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월 취임 후 첫 한국 방문
1대당 5500억 '하이 NA EUV'
국내 반도체 빅2와 동맹 강화
차세대 D램·파운드리 협력 속도
이재용·최태원 깜짝 회동 가능성
최첨단 반도체 공정의 필수품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빛으로 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장비)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네덜란드 ASML의 크리스토퍼 푸케 최고경영자(CEO)가 12일 방한한다. ASML의 한국 전진기지 역할을 할 경기 화성시 동탄 신사옥 개소식에 참석하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의 협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ASML은 신사옥 개소를 계기로 한국 기업들과 수직채널트랜지스터(VCT) D램, 2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등 차세대 제품·공정 관련 기술 협력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푸케 CEO의 방한을 계기로 ASML이 삼성전자와 함께 7억유로(약 1조2000억원)를 투입해 국내에 짓기로 한 공동 연구개발(R&D)센터(조인트랩) 프로젝트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ASML, 한국 전진기지 개소
11일 업계에 따르면 ASML은 2400억원을 투자해 최근 완공한 동탄 신사옥 개소식을 12일 연다. 행사엔 푸케 CEO와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의 고위 임원이 참석한다. 푸케 CEO의 방한은 지난해 4월 CEO에 취임한 이후 처음이다.
ASML은 ‘초미세공정의 필수품’으로 불리는 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업체다. 빛의 파장이 13.5㎚인 EUV 장비는 193㎚ 파장을 활용하는 심자외선(DUV) 장비보다 미세하게 회로를 그릴 수 있는 특성 덕분에 초미세 공정에 반드시 필요한 장비로 분류된다.
◇하이 NA EUV 협업 강화
ASML은 신사옥 개소를 계기로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와 ‘하이(High) 뉴메리컬어퍼처(NA) EUV’ 관련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인공지능(AI) 시대가 오면서 기존 EUV 장비를 넘어서는 신형 노광장비의 필요성이 커졌다.
하이 NA EUV는 전 세대 EUV와 비교해 빛의 파장은 같지만 렌즈가 빛을 모을 수 있는 수치를 나타내는 NA를 높인 게 특징이다. 기존 장비의 NA(0.33)보다 40% 향상된 0.55의 NA를 구현해 1.7배 정밀하게 회로를 그릴 수 있다. 성능이 개선된 만큼 가격은 대당 5500억원 수준으로 기존 EUV 장비(약 3000억원)보다 83.3% 비싸다. 연간 생산가능 물량이 7~8대에 불과해 반도체 업체 간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삼성전자는 연내 최신 하이 NA EUV를 한 대 들여온 뒤 내년 상반기 한 대 더 도입하기로 했다. 올초 R&D용 하이 NA EUV 장비를 경기 화성캠퍼스에 설치한 삼성전자는 새로 도입한 양산용 장비를 파운드리 승부처인 2㎚ 이하 공정에 우선 투입할 계획이다. 2027년께 본격적으로 생산할 예정인 VCT D램 등 고성능·저전력 D램 개발 및 양산에도 활용한다.
SK하이닉스도 지난 9월 하이 NA EUV를 경기 이천 M16 공장에 반입했다. 양산용 D램 공장에 하이 NA EUV 장비를 설치한 건 SK하이닉스가 처음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이 장비를 VCT D램 생산에 활용하기로 했다.
◇삼성·SK 고위 경영진 회동
ASML이 삼성전자와 최첨단 반도체 공동 R&D를 위해 총 7억유로를 투입하는 공동 R&D센터 프로젝트도 탄력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전용 EUV 연구소와 R&D용 라인이 들어서는 이 시설에서 ASML과 미래 반도체 개발을 함께 할 계획이다. 현재 두 회사는 막바지 부지 선정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푸케 CEO가 이번 방한 기간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및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과 만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회장은 유럽 출장 때마다 ASML 본사에 들렀고, 최 회장도 2023년 12월 ASML 본사를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