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또 희토류를 ‘비장의 카드’로 쓴 이유 [원자재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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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이 전략 광물인 희토류와 관련 기술의 수출을 더 제한하는 조치를 내놨다.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로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상무부는 9일 발표한 '역외(해외) 희토류 물자 수출 통제 결정'에서 사마륨·디스프로슘·가돌리늄·터븀·루테튬·스칸듐·이트륨 금속과 사마륨-코발트 합금, 터븀-철 합금, 디스프로슘-철 합금, 터븀-디스프로슘-철 합금, 산화 디스프로슘, 산화 터븀을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희토류는 첨단 기술 곳곳에 필수적인, 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원자재 중 하나다. 가돌리늄(Gadolinium), 디스프로슘(Dysprosium)과 같이 생소한 이름의 희토류 원소들은 반도체와 아이폰에서부터 MRI(자기공명영상) 기계 및 암 치료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 분야에 걸쳐 사용된다. 최근에는 탄소 배출을 줄이는데 기여하는 녹색기술 분야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오랫동안 세계는 희토류 공급에서 중국에 의존해 왔다. 중국은 이런 우위를 이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무역전쟁에 맞서기 위한 보복 수단으로 희토류 수출 제한을 시행했다.

이런 제한을 해제하는 문제는 양국 간 무역 협상에서 중대 쟁점이 돼 왔다. 올해 6월 미·중은 희토류 선적을 재개할 수 있는 기본 합의에 도달했다. 그러나 오는 10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회담이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은 중국산 희토류가 극히 소량이라도 포함된 일부 품목을 해외에서 제조할 경우 별도의 수출 허가를 얻도록 하는 엄격한 통제 정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세계 자석용 희토류(네오디뮴, 프라세오디뮴, 디스프로슘, 터븀)의 채굴 및 정련 생산량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압도적이다.

희토류는 화학적 특성이 비슷한 17가지 금속 원소를 뜻한다. 이들은 광학적, 자기적, 전기적 특성으로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예를 들어, 터븀(Terbium)과 이트륨(Yttrium)은 스마트폰과 TV 화면에 밝고 생생한 색상을 구현하게 해준다. 세륨(Cerium)은 촉매 역할을 통해 화학 반응을 촉진하여 자동차 배기가스를 정화하는 촉매 변환장치에 널리 사용된다.

네오디뮴(Neodymium)과 프라세오디뮴(Praseodymium)은 영구자석 모터를 만드는 데 쓰인다. 이 모터는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를 운동 에너지로 전환해 전기차의 바퀴를 회전시키거나, 반대로 풍력발전기 터빈 날개의 움직임을 전력으로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이름과는 달리 희토류 원소 자체는 지구 지각에 비교적 흔하다. 세륨은 주석이나 납보다 더 풍부하게 존재한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채굴할 수 있는 정도로 한곳에 집중돼 존재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이 문제다.

희토류를 추출하는 과정은 환경 측면으로 매우 유해할 수 있다. 암석에서 희토류를 분리하는 데 다량의 물과 에너지가 필요하며, 종종 우라늄(Uranium), 토륨(Thorium) 같은 방사성 원소와 함께 발견돼 채굴 과정에서 지역 토양과 지하수가 오염될 위험도 존재한다.

미국은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세계 최대 생산국이다, 하지만 중국이 생산을 급격히 확대했다. 중국의 저비용 생산은 값싼 희토류로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거의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게 했다.

미국 지질조사국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채굴량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2024년에만 희토류 27만 톤을 생산했는데 이는 5년 만에 두 배로 증가한 수치다. 미국은 4만5천 톤으로 차이로 2위를 차지했다.

중국의 독점적 위치는 전 세계 경제적으로 채굴할 수 있는 희토류 매장량의 절반 가까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에서 비롯된다. 중국의 희토류 매장량은 4,400만 톤으로 2위 브라질의 두 배 이상이다.

반면 미국은 매장량 순위에서 약 190만 톤으로 7위에 불과하다. 이를 정제할 능력도 거의 없다. 실제로 희토류 채굴 능력을 갖춘 국가들도 정련을 위해서는 대개 중국으로 원료를 보내야 한다.

중국은 희토류의 전략적 중요성을 오래전부터 인지했다. 덩샤오핑은 이미 1992년에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중국이 2010년 일본과 해상 영토 분쟁이 격화됐을 때 일본으로의 희토류 수출을 두 달간 차단하면서 국제 사회는 중국의 희토류 독점력을 명확히 인식하게 됐다. 당시 일본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장기적 노력을 펼쳤다. 다카아키 고바야시 전 일본 경제 안보상에 따르면 현재 의존도는 80~90%에서 60% 수준으로 소폭 감소했을 뿐이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은 반도체 분야를 둘러싸고 미국과의 긴장 관계가 고조되자 희토류의 생산과 수출을 더욱 강력하게 통제하기 시작했다. 2023년 말, 중국은 희토류 가공 기술의 수출 제한을 확대해 정련 기술 부문까지 영향력을 강화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반도체 및 반도체 제조 기술 접근을 제한하자, 중국은 희토류 공급에 대한 지배력을 이용해 대응했다.

중국은 보복 관세에 그치지 않고, 올해 4월에는 희토류 7종 및 영구자석을 수출 통제 목록에 추가해, 수출 시 특별 허가를 받도록 요구했다. 이런 수출 제한은 이전 2년 동안 갈륨, 게르마늄, 흑연, 안티모니 등 핵심 광물들에도 적용된 바 있다.

중국의 희토류 규제로 인해 포드 자동차는 희토류 자석 공급이 부족해 시카고 공장을 일시적으로 폐쇄하는 등 미국 기업들에 상당한 타격을 입혔다. 유럽연합(EU)도 여러 기업이 생산 중단을 겪었다고 보고했다.

6월 미·중 무역 협상에서 미국은 희토류 선적 재개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중국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허가를 심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10월 국가안보를 이유로 더 엄격한 수출 규제를 발표했다.

미국은 희토류 수입의 7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미군의 F-35 전투기 한 대에도 약 408kg의 희토류가 들어간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시 긴급 명령을 통해 국내 희토류 생산 확대를 추진했으며, 광물 공급망 조사를 실시하도록 했다. 또한 미 국방부는 희토류 생산 기업 MP 머터리얼에 4억 달러를 투자해 최대 주주가 되기로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한 그린란드와 우크라이나에서 희토류 확보 방안을 모색 중이나 실현 가능성은 아직 불투명하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