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준 대진첨단소재 대표 "탄소나노튜브 도전재로 승부 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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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창업해 6년만에 매출 890억 달성
올해 3월 코스닥 상장
연 20% 성장하는 CNT도전재, 생존 위한 먹거리
미국 테네시주 CNT 도전재 공장 연내 완공 앞둬
양산 이후 북미 배터리 소재시장 본격 공략
“3년내 연매출 5000억원 달성 목표”
올해 3월 코스닥 상장
연 20% 성장하는 CNT도전재, 생존 위한 먹거리
미국 테네시주 CNT 도전재 공장 연내 완공 앞둬
양산 이후 북미 배터리 소재시장 본격 공략
“3년내 연매출 5000억원 달성 목표”
유성준 대진첨단소재 대표는 18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2차전지 소재인 대전방지 용액과 트레이로 지난 3월 코스닥 상장까지 이뤄냈다”며 “향후 탄소나노튜브(CNT)도전재 제조 수직계열화 및 양산으로 북미 소재시장에 진출해 3년 내 연매출 5000억원을 달성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전방지 코팅액으로 길 열어
원래 광학 디스크 드라이브(ODD)를 만드는 해외 기업의 협력사에서 근무했던 유 대표는 2012년 해당 기업이 매각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협력사들이 줄줄이 부도가나는 모습도 지켜봤다. 산업의 흥망성쇠에 영향을 받지 않고 모든 업종에서 꾸준히 버티는 분야가 소재라 판단하고 창업을 준비했다.
마침 한 국내 화학분야 대기업에서 배터리 정전기 방지 기술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대전방지 코팅액’ 개발에 나섰다. 그는 “기초소재는 이미 LG화학, GS케미칼 등 국내 대표 화학기업들이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었다”며 “중견·중소기업이 잘할 수 있는 분야는 기초소재를 활용한 복합소재 개발 뿐”이라고 말했다.
여러 개발 시행착오 끝에 한국화학연구원 소속 연구원들을 영입하는 등 연구개발(R&D)인력을 대거 확보했다. 2년간 매진한 끝에 대전방지 코팅액 개발에 성공해 2019년 회사를 공식 창업했다. 회사가 코팅액을 활용해 만든 대전방지 트레이와 폴리에스테르(PET)이형필름 등은 배터리 활성화 공정에서 베터리 셀이 이동할 때 이물방지와 정전기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현재 국내 대표 배터리 제조 3사 중 한 곳에 납품되고 있다.
◆ 4년 새 매출 6.5배, 배터리 소재 강자로
회사는 충북 청주시 오창에 있는 연구개발용 공장을 제외한 제조 공장이 전부 해외에 있다. 고객사의 해외 공장이 있는 폴란드와 미국으로 건설 당시 함께 나갔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폭발·화재와 연관돼 있는 소재인 만큼 현장에서 대응할 수 있도록 사업을 현지화하는게 가장 중요했다”며 “공교롭게도 지금 와서 보니 전세계 경제 기조인 로컬라이제이션(현지화)과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 지형도 유 대표의 선택과 잘 맞아떨어졌다. 중국은 국내 배터리 소재기업이 새로 진입하기 어려웠고 유럽은 중국 업체들과 무한 경쟁중이다. 정치적 환경 탓에 중국의 시장 진출이 가로막힌 미국만이 한국·일본 배터리 기업들이 싸울 유일한 전장이었다는게 유 대표 설명이다.
그는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와 미국 내 수요 증가로 산업이 커질 것 같다고 판단했다”며 “국내 기업들이 적게는 3개, 많게는 8개까지 미국에 공장을 짓기 시작하자 협력사들도 이런 기회를 보고 진출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에 고객사의 미국 공장 건설과 동시에 대진첨단소재도 미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덕에 최근 발생했던 배터리 공장 건설 근로자 억류 사태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었다.
6년차 신생회사지만 배터리 업체들의 활발한 해외 진출에 힘입어 매년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2020년 135억원이었던 매출은 2022년 535억원으로 300%가까이 성장했다. 지난해엔 889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등 4년 연속 매출액이 상승했다. 유 대표는 “회사가 성장할수록 가감없이 연구개발(R&D)와 공장 증설 등 자본 지출로 투자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복합소재 기술로 車 부품까지 진출
대진첨단소재는 대전 방지 트레이 외에도 다양한 사업군을 갖고 있다. 필리핀 법인에선 다이슨의 헤어드라이기와 청소기 헤드 등으로 쓰이는 플라스틱 복합소재를 납품하고 있다. 복합소재 원료를 재활용플라스틱이나 CNT 등으로 만들어달라는 다이슨 측의 요청으로 시작한 사업이다.
자동차 부품인 내장재도 제조하고 있다. 차량 문이나 천정에 심한 충격이 가해졌을때 충격을 흡수해 깨지는 플라스틱 소재인 이른바 ‘깨지는 폴리프로필렌(PP)’이다. 원래 PP는 충격을 받으면 구겨지거나 휘는데 2020년 깨지는 PP 내장재를 만들어달라는 미국 포드의 관계사 요청으로 개발해 2022년부터 납품하고 있다. 이들 사업으로만 지난해 매출액의 29%에 달하는 263억원을 달성하는 등 회사의 또다른 효자 분야로 자리매김했다.
유 대표는 “처음엔 배터리 제조사가 주도권을 쥔 줄 알았는데 현지에 나가보니 자동차 회사들이 더 센 힘을 갖고 있었다”며 “자율주행이나 인공지능(AI) 등 미래 자동차 회사의 니즈를 파악하려면 배터리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른 자동차 부품업도 강화해야겠다 판단했다”고 말했다.
◆CNT도전재, 향후 미래 핵심사업 될 것
유 대표가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선택한 것은 연평균 20%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탄소나노튜브(CNT) 도전재’다. 양극재 보다는 배터리 효율을 책임지는 음극재가 핵심이자 살 길이라는 판단에서다. 도전재는 리튬2차전지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데 필수적인 첨가제다. 양극재와 음극재 사이에서 전자의 이동을 촉진해 전기전도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 가운데 CNT 도전재는 기존 소재 대비 적은 양으로 높은 전도성을 제공해 에너지 밀도와 배터리 수명을 높인다.
도전재에 필요한 CNT 파우더(가루)부터 슬러리(CNT파우더에 용매와 분산재를 혼합해만든 용액)를 각각 만드는 기업은 있지만 모두 제조할 수 있는 곳은 대진첨단소재가 유일하다. 특히 그래핀 한 겹이 말린 형태인 싱글월부터 그래핀이 여러겹 겹친 멀티월, 얇은 벽을 가진 씬월(Thin-Wall)등 모든 종류의 CNT 도전재 라인업도 보유하고 있다.
회사는 현재 2800t규모의 CNT 도전재를 양산하기 위해 미국 테네시주에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진행률은 80%로 올해 11월 말 완공해 내년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국내 소재 기업 중 드물게 미국 내 CNT도전재 직접 생산 및 납품 역량을 바탕으로 북미 배터리 소재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회사가 상장하자 잡음도 커졌다. 지난달 이차전지 각형 캔을 공급하는 관계사 케이이엠텍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상장 반년만 외부출자에 나서자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진 것이다. 유 대표는 “배터리 소재 사업의 시너지를 내고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기 위한 계열화 작업의 일환이었다”며 “앞으로는 관계사에 유상증자를 하지 않고 주주 이익보호를 위해 사업에만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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