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인디 거장, 짐 자무시의 미학에 손 들어준 베니스 ‘황금사자’
제82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6일 폐막
황금사자상은 짐 자무시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
유력 후보였던 박찬욱 '어쩔수가없다'는 불발
"관객 반응 좋아…이미 큰 상 받은 기분"
황금사자상은 짐 자무시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
유력 후보였던 박찬욱 '어쩔수가없다'는 불발
"관객 반응 좋아…이미 큰 상 받은 기분"
베니스 영화제 집행위원회는 이날 ‘팔라초 델 시네마’(영화의 전당) 극장에서 폐막식을 열고 주요 수상작을 발표했다. 오리종티 등 비경쟁 섹션의 시상식과 지난 4일 타계한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이자 럭셔리 브랜드 아르마니 설립자인 조르지오 아르마니에 대한 추모 등을 거쳐 하이라이트인 경쟁부문 수상작을 차례로 호명했다.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은 자무시의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가 가져갔다. 미국 뉴저지와 아일랜드 더블린, 그리고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부모와 장성한 아이들이라는 키워드를 공유한 채 벌어지는 세 개의 이야기를 담은 앤솔로지(삼부작) 드라마다. 시간이 쌓여 생겨난 가족 간 거리감과 감정적 단절을 담담한 분위기 속 은근한 유머로 조명했다. 지난달 31일 월드 프리미어로 처음 공개되자 “자무시만의 관조성과 유머가 돋보인다”는 호평을 받았다.
자무시는 1980년대 ‘뉴욕 인디’를 대표하는 독립영화 거물이다. 1980년 ‘영원한 휴가’로 데뷔한 그는 명성을 얻으면 할리우드로 넘어가 대형 스튜디오 체제에 편입되던 동시대 감독들과 달리 뉴욕에 머물며 시와 소설 쓰듯 일상적인 서사만으로 승부하는 자신의 세계관을 구축했다. 1983년 ‘천국보다 낯선’으로 칸 국제영화제 신인 감독상격인 황금카메라상을 받았고, 2005년에는 ‘브로큰 플라워’로 2등상인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이에 대해 베니스가 반드시 전쟁 등 거대한 사건을 다룬 정치적 영화만이 시대를 기록하는 게 아니란 점을 자무시의 수상을 통해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자주색 정장에 까만 선글라스를 낀 채 단상에 오른 자무시 역시 이런 점을 강조했다. “이런 젠장”이라는 짧은 감탄사를 내뱉은 그는 “예술은 정치적이기 위해 정치를 직접 다룰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 사이의 공감과 연결을 만드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라고 덧붙였다.
박찬욱 “이미 큰 상 받은 기분”
다만 베니스는 벤 하니아의 ‘힌드의 목소리’에 2등상인 심사위원대상을 안기며 정치적 불합리를 고발하는 젊은 감독을 응원하며 영화제의 균형을 맞췄다.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 호아킨 피닉스, 알폰소 쿠아론 등이 공동 제작자로 참여한 이 영화는 지난해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목숨을 잃은 가자지구 소녀 힌드 라잡의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다큐멘터리 드라마다. 베니스에서 상영될 당시 무려 23분에 달하는 기립박수를 받으며 화제를 낳았다.
한편 이날 감독상은 ‘더 스매싱 머신’의 베니 사프디 감독이 받았다. 심사위원특별상은 이탈리아 감독인 지안프랑코 로시의 ‘구름 아래’가, 각본상은 프랑스 감독인 발레리 동젤리 감독의 ‘앳 워크’에 돌아갔다. 볼피컵으로 일컫는 남녀주연상은 각각 이탈리아 국민 배우인 토니 세브릴로(라 그라치아), 중국 배우 신즈레이 ‘우리 머리 위의 태양’이 받았다.
유승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