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설비 관련주가 국내 증시에서 뚜렷한 상승 흐름을 보이며 다시 시장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글로벌 전력망 투자 확대,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폭증, 재생에너지 연계 설비 강화라는 3대 구조적 요인이 동시에 부각되면서 전력 인프라 기업들의 실적 개선 기대가 빠르게 높아졌다는 평가다. 특히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노후 송전망 교체와 초고압 변압기 증설 프로젝트가 연이어 발표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전력 안정성 확보를 위한 투자가 확대되는 흐름이 겹치며 전력설비 업종 전반이 강한 수급을 받았다.

해외 측면에서는 미국의 대규모 송전망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모멘텀으로 작용했다. 북미 시장에서는 초고압 변압기와 차단기, 스위치기어 등 핵심 전력기기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돌고 있으며, 최근 들어 민간 유틸리티 기업들이 대형 프로젝트 발주를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이 기존 대비 몇 배 이상 확대되면서, 지역별로 전력 부족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전력설비 기업에 대한 관심을 자극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신규 데이터센터와 AI 전용 서버 팜 구축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며, 300kV 이상 고압 변압기·배전 설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장에서는 북미 전력망 투자 규모가 향후 10년간 사상 최대 수준이 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유럽 역시 탈탄소 정책을 기반으로 송전망과 신재생 연계 투자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풍력·태양광 발전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한 ESS(에너지저장장치), HVDC(초고압직류송전), 변압기 고도화 등 인프라 전반에서 투자가 이어지며 글로벌 전력기기 업체들이 수혜를 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유럽의 인증 체계를 충족한 고사양 변압기와 배전 장비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며 시장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이미 유럽 복수의 전력망 운영사와 중장기 공급 계약을 확보해 수주잔고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전력설비 투자 확대가 가시화되고 있다. 산업용 전력 수요가 계속 증가하는 가운데, 여름·겨울 전력 피크 시기마다 전력 예비율이 빠르게 감소하면서 전력 안정성 확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와 공기업이 송배전망 보강, 노후 변압기 교체, 스마트 그리드 구축 등을 포함한 전력 인프라 예산을 확대한 반면, 민간 기업들도 AI 데이터센터 구축 및 공장 증설을 통해 고압 전력설비 수요를 크게 늘리고 있어 관련 업종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배터리·자동차 등 주력 제조업의 설비투자가 본격화되며 산업단지 전력망 확충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시장 전체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전력설비 업종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공급 부족 현상이다. 글로벌 초고압 변압기 제조사는 제한적이고, 생산 및 납기 기간이 길어 수요 급증을 따라잡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이 때문에 수주가 장기간 이어지고, 기업의 수주잔고가 꾸준히 증가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실제로 주요 전력설비 기업들은 최근 수개월간 대형 프로젝트 계약을 잇달아 확보해 수주잔고가 과거 대비 크게 불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일부 기업들은 향후 2~3년간 생산능력 증설 계획을 공식화한 상태다. 글로벌 전력망 재편이라는 장기 사이클이 막 시작됐다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단순 테마성 강세가 아니라 구조적 성장의 초입이라는 분석도 많다.

HD현대일렉트릭, 하나금융지주, POSCO홀딩스, 한화솔루션, 엘앤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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