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라마와 구분되는 공연의 근본적인 특징은 라이브, 즉 현장감이다. 그렇기에 공연은 특정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 가야지만 볼 수 있는 것이며, 현장에 가지 않는 한 절대 볼 수 없다. 더불어 극이 진행되며 전개되는 장면은 다시 볼 수 없는 순간적이면서도 일회적이다. 그러나 팬데믹을 겪으며 국내외 공연계가 셧다운되었고, 공연을 이어가기 위한 대안으로 공연 영상화 사업이 급부상하게 되었다. 물론 이전에도 영상화 작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서구 사회에서는 20세기 후반부터 공연 아카이빙에 대한 논의와 작업이 있었으며, 국내에서도 2000년대 후반부터 조명하기 시작했다.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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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이 2009년 공연예술박물관을 개소하면서 아카이브 운영을 본격화했고, 국립국악원은 2012년부터 온라인 아카이브 서비스를, 아르코 예술기록원은 그 이전인 1971년부터 공연예술 기록을 수집해 왔다.1) ‘지금-여기’를 벗어나는 순간 사라지는 것만의 고유한 가치는 분명히 있지만, 공연예술 아카이빙은 공연예술사를 기록하고 연구하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기도 하다. 더불어 완성된 공연뿐 아니라 공연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영상으로 남기는 것 또한 중요한 기록물이 된다. 이에 2000년대 이후 공연예술의 기록과 보존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2010년대 이후 기술의 발전으로 아카이빙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현재는 국립극장(가장 가까운 국립극장), 국립극단(온라인 극장), 예술의전당(디지털 스테이지), 국립오페라단(크노마이오페라) 등 다양한 국공립 단체가 공연 영상화 작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가장 가까운 국립극장 / 사진. Ⓒ국립극장
가장 가까운 국립극장 / 사진. Ⓒ국립극장
한편, 공연예술 장르 중 뮤지컬은 강한 상업성을 띠고 있고, 민간 주도적인 특징을 띄는 만큼 아카이빙 및 영상화 사업 또한 국공립 단체와는 다소 다른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공연 기록과 자료 보존의 목적 이외에도 또 다른 수익 창구로서 인식된다. 이에 팬데믹 당시 공연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국내외 뮤지컬 제작사는 공연 실황 생중계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공연 실황 생중계란 말 그대로 무대에서 상연되는 뮤지컬 공연을 영상으로 촬영해서 공개하는 것을 말한다. 유튜브 생중계 혹은 네이버 유료 중계를 통해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는 팬데믹이 끝난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으며, 국내 뮤지컬계에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더 나아가 뮤지컬 생중계는 뮤지컬 실황 영화 제작 및 영화관 개봉으로 확대되었고, 국내에서는 뮤지컬 제작사 EMK를 중심으로 시작되었으며, 진행되고 있다.

2019년 <웃는 남자>의 감독판(감독 김수기, EMK) 개봉을 시작으로(2018년 <안나카레니나>의 실황 영상이 영화관에서 상연되었으나 러시아 실황 영상이라는 점에서 배제했다), 2021년에는 다수의 뮤지컬 작품이 영화관에서 상연되었다. <몬테크리스토: 더 뮤지컬 라이브>(감독 오윤동, EMK), <팬텀: 더 뮤지컬 라이브>(감독 박재석, EMK), <시데레우스>(랑), <잃어버린 얼굴 1895>(서울예술단), <호프: 잃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R&D웍스), <베르나르다 알바>(우란문화재단), <베르테르>(CJ E&M), <스웨그 에이지: 외쳐, 조선!>(PL엔터테인먼트), <더 데빌>(R&D웍스·PAGE1). 2023년에는 <사랑의 불시착: 라이브 인 서울>(감독 박재석, 팝뮤직·아스트 카멜), 2024년에는 <영웅: 라이브 IN 시네마>(감독 김명서, 에이콤), <엘리자벳: 더 뮤지컬 라이브>(감독 박재석, EMK)가 개봉했다. 2025년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CGV가 선보이는 공연예술 콘텐츠 활성화 사업 ‘아르코 라이브(ARKO LIVE)’로 <라파치니의 정원>(스튜디오선데이),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라이브)이 영화관에서 상연되었다. 또한 <프랑켄슈타인: 더 뮤지컬 라이브>(감독 박재석, EMK)가 현재 상연 중이다.

여러 작품이 개봉했지만, 그동안 대부분 작품의 관객 수가 1만 명대에 머물렀다(상연 기간 및 영화와는 다른 자본도 고려할 부분이다). 작년에 개봉한 <엘리자벳: 더 뮤지컬 라이브>가 이례적으로 약 4.9만 명 관객 수에 도달했다. 그리고 현재 상영 중인 <프랑켄슈타인: 더 뮤지컬 라이브>가 대략 개봉 15일이 지나가는 현재 약 6.7만 명에 도달하는 기록을 세웠다.
공연 실황 영화 <프랑켄슈타인: 더 뮤지컬 라이브> 포스터 / 사진. ⒸEMK, 위즈온센
공연 실황 영화 <프랑켄슈타인: 더 뮤지컬 라이브> 포스터 / 사진. ⒸEMK, 위즈온센
아마도 이는 기존에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탄탄한 팬층에 힘입은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2014년 충무아트홀 개관 10주년 기념작으로 제작된 작품으로, 초연 이후 10주년 5연까지 지속적으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온 작품이다. 특히 이 작품은 당시 한국적인 소재로 하던 제작의 주 흐름의 방향과 다르게, 동명의 해외 원작을 각색하는 시도를 성공적으로 선보였다. 본 작품의 흥행 이후, 지금과 같이 한국 뮤지컬 시장에 해외 원작 기반의 창작뮤지컬 제작의 흐름이 형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외 라이선스 수출 또한 이루어져 일본에서 2017년(초연), 2020년(재연), 2024년(삼연) 공연이 상연되었다.

EMK는 자생적으로 2019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자신들의 작품을 영상화하여 영화관에서 개봉해 왔다. 또한 <프랑켄슈타인: 더 뮤지컬 라이브>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발표된 작품을 현재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MK 김지원 부대표에 따르면 이 사업은 10년 전 뮤지컬 <마타하리>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영상으로 남기면서 작품의 제작 과정과 완성된 작품을 기록하고 보존하는 것의 중요성과 가치를 인지하게 되었다고. 특히 국내 공연 시장은 오픈런이 아닌 일정 기간만 공연이 상연되는 만큼 해외 관계자를 포함 더 많은 사람에게 공연을 알리고 싶은데 물리적으로 많은 제약이 있었다고 한다. 본 사업 초기에는 공연의 본질을 훼손한다는 다수의 의견에 많은 반대에 부딪혔지만, 팬데믹을 겪으면서 영상화 기록 작업의 필요성이 더욱 감각적으로 느껴졌다고 언급했다.3)

공연 실황 영상의 영화관 상연 사업은 2006년 12월 30일 뉴욕에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The Met: Live in HD)에 의해 처음 시작되었다.2) 이후 영국 국립극장이 NT Live를 시작하며 자신들의 연극을 전 세계 극장이나 영화관에 생중계하기 시작했다. 공연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었지만, 관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며 안정적인 수익 모델로 자리 잡았다. 해외 뮤지컬의 경우에도 <해밀턴>, <오페라의 유령>, <키다리 아저씨>, <빌리 엘리어트> 등의 공연 실황 영상이 제작되어 상연되었다.

뮤지컬을 포함해 공연예술 무대를 카메라로 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공연은 특정 누군가의 시선 하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대 예술이 펼쳐지는 동안 관객은 자신이 선택한 인물을 볼 수 있는 자유를 가지며, 동시에 여러 일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어느 것에 더 집중할 것인가 또한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영상화되는 순간 어떤 것에 집중할 것인지, 누구의 시선에 집중할 것인지와 같은 권력은 감독의 것이 된다. 그렇기에 어떤 시선으로 무대를 바라보고, 어떻게 장면을 담을 것인지와 같은 감독의 선택에 작품이 다시 카메라의 시선으로 만들어지게 된다. 이에 국내에서 여러 감독이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과정에 있으며, 감독의 선택에 따라 공연 실황 영상화 작업은 단순한 아카이빙의 의미를 넘어 새로운 시선의 가능성을 열어줄 수도 있게 된다.
공연 실황 영화 <프랑켄슈타인: 더 뮤지컬 라이브> 티저 영상 캡처본 / 사진. ⒸEMK, 위즈온센
공연 실황 영화 <프랑켄슈타인: 더 뮤지컬 라이브> 티저 영상 캡처본 / 사진. ⒸEMK, 위즈온센
이런 시도에 있어 <프랑켄슈타인: 더 뮤지컬 라이브>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박재석 감독은 기존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무대 연출의 구조를 따르면서도, 앙리/괴물의 시선에 특히 집중해 작품을 담아내며 기존 뮤지컬 작품에 충분히 익숙한 관객에게 새로운 시선과 경험을 제공했다. 카메라를 정면뿐 아니라 소대 양옆, 무대 상·하수에 각각 배치함으로써 관객이 마치 무대 위의 한 인물이 되어 빅터와 앙리/괴물의 이야기를 지켜보는 것처럼 구성했다. 또한 카메라 앵글을 수평적인 시선뿐 아니라 수직적인 구도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이를 통해 빅터와 앙리의 변해가는 관계뿐 아니라, 창조자 신 – 신의 피조물 인간 – 피조물 인간의 피조물 괴물의 구도가 시각적으로 강조된다. 이와 관련하여 박재석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수직적인 시선을 자주 사용한 이유는 인물과 서사의 심리적 무게를 드러내기 위해서였습니다. 인간이 신의 영역을 넘보며 생명을 창조하는 이야기인 이 작품에서 인물들은 끊임없이 위를 향해 욕망을 뻗어가지만, 동시에 아래로 추락하는 숙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카메라가 위에서 내려다보는 앵글은 그 긴장과 아이러니를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예를 들어 1막에서는 빅터가 앙리를 내려다보지만, 2막에서는 괴물이 빅터를 내려다보는 구도가 반복되는데 이때 누가 지배하고, 누가 지배당하는가 하는 질문이 시각적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또한, 객석에서는 결코 보는 경험을 할 수 없는 신의 시선이자 객관적인, 혹은 운명과 같이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을 수직적인 앵글로 표현함으로써 관객에게 새로운 공간적 경험과 인상을 선사하고 싶었습니다”

감독이 작품을 보며 앙리/괴물의 모습에서 카스파어 다비트 프리드리히의 <안개 위의 방랑자>가 연상되었다고 밝힌 것처럼 <프랑켄슈타인: 더 뮤지컬 라이브>는 조물자인 빅터의 시선이 아닌, 피조물인 괴물의 시선에서 작품을 다시 보게 만들었다. 이처럼 공연 영상화 작업은 단순히 아카이빙의 목적을 넘어, 작품을 새롭게 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도 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가치를 찾을 수 있다. 실제로 박재석 감독은 “이번 영화가 단순히 공연을 기록한 아카이브가 아니라, 관객이 자신만의 감정과 시선을 가지고 다시금 프랑켄슈타인을 재해석할 수 있는 하나의 ‘열린 장치’가 되길 바랐다”라고 밝혔다.
프랑켄슈타인: 더 뮤지컬 라이브 기자 간담회 / 사진. Ⓒ김소정
프랑켄슈타인: 더 뮤지컬 라이브 기자 간담회 / 사진. Ⓒ김소정
공연 영상화 사업은 팬데믹 시기에 함께 대두된 배리어 프리(barrier-free)와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영상화 작업을 통해 극장에 직접 발걸음하기 힘든 사람들에게도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극장은 한국에서 단 한 곳만 존재하는 반면, 영화관은 각 도시와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만큼 관람의 범위와 기회가 확장된다. 또한 ‘배리어 프리’는 무장애 공연으로 대개 언급되지만, 원래는 ‘장벽을 허문다’라는 의미에서 물리적·심리적 장벽을 포괄하는 말인 만큼 그동안 극장에 걸음하는 것에 여러 여건상의 이유로 장벽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을 모두 포함할 수 있다. 티켓 가격, 서울 중심의 공연 문화와 같은 이유로 극장에서 공연 관람이 힘든 사람들에게도 뮤지컬을 경험할 수 있게 장벽을 낮추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공연 실황 영상화 사업은 공연의 역사를 축적하고, 써 내려가는 아카이빙의 목적 이외에도 공연의 새로운 의미 창출 및 관객 접근성 확대와 같은 여러 의미와 가치를 가진다. 그러나 매년 수많은 공연이 국내에서 상연되지만, 영상화 작업에 이르는 작품은 소수이다. 이는 김지원 부대표가 언급한 바와 같이 영상을 만드는 데에는 상당한 품이 들어가며 라이선스 작품의 영상화 같은 경우 저작권 문제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영상화 작업에는 공연 제작비 이외에 추가 비용이 들고,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될 뿐 아니라 향후 수익 구조와도 연결된다.

그럼에도 공연 실황 영상화, 그리고 영화화 사업은 단순한 기록의 차원을 넘어, 예술의 유통 방식을 확장하는 하나의 방법이 되고 있다. 무대의 ‘현재성’을 스크린의 ‘지속성’으로 옮기는 이 시도는 공연예술의 사라짐을 지키는 동시에, 새로운 감상의 시대를 열고 있다. 공연 실황 영상은 사라져가는 순간인 공연의 대체물이 아니라, 무대예술이 또 다른 현재, 더 나아가 미래와 만나는 또 하나의 형식이다. 공연 영상화의 작업이 공연의 본질을 저어하는 것이 아니다. 공연의 본질은 여전히 ‘지금-여기’에 있다. 다만 이제 그 ‘지금’이 매 순간 바뀌는 시간 속의 현재이며, ‘여기’가 극장을 넘어 어디든 가능한 확장된 공간이라는 새로운 언어로서 다시 쓰이는 것이다.

김소정 뮤지컬 평론가

[참고 자료]
1) 강슬기, “국내 공연예술 아카이브와 현실과 과제”, 아시아문화칼럼
2) 조연경, “[ZOOM IN] NT Live 10주년의 역사”, 더뮤지컬, 2019.08.09.
3) 프랑켄슈타인: 더 뮤지컬 라이브 언론 배급 시사회&기자 간담회, 2025.09.09.
4) 프랑켄슈타인: 더 뮤지컬 라이브 박재석 감독 개인 서면 인터뷰, 2025.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