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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의 나라가 디자인을 국가 전략으로 삼은 이유
제3회 대만 디자인 위크
<디자인 넥스트>
대만이 설계한 디자인 민주주의
디자인은 미래 국가 경쟁력의 핵심 수단
디자인으로 공공성·민주주의·지속 가능성 실천
대만 디자인 연구소 장지이 원장 인터뷰
<디자인 넥스트>
대만이 설계한 디자인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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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으로 공공성·민주주의·지속 가능성 실천
대만 디자인 연구소 장지이 원장 인터뷰
첨단 제조의 중심지인 대만이 디자인을 매개로 국가 경쟁력 고도화에 나섰다. 대표 연례행사인 대만 디자인 위크는 리서치 기반의 방법론으로 산업 혁신의 지평을 넓히는 동시에, 민주주의의 가치를 국민의 일상에 내재화하고 있었다.
태평양의 유구한 이주와 교류의 역사를 자양분 삼아 다층적 문화 경관을 구축해 온 대만. 그리고 수도 타이베이의 심장부 신이구信義區에 위치한 쑹산 문화 창조 단지松山文創園區*는 이러한 대만의 문화적 층위를 상징적으로 집약한 장소다. 단지의 모태가 된 2층 규모의 근대식 건물은 일제강점기인 1937년 완공된 지역 최초의 담배 공장으로, 시의 99번째 고적이다. 2011년 리모델링을 거쳐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뒤, 바로크 양식의 정원과 연못, 이토 도요가 설계한 타이베이 뉴 호라이즌, 2024년 개장한 타이베이 돔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도시 재생의 정수를 보여준다.
문화유산과 현대적 감각이 공존하는 단지 내에는 국가 디자인 산업의 컨트롤 타워인 대만 디자인 연구소台灣設計研究院/Taiwan Design Research Institute(이하 TDRI)가 자리하고 있다. 2020년 대만 디자인 센터에서 연구소로 승격된 TDRI는 디자인 전략을 수립하고 산업 발전을 견인하는 유일한 공공 디자인 전문 기관이다. 이들이 쑹산 문화 창조 단지를 근거지로 활동하는 것은 과거의 유산을 미래의 자산으로 재창조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다. 즉, 물리적 보존을 넘어 디자인을 통해 도시의 생태계와 경쟁력을 재정의하는 플랫폼으로서 이곳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쑹산 문화 창조 단지 전경 / 사진제공. © Taiwan Design Research Institute
이를 배경으로 2025년 11월 29일부터 12월 7일까지 제3회 대만 디자인 위크가 진행되었다. 이번에는 세계 디자인 학회(IASDR: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Societies of Design Research)의 콘퍼런스와 동시 개최되어 그 위상을 학술적 차원으로 끌어 올렸다. 전 세계 47개국, 497개 대학 및 85개 기업의 전문가들이 모여 디자인 리서치가 실무 현장과 만나는 최전선을 조명했다. 주제전 <디자인 넥스트(Design Next)>는 건축 크리에이티브 그룹 아키케이크(Archicake)의 수장이자 건축가인 종빙홍鍾秉宏이 큐레이팅을 맡았다.
지속 가능한 발전과 스마트 혁신을 통한 경계의 확장을 논했던 제1회 ‘탄력적 연결(Elastic Bridging)’, 인공지능과 디자인의 조우를 탐구한 제2회 ‘더 게이트웨이(The Gateway)’에 이은 세 번째 전시는 “기술의 폭발적인 발전, 기후 위기, 그리고 가치관의 충돌이 공존하는 이 시대에, 당신은 미래의 삶이 어떤 모습이기를 바라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는 단순한 예측이나 전망에서 나아가 “우리는 어떠한 세상을 구현하고자 하는가?”라는 인본주의적 성찰로 귀결된다. 사상가, 교육자, 실무자 등 각 분야를 선도하는 리더들이 참여한 전시는 이론이 실천으로 전개되는 과정을 절제된 연출로 풀어냈다. 신제품 론칭이나 감각적 자극에 비중을 둔 여타 디자인 이벤트와 차별화되는 이 지점은 사유를 근간으로 하는 대만 디자인 위크만의 정체성을 선명히 각인시킨다.
리서치 기반의 주제전 <디자인 넥스트>는 미래지향적인 질문을 던지며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 사진제공. © Taiwan Design Research Institute
TDRI 역시 주제전에서 공공 디자인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구체적인 사례를 선보이며 디자인의 사회적 실천력을 입증했다. 그중, ‘캠퍼스 디자인 운동’은 교육부와 함께 낙후된 교육 환경을 개선하는 전방위적 이니셔티브다. 배움의 터전을 참여형 학습 공동체로 재설계함으로써, 대만 전역에 디자인의 교육적 효용성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와 더불어 소개된 서비스 디자인 케이스는 국가 거버넌스의 도구로서 디자인의 힘을 실증한다. 투표를 민주주의의 가장 직접적인 행위로 규정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협업해 선거 경험을 향상시킨 것. 인포그래픽을 채택해 가독성을 극대화한 안내서부터 직관적인 절차도, 모듈식 투표 부스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이전의 복잡한 정보 체계를 사용자 중심으로 교체해 호평받았다.
[좌] 대만 디자인 연구소가 개선하기 전의 투표 안내문으로 가독성이 떨어진다 / 사진제공. © Taiwan Design Research Institute [우] 인포그래픽을 활용, 보다 직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개선 후의 투표 안내문 / 사진제공. © Taiwan Design Research Institute
대만 디자인 연구소가 진행 중인 '캠퍼스 디자인 운동' 이니셔티브를 통해 대만 내 학습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 사진제공. © Taiwan Design Research Institute
한편, 이번 디자인 위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순환 경제와 지속 가능성이었다. 막대한 양의 농업 부산물을 소각하거나 매립할 때 발생하는 토양 오염과 탄소 배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기업 유케이엘 엔터프라이즈(UKL Enterprise)는 파인애플 잎 섬유(PALF: Pineapple Leaf Fiber)를 상용화했다. 버려진 파인애플 잎에서 탄생한 고기능성 섬유는 뛰어난 통기성과 항균성을 갖추고 의류부터 인테리어 소품까지 폭넓게 접목할 수 있는 저탄소 선택지로 평가받는다. 미니위즈(MINIWIZ)가 운영하는 업사이클링 체험 공간 트래쉬 키친(Trash Kitchen)에서는 24g의 페트병 뚜껑들을 단 5분 만에 컬러풀한 안경테로 변신시키며 자원 순환의 실효성을 가시화했다.
[좌] 버려진 파인애플 잎에서 탄생한 고기능성 섬유로 제작한 가방 / 사진제공. © UKL Enterprise [우] 버려진 파인애플 잎에서 탄생한 고기능성 섬유는 인테리어 소품부터 생활 용품까지 다채롭게 활용 가능하다 / 사진제공. © UKL Enterprise
미니위즈가 운영 중인 업사이클링 체험 공간 트래쉬 키친 내에서 폐 자재를 활용해 업사이클링 하는 모습 / 사진제공. © MINIWIZ
이어, IT 기업 에이서(Acer)는 디자인과 제조 전반에 환경적 책임을 통합하며 지속 가능한 기술 표준을 제시했다. 친환경 라인업인 ‘베로(Vero)’ 시리즈는 포스트 컨슈머 리사이클 플라스틱을 전면 도입했으며, 굴 패각을 재활용한 바이오 소재를 노트북 하우징에 세계 최초로 적용하는 등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에이서는 2035년까지 재생 에너지 100% 사용을 목표로 글로벌 이니셔티브 RE100에 동참하며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로드맵을 이행 중이다.
포스트 컨슈머 리사이클 플라스틱을 전면 도입한 에이서의 베로 시리즈 / 사진제공. © ACER
디자인 위크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골든 핀 디자인 어워드(Golden Pin Design Awards)다. 1981년 대만 디자인 센터가 주축이 되어 창설한 이 어워드는 2014년 출품 대상을 글로벌로 확대한 이래로 디자인 우수성을 가늠하는 벤치마크로 진화했다. 전 세계 28개 국가와 지역에서 제출된 작품 중 영예를 안은 100여 점의 수상작은 쑹산 문화 창조 단지 내 대만 디자인 뮤지엄에서 특별 전시로 대중과 만났다.
대만 디자인 뮤지엄에서 열린 골든 핀 디자인 어워드 수상작 전시 / 사진제공. © Taiwan Design Research Institute
행사의 대미를 장식한 시상식은 12월 5일, 렘 콜하스의 손길이 담긴 랜드마크, 타이베이 공연예술센터에서 거행되었다. 혁신성, 기능성, 심미성, 커뮤니케이션 및 통합성이라는 다섯 가지 메인 지표를 바탕으로 심사를 거친 결과, 최고 디자인상 22점, 특별상 3점, 콘셉트 디자인상 3점이 최종 선정되었다. 무엇보다 제품 디자인 부문의 수상작들은 디자인으로 현실 세계의 난제들을 해결하려는데 적극성을 띠었다. 대표 사례로 대만의 이지 인터내셔널(Yee Gee International)이 운영하는 브랜드 아쿠아센도(Aquacendo)가 공개한 ‘라이트업 필터 보틀’을 꼽을 수 있다. 이 제품은 물 여과 기능과 태양광 LED 조명을 결합해 식수와 전력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 생존 솔루션을 제공한다. 독일 소넨글라스®Sonnenglas®의 모듈식 태양광 조명 시스템 ‘소모(SOMO)’는 등유 램프의 안전한 대체안일 뿐만 아니라,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공정 무역 인증 공장에서 수작업으로 조립되어, 현지 고용 창출과 기술 역량 강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골든 핀 디자인 어워드 수상작인 아쿠아센도의 ‘라이트업 필터 보틀’
다음은 TDRI의 원장이자 세계 디자인 기구의 이사로, 대만의 디자인 거버넌스를 국가적 차원으로 승화시키고 글로벌 창의 네트워크와 연결을 주도하는 장지이張基義와의 인터뷰다.
▷ TDRI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2020년 대만 디자인 센터가 TDRI로 승격되면서 우리는 정부와 산업, 사회를 잇는 디자인 중개자로서 전례 없는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았습니다. 도시철도 노선도 및 역사 환경 개선을 아우르는 공공 시스템부터 디자인 외교와 정책 수립을 위한 리서치까지, 국가 거버넌스 전 영역을 관장합니다. 특히, TDRI는 출범 당시 대만 총통이 직접 수여하는 국가 최고 영예인 프레지덴셜 이노베이션 어워드에서 수상했습니다. 당시 수상 명단에는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티에스엠씨(TSMC)도 이름을 올렸지요. 이는 디자인이 기술과 대등한 국가 핵심 산업으로 격상되었음을 잘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대만 디자인 연구소 장지이 원장 / 사진제공. © Taiwan Design Research Institute
▷ 언급하신 티에스엠씨를 비롯해 지역의 첨단 제조 생태계는 디자인과 만나 어떤 시너지를 내는지 궁금합니다.
“대만 디자인 신의 경쟁력은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제조사, 사회 간의 긴밀한 협업에 있습니다. 아이디어에서 시제품 제작, 그리고 실제 현장에 적용되기까지의 속도가 이토록 빠른 곳은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지요. 이처럼 제조 역량에 근거한 기동성은 사회적 요구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 이러한 환경 속에서 디자인 위크는 글로벌 디자인 신에서 확고한 ‘사상적 리더’로서 포지셔닝하기 위한 전략을 택했습니다. 행사 최초 기획 단계에서 영감을 얻은 도시가 있다면요?
“앞서 밀라노, 런던, 에인트호번, 헬싱키의 사례를 면밀히 살폈습니다. 하지만 특정 행사를 답습하기보다는 우리만의 고유성을 찾는 데 집중했으며, 무엇보다도 아이디어 그 자체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대만 디자인 위크는 지적 포럼이 결합한 하이브리드 형식으로, 비판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디자인 담론이 오가는 허브로 자리매김하고자 합니다.”
▷ 대만 디자인 위크가 비판적 관점을 수용하고 때로는 디자인의 한계를 논의하는 공론장으로서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보시나요?
“물론입니다. 디자인은 정치적 선전이 아니라 소통을 위한 도구입니다. 대만 디자인 위크는 이에 대해 매우 포용적이라고 여깁니다. 우리는 디자인의 잠재력은 물론, 기존 제도에 건전한 의문을 제기하고, 그 한계까지도 투명하게 공론화합니다.”
▷ 지난 회차들과 달리 이번 주제전 연출이 통찰력과 방법론을 강조하려는 선택이었음을 대번에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디자인 넥스트’는 작금의 시대적 요구를 어떻게 투영합니까?
“디자인 산업에 있어 이 주제는 개인과 제품 중심적 접근에서 나아가 인류 공동체와 전 지구적 관점으로 디자인의 외연을 넓히는 근본적인 변화를 뜻합니다. 디자이너가 미래를 주도적으로 설계하는 퓨처 메이커로 진화하도록 장려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저명한 학자와 정책 입안자들이 모여 건강, 고령화, 인공지능과 지속 가능성을 포함한 동시대 이슈를 다각도로 짚어내며 더욱 공고해졌지요.”
리서치 기반의 주제전 <디자인 넥스트>는 미래지향적인 질문을 던지며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 사진제공. © Taiwan Design Research Institute
▷ 주제전의 마지막 단계에서 마주한 참여형 기표 섹션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처럼 디자인 위크 전반에서 느껴지는 ‘민주주의를 위한 디자인’을 어떻게 정의 내리시나요?
“TDRI가 말하는 민주적인 디자인이란 뿌리 깊은 공동체 의식에 기반한 구성원의 참여와 투명성, 신뢰를 다지기 위해 디자인을 활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과물이 아닌 과정에 포커싱하고요. 공공 시스템 안에서 민관학이 상호 유기적으로 대화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디자인은 비단 정치의 영역을 넘어 일상 속 민주 문화를 함양하는 토대가 되며, 이것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작년 9월 열린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의 설립자이자 디렉터인 벤 에번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브렉시트 이후 인재 유입 둔화를 가장 큰 당면 과제로 꼽은 바 있습니다. 대만은 현실은 어떤가요?
“개방 경제 체제에서 인적 자본의 유동성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결국 관건은 ‘대만이 창작자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인 장소인가?’에 있으며, 이를 위한 우리의 전략은 분명합니다. 대만을 세계적 수준의 디자인 프로젝트가 실현되고, 그 진가를 온전히 인정받는 무대를 구축하는 것이죠. 디자인 위크와 학술 대회, 다양한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의 유능한 인재들에게 기회를 주고, 외부 인력 유치에도 적극적입니다.”
타이베이=유승주 아르떼 객원기자
쑹산 문화 창조 단지松山文創園區*
타이베이시 정부 관광국의 웹사이트의 공식 한국어 명칭을 따라 작성했습니다.
태평양의 유구한 이주와 교류의 역사를 자양분 삼아 다층적 문화 경관을 구축해 온 대만. 그리고 수도 타이베이의 심장부 신이구信義區에 위치한 쑹산 문화 창조 단지松山文創園區*는 이러한 대만의 문화적 층위를 상징적으로 집약한 장소다. 단지의 모태가 된 2층 규모의 근대식 건물은 일제강점기인 1937년 완공된 지역 최초의 담배 공장으로, 시의 99번째 고적이다. 2011년 리모델링을 거쳐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뒤, 바로크 양식의 정원과 연못, 이토 도요가 설계한 타이베이 뉴 호라이즌, 2024년 개장한 타이베이 돔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도시 재생의 정수를 보여준다.
문화유산과 현대적 감각이 공존하는 단지 내에는 국가 디자인 산업의 컨트롤 타워인 대만 디자인 연구소台灣設計研究院/Taiwan Design Research Institute(이하 TDRI)가 자리하고 있다. 2020년 대만 디자인 센터에서 연구소로 승격된 TDRI는 디자인 전략을 수립하고 산업 발전을 견인하는 유일한 공공 디자인 전문 기관이다. 이들이 쑹산 문화 창조 단지를 근거지로 활동하는 것은 과거의 유산을 미래의 자산으로 재창조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다. 즉, 물리적 보존을 넘어 디자인을 통해 도시의 생태계와 경쟁력을 재정의하는 플랫폼으로서 이곳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발전과 스마트 혁신을 통한 경계의 확장을 논했던 제1회 ‘탄력적 연결(Elastic Bridging)’, 인공지능과 디자인의 조우를 탐구한 제2회 ‘더 게이트웨이(The Gateway)’에 이은 세 번째 전시는 “기술의 폭발적인 발전, 기후 위기, 그리고 가치관의 충돌이 공존하는 이 시대에, 당신은 미래의 삶이 어떤 모습이기를 바라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는 단순한 예측이나 전망에서 나아가 “우리는 어떠한 세상을 구현하고자 하는가?”라는 인본주의적 성찰로 귀결된다. 사상가, 교육자, 실무자 등 각 분야를 선도하는 리더들이 참여한 전시는 이론이 실천으로 전개되는 과정을 절제된 연출로 풀어냈다. 신제품 론칭이나 감각적 자극에 비중을 둔 여타 디자인 이벤트와 차별화되는 이 지점은 사유를 근간으로 하는 대만 디자인 위크만의 정체성을 선명히 각인시킨다.
▷ TDRI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2020년 대만 디자인 센터가 TDRI로 승격되면서 우리는 정부와 산업, 사회를 잇는 디자인 중개자로서 전례 없는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았습니다. 도시철도 노선도 및 역사 환경 개선을 아우르는 공공 시스템부터 디자인 외교와 정책 수립을 위한 리서치까지, 국가 거버넌스 전 영역을 관장합니다. 특히, TDRI는 출범 당시 대만 총통이 직접 수여하는 국가 최고 영예인 프레지덴셜 이노베이션 어워드에서 수상했습니다. 당시 수상 명단에는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티에스엠씨(TSMC)도 이름을 올렸지요. 이는 디자인이 기술과 대등한 국가 핵심 산업으로 격상되었음을 잘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대만 디자인 신의 경쟁력은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제조사, 사회 간의 긴밀한 협업에 있습니다. 아이디어에서 시제품 제작, 그리고 실제 현장에 적용되기까지의 속도가 이토록 빠른 곳은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지요. 이처럼 제조 역량에 근거한 기동성은 사회적 요구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 이러한 환경 속에서 디자인 위크는 글로벌 디자인 신에서 확고한 ‘사상적 리더’로서 포지셔닝하기 위한 전략을 택했습니다. 행사 최초 기획 단계에서 영감을 얻은 도시가 있다면요?
“앞서 밀라노, 런던, 에인트호번, 헬싱키의 사례를 면밀히 살폈습니다. 하지만 특정 행사를 답습하기보다는 우리만의 고유성을 찾는 데 집중했으며, 무엇보다도 아이디어 그 자체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대만 디자인 위크는 지적 포럼이 결합한 하이브리드 형식으로, 비판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디자인 담론이 오가는 허브로 자리매김하고자 합니다.”
▷ 대만 디자인 위크가 비판적 관점을 수용하고 때로는 디자인의 한계를 논의하는 공론장으로서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보시나요?
“물론입니다. 디자인은 정치적 선전이 아니라 소통을 위한 도구입니다. 대만 디자인 위크는 이에 대해 매우 포용적이라고 여깁니다. 우리는 디자인의 잠재력은 물론, 기존 제도에 건전한 의문을 제기하고, 그 한계까지도 투명하게 공론화합니다.”
▷ 지난 회차들과 달리 이번 주제전 연출이 통찰력과 방법론을 강조하려는 선택이었음을 대번에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디자인 넥스트’는 작금의 시대적 요구를 어떻게 투영합니까?
“디자인 산업에 있어 이 주제는 개인과 제품 중심적 접근에서 나아가 인류 공동체와 전 지구적 관점으로 디자인의 외연을 넓히는 근본적인 변화를 뜻합니다. 디자이너가 미래를 주도적으로 설계하는 퓨처 메이커로 진화하도록 장려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저명한 학자와 정책 입안자들이 모여 건강, 고령화, 인공지능과 지속 가능성을 포함한 동시대 이슈를 다각도로 짚어내며 더욱 공고해졌지요.”
“TDRI가 말하는 민주적인 디자인이란 뿌리 깊은 공동체 의식에 기반한 구성원의 참여와 투명성, 신뢰를 다지기 위해 디자인을 활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과물이 아닌 과정에 포커싱하고요. 공공 시스템 안에서 민관학이 상호 유기적으로 대화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디자인은 비단 정치의 영역을 넘어 일상 속 민주 문화를 함양하는 토대가 되며, 이것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작년 9월 열린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의 설립자이자 디렉터인 벤 에번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브렉시트 이후 인재 유입 둔화를 가장 큰 당면 과제로 꼽은 바 있습니다. 대만은 현실은 어떤가요?
“개방 경제 체제에서 인적 자본의 유동성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결국 관건은 ‘대만이 창작자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인 장소인가?’에 있으며, 이를 위한 우리의 전략은 분명합니다. 대만을 세계적 수준의 디자인 프로젝트가 실현되고, 그 진가를 온전히 인정받는 무대를 구축하는 것이죠. 디자인 위크와 학술 대회, 다양한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의 유능한 인재들에게 기회를 주고, 외부 인력 유치에도 적극적입니다.”
타이베이=유승주 아르떼 객원기자
쑹산 문화 창조 단지松山文創園區*
타이베이시 정부 관광국의 웹사이트의 공식 한국어 명칭을 따라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