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공장 신차 투입·차종 재배치
광주2공장, 혼류 생산 방식으로
기존 내연차와 함께 전기차 제조
신형 전기차는 화성2공장서 생산
전기차 시장 살아나자 선제 대응
유럽서 年18만대 생산체제 구축
기아가 내연기관차량 생산공장인 광주2공장에서 전기차를 생산한다. 개발 단계에 있는 신형 전기차는 화성2공장에서 만들기로 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해소될 조짐을 보이자 전기차 생산 체제를 본격적으로 정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공장, 전기차 전환
16일 기아 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노조와 사측은 지난 14일 고용안정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생산 계획에 협의했다. 국내 공장에 신차 투입과 차종 재배치를 통해 전기차 생산을 늘리는 게 협의 내용의 골자다.
특히 노사는 화성2공장에서 기아가 준비하고 있는 신형 전기차(프로젝트명 CB)를 생산하기로 했다. CB는 개발 초기 단계여서 아직 차급이 공개되지 않은 전기차다. 노사는 일단 2030년까지 CB를 화성2공장에 투입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2027년 출시를 앞둔 PV7도 화성의 ‘EVO 플랜트’에서 생산하기로 확정했다. PV7은 현대자동차의 스타리아보다 70㎝가량 긴 중형 목적기반차량(PBV)이다. 화성2·3공장에서 병행 생산하던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6는 화성3공장에서만 전담 생산하는 것으로 조정했다. 회사 관계자는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노사는 스포티지(내연기관)만 생산하는 광주2공장에서도 전기차를 만들기로 협의했다. 내연기관차량과 전기차를 함께 제조하는 혼류 생산을 채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혼류 생산은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는 것보다 비용이 10분의 1 수준으로 덜 들고, 설비 전환 기간도 한 달 내외로 짧다. 수요 변화에 따라 생산량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광주1공장에서 셀토스와 EV5를 혼류 생산하고 있다. 기아는 조만간 혼류 생산을 위해 광주2공장의 설비 전환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노사는 기술 역량이 충족되면 모터, 인버터, 감속기 등 전기차 핵심부품을 통합한 PE모듈과 배터리팩에 대한 설비 투자 및 생산도 국내에서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부품 내재화로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캐즘 완화 선제적 대비”
기아가 전기차 중심으로 생산라인을 전환한 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 세계 신규 등록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 포함)는 1283만7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7.7% 많아졌다. 최대 시장인 중국(29%)뿐 아니라 유럽(32%)에서도 전기차 판매량이 1년 전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기나긴 캐즘이 완화될 조짐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기아는 이런 흐름에 발 빠르게 올라타고 있다. 기아는 올 상반기 세계 시장에서 11만4000대를 팔며 처음으로 10만 대를 넘겼다. 특히 소형 전기 SUV EV3가 올 상반기 유럽에서만 3만5023대가 팔리며 실적을 견인했다. EV3는 테슬라 모델 Y·모델 3, 폭스바겐 ID.3·4·7에 이어 유럽 전기차 판매 6위에 올랐다.
이에 따라 기아는 해외에서도 전기차 생산을 확대하기로 했다. 2027년까지 유럽에서만 EV4 해치백 8만 대, EV2 10만 대 등 연간 18만 대 전기차 생산 체제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8월부터는 현대차를 포함해 유럽에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가 들어가는 EV4 해치백을 슬로바키아 질리나 공장에서 처음 생산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