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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억 먹튀' 돌려받지도 못했는데…신혼부부들 분통 터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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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불도 아직인데"…'3억 먹튀 논란' 웨딩 스냅 업체, 영업 재개

    피해 보상은 미뤄두고…대표 A씨, 영업 재개 확인
    "응원의 메시지 남겨달라"는 신청서 항목까지 등장
    "새 고객 돈으로 피해 메우는 꼴" 2차 피해 경고
    사진과 기사는 관련 없음/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과 기사는 관련 없음/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최대 규모로 알려진 웨딩 폰스냅 사기 사건의 당사자 대표 A씨가 최근 영업을 재개한 사실이 확인됐다.

    여전히 수많은 피해자가 환불은커녕 명확한 보상 일정조차 통보받지 못한 상황에서 가해 측이 다시 스냅 신청을 받기 시작하자, 피해자들은 "피해 보상 없이 영업 재개는 기만행위"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환불' 없이 폰 스냅 업체 재가동…신규 신청 다시 받는다

    A씨가 재개한 웨딩스냅 업체의 신청서
    A씨가 재개한 웨딩스냅 업체의 신청서
    29일 한경닷컴 확인 결과, A씨가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수십 개의 폰스냅 브랜드가 재가동되며 신규 신청을 받고 있다.

    신청서에는 "다시 돌아온 업체에 응원의 메시지를 남겨달라"는 항목까지 마련됐다. 공지에는 "미처 챙기지 못한 부분으로 많은 분께 걱정과 실망을 안겼고 그 책임은 전적으로 우리에게 있다. 이번 재런칭은 단순한 재개가 아니라 모든 일을 끝까지 책임지려는 다짐"이라는 문구가 담겼다.

    이어 "앞으로 사업의 모든 수익은 2024년 11월 19일 이전 계약자 중 서비스받지 못한 피해자의 회복에 사용하겠다"며 "대한민국에서 먹튀(먹고 도망) 하지 않은 최초의 기업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대표 A씨는 전날(28일) 자신의 SNS에 "1년간 30차례 넘는 경찰 조사 끝에 대부분 사기 혐의에서 벗어났다. 환불 지연은 공연 사업 준비와 악성 여론 탓이었다. 통장 영장 분석에서도 매출·비용 처리 문제나 도박·횡령 정황이 없어 '사기 없음'으로 종결됐다"고 주장했다.

    이날 업체 측에 연락을 시도했지만, 대표를 포함한 관계자 전원과는 통화가 닿지 않았다.

    ◇"투명 공개 없이 환불 진행…정상적 절차 아냐"


    아직 환불받지 못한 피해자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결혼식을 올린 김모 씨(29)는 "노쇼만 아니면 된다는 입장이었는데 정작 보란 듯이 노쇼를 당했다"며 "사업을 재개해 번 수익으로 환불하겠다는 건 기존 피해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같은 해 식을 올린 또 다른 신부 김모 씨(32) 역시 "피해액 27만 원을 아직도 돌려받지 못했다"며 "일주일에 두 명씩 환불하는 단톡방 방식이라면 10년 이상 걸린다.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환불을 위해 개설된 단톡방에는 약 1000명의 피해자가 모여 있지만, 새로운 인원은 비밀번호가 걸려 있어 들어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김 씨는 "그 방은 대표가 아닌 또 다른 피해자가 만들었다면서 '대표를 만나 확인했다, 열심히 갚으려 한다, 입장 순으로 2명씩 환불'이라고 안내했지만, 정상적이라면 은행 입금 순서대로 환불하고 진행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피해자들의 이체 내역/사진=피해자 제공
    피해자들의 이체 내역/사진=피해자 제공
    한때 600~1000명이 모였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은 시간이 지나며 이탈자가 늘었지만, 여전히 천여명이 실시간으로 상황을 공유한다. 다수는 "사실상 환불을 포기했다"면서도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강력한 법정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박모 씨(31)는 "피해를 해결하지도 못한 채 영업부터 재개하는 건 피해자 우롱"이라며 "관련 피드의 댓글 창을 닫아둔 점도 괘씸했다"고 했다. 그는 "환불요청서에 소송 참여 여부까지 묻는 항목이 있었다"며 "새 계약자 돈으로 기존 피해 환불을 메우는 '돌려막기'라면 결국 또 다른 예비부부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작년 11월 24일 예식을 올린 이모 씨(34)는 "'먹튀 시 위약금 3배' 문구까지 내세워 광고하더니 환불도 책임도 없었다. 정부가 예식 비용 투명화를 추진하는 와중에 이런 허점을 악용하고도 구속되지 않는 현실이 납득되지 않는다"며 "새 고객이 낸 돈이 타인의 피해 보상에 쓰인다면 어이가 없을 일"이라고 말했다.

    ◇1447명 집단소송 참여…피해금 최소 3억5000만 원 추산

    피해자 단톡방/사진=유지희 기자
    피해자 단톡방/사진=유지희 기자
    사건의 출발점은 지난해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예식 직전까지 '정상 진행'을 예고하던 다수 폰스냅 업체들이 결혼식 당일 아무런 연락 없이 나타나지 않는 이른바 '노쇼(No-show)'를 벌였고, 이후 업체 연락처와 SNS 계정이 줄줄이 닫히면서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다.

    당시 업체들은 "전문 작가가 촬영한다"며 수십만 원을 받았지만, 실제 현장에는 단기 교육을 받은 아르바이트 인력이 투입된 정황이 잇따라 드러났다.

    수사 과정에서 대표가 이른바 '바지사장'을 내세워 최소 25개 이상의 폰스냅 상호를 운영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예비부부들이 환불을 요구하자 유동성 위기에 몰린 업체들이 연쇄 폐업했고,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피해 접수는 집단소송으로 이어졌다. 당시 1447명이 소송에 참여했고 피해금만 약 3억5000만 원에 이르렀다. 해당 업체가 스스로 공지한 배상 기준(피해금의 10배)을 적용하면 배상액은 35억 원에 달할 것이란 추산도 나온다.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이들까지 고려하면 전체 피해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카드 직권취소나 간편결제(네이버페이) 등을 통해 일부가 환불받았다는 제보가 있으나, 업체를 통해 '직접' 환불받은 피해자는 "단 한 명도 없다"는 게 피해자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문제의 대표는 사태가 커지던 지난해 11월 19일경 운영 중이던 SNS 계정들을 통해 사과문을 게시하고 "조속한 환불 절차"를 약속했다. 피해 접수를 위한 구글폼과 카페도 열었다. 하지만 실질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고, 곧바로 잠적했다는 증언이 잇따른다.

    핵심은 '선(先) 해결'이다. 피해자들은 설령 재개한다 해도 기존 피해자에 대한 전액 환불과 공개 사과, 투명한 진행 현황 공개가 먼저라고 못 박는다. 또한 오픈채팅방 이탈이 늘어난 지금이야말로 또 다른 예비부부를 노리기 쉬운 시점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피해자 중 한명인 이모 씨(33)는 "잠재적 추가 피해가 심각히 우려된다. 우리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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