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윤 < Over there >(2025), Acrylic on canvas, 390.9 x 162.2cm / 제공. 수성아트피아
장하윤 < Over there >(2025), Acrylic on canvas, 390.9 x 162.2cm / 제공. 수성아트피아
어둑어둑한 퇴근길, 도시의 불빛들이 저마다 다른 크기와 색으로 반짝이는 아파트 창들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 적 있을 것이다. '저 불빛 하나하나 뒤에는 어떤 사람이 살고 있을까?' 어둠이 내린 도시에서 작은 창마다 켜지는 불빛은 단순한 밝음,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하루를 무사히 견뎌낸 이들의 안도감이자, 집으로 돌아왔다는 편안함의 신호다.

작가 장하윤은 바로 이 일상적인 빛에서 깊은 이야기를 발견했다. 그에게 빛은 그저 어둠을 밝히는 도구가 아니라, 우리 존재의 근원이자 삶의 위로였다. 그는 현대인의 일상에 스며든 빛을 포착하며, 그 안에서 안식과 희망의 메시지를 읽어낸다. 그렇기에 그의 캔버스는 단순한 풍경화가 아닌, 인간 내면의 풍경과 외부 세계 사이의 섬세한 교감을 담아내는 매개체가 된다. 작품 속에서 보이는 빛의 변주는 하루의 순환 속에서 변화하는 인간 감정의 스펙트럼을 시각화하며, 현대인의 내면에 깃든 고독과 갈망, 그리고 희망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장하윤 개인전 (2025.8.14. – 8.31) 수성아트피아 전시 전경 / 제공. 수성아트피아
장하윤 개인전 (2025.8.14. – 8.31) 수성아트피아 전시 전경 / 제공. 수성아트피아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창문 모티프는 흥미로운 배경에서 탄생했다. 과거 배 여행 중 답답한 선실에 갇혔던 작가는 작은 창문 너머로 바깥세상을 내다보며 강렬한 해방감을 느꼈다. 그 순간, 창은 더 이상 단순한 구멍이 아닌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가 되었다. 이 경험에서 영감을 얻은 그는 종이봉투에 구멍을 내고 조명을 비추는 설치 작업을 시작으로 빛을 탐구했고, 그 실험은 이제 캔버스 위에서 물감 자체로 빛을 발하는 듯한 회화로 진화했다. 초기 작품의 창이 실내와 실외를 가르며 현대인의 고립감을 암시했다면, 최근 작품의 시선은 바깥을 향한다. 소통을 통해 자아를 확장하고 나아가 타인의 내면까지 보듬으려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장하윤 <밤의 정원>(2022~2025), Mixed media, 114.0 x 72.0cm(12pcs) / 제공. 수성아트피아
장하윤 <밤의 정원>(2022~2025), Mixed media, 114.0 x 72.0cm(12pcs) / 제공. 수성아트피아
장하윤의 캔버스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색다른 재미를 발견하게 된다. 그는 겹겹이 쌓인 물감의 레이어로 복잡한 감정을 시각화한다. 마치 지질학자가 땅속 지층을 관찰하듯 물감이 쌓인 층위는 시간의 지층을 연상시킨다. 그 사이로 스며드는 빛은 기억과 현재, 희망과 현실이 뒤섞인 우리 의식의 복잡한 풍경을 그려낸다.

그의 붓터치도 그렇다. 단순히 풍경을 묘사하는 게 아니라 그 순간의 감정과 분위기까지 전달한다. 같은 장면을 그려도 붓의 움직임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이 피어난다. 붓의 질감을 살리기 위해 겹겹이 쌓은 물감은 자연스럽게 캔버스 옆면으로 흘러내려 시간의 흔적을 남긴다.
장하윤 < Over there >(2025), Acrylic on canvas, 40.9 x 53.0cm (4pcs) / 제공. 수성아트피아
장하윤 < Over there >(2025), Acrylic on canvas, 40.9 x 53.0cm (4pcs) / 제공. 수성아트피아
그는 캔버스의 측면도 그냥 두지 않는다. 물감이 자연스럽게 흘러내린 듯한 질감으로 시간의 흐름과 감정의 축적을 암시한다. 전면에서 사용된 색들이 측면에서도 또렷하게 표현되는 모습은 다양한 개성을 지닌 사람들이 하나의 사회를 이루며 살아가는 풍경을 연상시킨다. 평면을 넘어선 입체적 깊이 덕분에 관람객은 다각도에서 작품과 만날 수 있다.
장하윤 < Over there >(2024), Acrylic on canvas, 130.3 x 162.2cm / 제공. 수성아트피아
장하윤 < Over there >(2024), Acrylic on canvas, 130.3 x 162.2cm / 제공. 수성아트피아
장하윤의 작품을 마주할 때 드는 감정은 묘하게 익숙하다.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창문 너머 불빛을 바라보며 느끼는 그 안도감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일상을 돌아보게 되고, 그 속에 숨은 희망과 위로를 발견하게 된다. 작은 빛 하나가 의외로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장하윤의 그림은 조용히 알려준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일상 속에서 이런 작은 빛들을 발견하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빛들이 모일 때 우리의 삶은 비로소 온전히 빛날 수 있지 않을까? 장하윤의 예술은 바로 그 일상 속 빛을 발견하는 눈을 뜨게 해주는 따뜻한 안내자다. 그의 빛은 단순한 밝음에 머무르지 않고 빛과 그림자의 경계를 넘나들며, 우리 각자의 경험과 감정에 따라 다양한 해석을 이끌어내 스스로의 존재와 삶의 의미를 재발견하게 한다. 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잠시 고개를 들어 주변의 불빛들을 바라보면 평범하기 그지없는 그 순간 속에서 빛나는 특별한 의미와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장하윤 < Over there >(2025), Acrylic on canvas, 45.5 x 45.5cm (19pcs) / 제공. 수성아트피아
장하윤 < Over there >(2025), Acrylic on canvas, 45.5 x 45.5cm (19pcs) / 제공. 수성아트피아
정연진 독립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