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눈물 몸부림···날 것 그대로의 춤, 호흡
日 현대무용 부토 공연 '봄의 제전'
10년전 무릎 인대 끊어진
한국인 무용수 양종예
춤으로 써낸 '자기 고백'
온몸 하얀 '시로누리' 분장
피눈물 상징 붉은 실 달고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발끝
마침내 고통 이겨낸 소녀
춤추는 운명 다시 마주해
10년전 무릎 인대 끊어진
한국인 무용수 양종예
춤으로 써낸 '자기 고백'
온몸 하얀 '시로누리' 분장
피눈물 상징 붉은 실 달고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발끝
마침내 고통 이겨낸 소녀
춤추는 운명 다시 마주해
6년 만의 오픈, 빈 항아리 ‘고추텐’ 안에 담은 부토
고추텐은 30~4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작은 스튜디오. 첫날 공연에 약 70명의 관객이 이곳을 찾았고, 총 8회 진행된 공연이 모두 매진됐다. 다이라쿠다칸 고추텐의 공연을 기다린 건 일본 현지인뿐이 아니었다. 다양한 국적의 관객이 모여 부토를 보기 위해 빼곡하게 끼어 앉는 상황을 기꺼이 감수했다.
‘봄의 제전’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이 작품은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이 이름표를 달았을까. 안무가이자 연출자인 양종예는 발레 뤼스의 ‘봄의 제전’을 처음 봤을 때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내부에서 경련이 일어났고, 마치 접신한 것처럼 움직이는 무용수들의 모습이 부토 같았다고 했다. 그 당시 신랄한 비난을 받은 작품이 지금은 걸작으로 자리매김했듯이 예술의 길은 그런 격렬한 경련의 길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음악은 일본에서 활동하는 프랑스 아티스트 콩스탕 부아쟁과 함께했다. 이번 ‘봄의 제전’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자기 이야기를 부토로 써 내려간, 봄을 향한 제전이다.
검은 칠 ‘구로누리’의 몸, 내면의 어둠과 나란히 서다
무대의 장막이 올라가고 마주친 첫 모습부터 신선한 충격이다. 다섯 명의 부토 예술가가 반나체를 하얗게 칠한 채 매달려 있었다. 마치 안이 텅 빈 인형 같은 그 빈 몸들. 양종예는 ‘이들의 몸을 빌려서 춤을 춘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영화 ‘솔라리스’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첫 장면에는 ‘생각하는 바다’를 통해 자신의 기억과 내면세계, 실존을 탐구하고자 하는 시도를 담았다. 이후 한 명이 합류해서 여섯 명의 부토 예술가는 밀짚모자를 쓴 소녀가 되기도 하고, 밑바닥이 뚫린 양동이를 들고 나타난 여인이 되기도 한다. 양종예는 이 ‘정체불명의 엑스’가 모두 자기 자신의 모습이라고 했다.밀짚모자를 쓴 소녀들의 모습은 연약하고 귀여워 보이지만 그 밝고 순수한 모습은 본인의 가장 용기 있는 모습이라고 고백한다. 구멍 난 양동이를 들고 나타난 여인은 로댕의 조각 작품 ‘다나이드’에서 영감을 받은 장면이다. 구멍 난 그곳에 영원히 물을 채우는 형벌을 받은 다나이드처럼 예술에, 춤에 목마르지만 채울 수 없는 물을 계속 길어 나르는 자신의 모습이 투영돼 있었다. 이후에 등장하는 ‘엄마에게’ 장면은 세상에 태어나 첫 번째로 만나는 세계인 엄마라는 존재에게 느끼는 양가감정을 담았다. 사랑하면서 미워하고, 미워하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 감정을 어찌할 줄 몰라 부토 안에 쏟아냈다.
양종예는 10년 전 무릎 인대가 끊어져 무용수로서 심적 지진을 겪었다. 그런 그가 이제 쉰이 돼 자신을 돌아봤다. 다리에 붕대를 감고 절뚝거리는 부토 예술가의 몸을 통해 그때의 심정을 담았고, 사슴 머리를 들고 계속 춤을 추는 장면에 신념을 담았다. 그리고 작품 속에서 이케자와 나쓰키 소설 <스틸 라이프>의 프롤로그 일부를 낭독했다. “네 곁에 서 있는 세계 말고도 또 다른 세계가 네 안에 있다. 너는 가만히 상상해본다. 네 안에 숨어 있다는 그 세계를. 그 광대한 세계는 언제나 어두컴컴하다.”
그 문장을 통해 정물화(스틸 라이프)가 돼 자신을 바라본다. 미워했고, 감추고 싶었고, 쳐다보기 싫었던 어둠을 그것 옆에 나란히 서서 부토의 터널을 통해 바라볼 수 있었다. 벗겨지지 않은 빨간 신발은 그를 예술의 제물로 삼았지만, 기꺼이 제물이 됐기에 빨간 피눈물 사이에서도 운명을 마주할 힘을, 어둠과 나란히 설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소녀는 쉰이 됐다. 피눈물을 무대 위에 승화시키며 빨간 신발을 신고 여전히 춤을 출 수 있는 멋진 쉰이 됐다.
도쿄=이단비 무용 칼럼니스트·<발레, 무도에의 권유>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