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문화 향수와 만난 프로코피예프 음악과 셰익스피어의 비극
27일 막내린 홍콩발레단 '로미오+줄리엣'
네온사인·마작 안무·붉은 실…
동서양 교차하는 영리한 무대 언어
네온사인·마작 안무·붉은 실…
동서양 교차하는 영리한 무대 언어
로미오+줄리엣의 배경은 한국 관객에게 유명한 영화 <화양연화>가 그리고 있는 1960년대 홍콩이다. 로미오는 홍콩의 뼈대있는 가문의 아들이고 줄리엣은 상하이 출신의 홍콩 재벌가 딸로 나온다. 당시 홍콩 재벌들이 백인 투자자와 결혼으로 동맹을 맺으려던 시대상을 반영해 줄리엣의 정혼자 파리스는 서양의 부자로 그려진다.
홍콩발레단의 '로미오+줄리엣'은 설정부터 무대 연출, 색다른 안무까지 이미 익숙한 비극 고전을 새로운 이야기처럼 풀어냈다. 형형색색의 네온 사인, 광둥어 한자와 영어로 쓰인 어지러운 영화 포스터가 즐비한 거리의 풍경, 고급 식당가와 마작 게임장 등 배경이 다양하게 전환됐다. 서양문물이 쏟아지던 홍콩의 모습을 다국적 발레단이 풀어낸 점도 눈여겨 볼만 했다.
줄리엣에게 가짜로 죽는 약을 줬던 로렌스 수사의 역할은 홍콩의 무술 사부로 변했다. 홍콩의 무술 사부는 쿵푸의 대가이자 약방도 운영하는 의원 역할을 겸했다는데, 로미오의 무술 선생이자 정신적 지주로서 감초 역할을 했다. 원작 속 줄리엣의 사촌 오빠 티볼트는 홍콩 조직폭력단체인 삼합회의 보스로 그려졌으며 줄리엣의 모친인 캐퓰렛 부인과는 불륜관계로 막장 설정을 더했다.
다만 작품에 대해 홍콩 본토에서는 의견이 엇갈리는 듯 하다. 이야기를 당대 상류층의 삶에만 주목하는 식으로 풀어낸 데다 영국에 반대하고 중국을 지지했던 1967년 우산혁명을 떠올리게 만드는 일부 장면이 프로파간다식으로 비춰진다는 지적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시도를 통해 셉팀 웨버 감독이 독특한 전막 발레를 창작했고 발레단의 레퍼토리로 만들어 뉴욕을 포함한 세계 무대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사실은 한국 발레계의 부러움을 살만 하다.
이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