하고, 이를 외부 전문가나 대리인을 통해 한 번 더 확인한 뒤 그 결과를 정기적으로 세관에 보고하는 방식입니다.

    “우리 회사는 정기적인 외환 검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관리 장치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이 제도가 정착되면 기업은 사전에 리스크를 점검할 수 있고, 세관 역시 무작위 조사보다 훨씬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해집니다.
    [변병준의 관세이야기] 들어올 달러는 안 들어 오고 나가지 말아야 할 달러는 나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과정이 처벌이 아니라 예방을 중심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기준을 먼저 알리고 점검 체계를 갖춘 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복되는 경우에만 단계적으로 강한 조치를 취하는 방식이 지금 상황에 더 현실적인 해법입니다.

    환율은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그러나 거래 구조와 대금 흐름은 기업이 선택하고 관리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들어와야 할 달러는 제때 들어오게 하고, 나가지 않아도 될 달러가 불필요하게 유출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 이는 기업의 책임이자 제도의 역할입니다.

    고환율은 언젠가 지나갑니다. 하지만 지금의 잘못된 거래 관행을 바로잡지 않으면 같은 문제는 형태만 바꿔 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사후 적발이 아니라 사전 안내와 구조적인 관리입니다. 이제는 그 방향으로 제도와 인식이 함께 움직여야 할 시점입니다.

    <한경닷컴 The Lifeist> 변병준 관세사(조인관세사무소 대표 관세사)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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