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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꽤 높다"는 파월, 무시해도 되는 이유…엔비디아의 폰지 논란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1. 엔비디아가 촉발한 '닷컴버블의 기억'
어제 엔비디아가 오픈AI에 대한 투자를 발표하면서 급등했었습니다. 오픈AI는 엔비디아 칩을 사서 10기가와트(G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짓기로 했고요. 엔비디아는 최대 1000억 달러를 투자해 오픈AI 주식을 취득하기로 했습니다. 엔비디아의 투자는 GW 용량이 구축될 때마다 100억 달러씩 이뤄질 예정입니다.
▶모건스탠리는 "AI 인프라의 구축 비용이 1GW당 500억~600억 달러이며, 이 중 약 350억~400억 달러가 엔비디아 매출로 유입될 수 있다. 오픈AI의 이러한 공격적 투자로 일반인공지능(AGI)을 향한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고, 다른 클라우드 기업의 유사한 투자로 인해 엔비디아 칩 수요는 구조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바클레이스는 엔비디아가 시장에서 충분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톰 오말리 애널리스트는 "오픈AI와의 10GW 규모 파트너십이 향후 10년간 350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창출할 수 있다. 이는 내년만 따져도 오픈AI의 맞춤형 AI칩(ASIC) 프로그램 규모보다 약 3.5배 크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엔비디아는 AI 붐의 수혜를 입어 향후 몇 년간 수천억 달러의 잉여 현금 흐름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진은 이 자금을 어떻게든 활용해야 하며, 그것이 최근 오픈AI와 인텔에 대한 투자의 배경"이라고 분석합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과거와 달리 번거로운 규제로 인해 다른 자산에 대한 투자(M&A 포함)가 어려워졌다. 투자자 환원 외에 유일한 대안은 AI 생태계에 투자해 시장 규모를 확대하거나, 신제품 출시 기간을 단축하거나, 지정학적 혜택(인텔 투자 등)을 얻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비판적 시각도 많습니다. 1990년대 말 닷컴버블을 부추기고 결국 붕괴시키는 데 일조한 밴더 파이낸싱(vendor financing, 공급업체가 고객에게 자금까지 대주는 구조)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죠. 당시 루슨트테크놀로지, 노텔, 모토롤라 등 통신장비 업체는 매출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윈스타커뮤니케이션즈 등 작은 통신사에 수십억 달러의 대출을 제공했고, 이를 통해 장비를 팔았습니다. 그러나 윈스타 같은 기업이 결국 충분한 매출을 만들어 내지 못하면서 함께 파국을 맞았죠. 일부에선 폰지 사기(ponzi scheme)의 일종이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베스포크인베스트먼트는 "엔비디아와 오픈AI의 딜은 흥미로운 문제를 제기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업계가 점점 더 순환 구조가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 고객사에 투자하고, 서로의 성공에 의존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베스포크는 "AI 기술의 잠재력 자체에 회의적일 필요는 없지만, 이번 발표는 업계 전체가 얼마나 순환적 구조가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불길한 신호다. 만약 엔비디아가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자본을 대야하고, 그 자본이 다시 매출로 돌아오는 구조라면, 이 생태계 전체가 지속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바이탈날리지는 "오픈AI가 성장을 위해 막대한 지원을 받는다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본의 순환 구조는 분명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엔비디아가 사실상 최대 고객사 중 하나에 현금을 제공해 자기의 칩을 구매하도록 하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최근 코어위브와도 비슷한 계약을 맺었다. 코어위브에서 활용되지 않는 모든 컴퓨팅 용량을 매입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이런 구조는 당분간은 AI 스타트업들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해 주리라 생각하지만, 앞으로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GMO의 톰 핸콕 포트폴리오매니저는 "기본적으로 엔비디아가 자본을 대고 매출을 얻는 구조다. 이건 매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새로운 현금이 아니다. 코어위브에 대한 투자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거품이거나 사기성이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행위는 이익 창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얼마나 많은 자본이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즉 수익화가 불확실한데 기업들은 엄청난 돈을 투자해야 하는 환경"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침 9시 30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보합 수준에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투자 둘러싼 논쟁이 커지면서 나스닥 중심으로 내림세가 나타났습니다.
2. 경기 괜찮지만 둔화 추세
경제 데이터는 좋지는 않았지만, 나쁘지도 않았습니다.
S&P글로벌은 9월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를 발표했습니다. 서비스업 PMI는 8월 54.5에서 53.9로 둔화했는데요. 이는 3개월 내 최저입니다. 제조업 PMI는 53.0에서 52.0으로 2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이에 따라 종합 PMI는 54.6에서 53.6으로 하락, 3개월 내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모두 기준점인 50을 웃돌며 경기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음을 나타냈습니다. 정리하면 경제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서비스·제조업 전반에서 모멘텀이 약화하고 있는 것이죠.
3. "주가 꽤 높다'는 파월…투자자 놀랐지만
이런 경제 데이터는 Fed에 대한 금리 인하 기대치를 크게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투자자들은 데이터보다 오후 12시 35분 제롬 파월 의장의 발언에 주목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지난주 FOMC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과 일맥상통했습니다.
그는 이어진 Q&A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노동 시장이 더 이상 정말 견고하다고 말할 수 없다.
-(기업들이) 고용하지 않는 것은 관세 비용을 전가하는 방법의 하나일 수 있다.
-관세 전가가 예상보다 늦게, 그리고 덜 나타나고 있다. 연말까지 전가가 완료될 것이라는 게 합리적 기본 사례다.
-주가는 꽤 높게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금융 안정에 대한 위험이 커지는 시기는 아니다.
-가계 전체의 재무 상태는 양호하다.
파월 의장이 "주가가 꽤 높게 평가되어 있다”라고 한 뒤 주가는 내림세를 가속했습니다. 투자자들의 높은 밸류에이션에 대한 우려를 부추긴 것입니다. 이 발언은 완화적 정책을 재고하겠다는 뜻일까요? 월가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에버코어ISI는 "파월 발언에는 'Fed가 올해 남은 FOMC 회의에서 모두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시장의 비둘파적 기대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전혀 없었다. 이는 파월이 그런 기대에 편안함을 느낀다는 것을 의미한다. 파월 의장은 주가 상승에 대한 우려를 표하거나 시장 활력이 비둘기파적 통화 정책 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신호를 주는 것도 거부했다. 그는 역사적 기준으로 주가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는 데 동의했지만, 주가를 목표로 삼거나 적절한 밸류에이션을 결정하는 게 Fed의 역할은 아니며, '두 가지 목표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분명히 했다. 즉 고용과 인플레이션이 주가보다 우선한다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파월 의장은 지난주 인하 이후에도 기준금리가 '여전히 약간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는 노동 시장 약세가 인플레이션 문제보다 더 크다고 판단한다면 올해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파월은 10월 말 회의에 대해 구체적 암시는 피했지만, 시장의 추가 인하 기대에 대해 강하게 반박하지 않았다. 다만 경제 악화의 증거 없이 더 큰 폭으로 내려야 한다는 주장에는 암묵적으로 반박했다"라고 적었습니다.
오늘 690억 달러 규모의 국채 2년물 경매가 있었는데요. 발행금리는 3.571%로 발행 당시의 시장 금리(WI)보다 0.1bp 낮은 수준에서 결정됐습니다. 응찰률은 2.51배로 최근 6회 평균(2.61배)보다 낮았습니다. 한 채권 트레이더는 "최근 단기채 입찰에는 수요가 몰렸다. 지난달에는 2년물 수익률이 WI보다 1.5bp 낮게 발행됐다. 하지만 최근 수익률이 떨어진 탓에 오늘 입찰엔 해외 수요(간접 수요 57.8%)가 크지 않았다. 경매 결과는 나쁘지 않았지만 좋지도 않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내일은 5년물, 목요일에는 7년물 경매가 이어집니다.
4. 트럼프 "우크라에 무기 공급"…유가+에너지주 상승
오후 4시 주요 지수는 내림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S&P500 지수는 0.55%, 나스닥은 0.95% 내렸고요. 다우는 0.19% 하락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후 3시께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영토를 수복할 수도 있다. 나토(NATO)가 원하는 대로 무기를 공급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뒤 록히드마틴이 1.31%, RTX가 0.7% 오르는 등 방산 관련주가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사실 업종별로는 6개가 오르고 5개가 내렸습니다. 시가총액이 큰 매그니피선트 7 주식이 약세를 보여서 그렇지, 오른 종목이 더 많았습니다.
그러나 전반적인 반도체 주가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마이크론이 1.12% 올랐고요. 인텔(2.02%), 텍사스인스트루먼츠(1.34%) AMD(0.69%) 등도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6. 마이크론 '어닝 서프라이즈'
이는 장 마감 뒤 나올 마이크론의 4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가 영향을 미쳤습니다. 마이크론은 AI 수요가 커지면서 지난 8월 실적 가이던스를 대폭 상향 조정했었죠. 4분기 매출을 107억 달러→112억 달러로 높이고, 조정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도 2.50달러→2.85달러로 올렸습니다. 덕분에 주가는 올해 들어 거의 100% 올랐고요. 사상 최고치에 있습니다.
발표된 4분기 실적은 상향 조정한 가이던스보다 더 좋았습니다. 1분기 가이던스도 예상보다 높았고요. 시간 외 거래에서 마이크론의 주가는 2% 안팎 오르고 있습니다.
▷매출: 113억2000만 달러 (예상111억5000만 달러) 전년 대비 +46%
▷조정 EPS: 3.03달러 (예상 2.84달러) +156.8%
▷조정 총마진: 45.7% (예상 44.3%)
<1분기 가이던스>
▷매출: 122억~128억 달러 (예상 119억1000만 달러)
▷조정 EPS: 3.60~3.90달러 (예상 3.05달러)
▷조정 총마진: 50.5%~52.5% (예상 45.7%)
4분기 매출은 지난해보다 46% 증가했습니다. 클라우드 매출이 214% 뛴 데 따른 것입니다. 게다가 모바일 분야 25%, 자동차도 17% 성장했습니다. 1분기 매출을 약 125억 달러로 제시했는데요. 월가는 119억 달러를 예상했습니다. 1분기 EPS도 3.75달러(중간값)로 제시해서 컨센서스 3.05달러를 크게 뛰어넘었습니다. 총마진은 51.5%로 예상했는데요. 월가가 기대한 45.7%를 대폭 웃돕니다. 마이크론은 HBM4 12H(12-high)에 대해 "최근 업계 최고 수준인 2.8TBps 이상의 대역폭과 11Gbps 이상의 핀 속도를 갖춘 HBM4의 고객 샘플을 배송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CEO는 "데이터센터 사업에서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2026회계연도를 그 어느 때보다 경쟁력 있는 포트폴리오와 함께 강한 모멘텀으로 시작한다. 우리는 다가오는 AI 기회를 활용할 독보적 위치에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7. 단기적으로 조심
Fed가 금리를 인하하는 시기에 경기 침체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주가는 통상 오릅니다. 아폴로매니지먼트에 따르면 현재 월가의 12개월 내 경기 침체 확률(컨센서스)은 30%에 불과합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