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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사준 160만원 자전거 이럴줄은"…학원가 점령하더니 '발칵' [이슈+]
10대 홀린 죽음의 자전거
"브레이크 없어야 폼 나요"
사망사고까지 이어진 청소년 픽시 자전거 질주
학교·학원가 자전거 거치대, 픽시 무더기 포착
자전거 사고 5571건…청소년이 4건 중 1건
"브레이크 없어야 폼 나요"
사망사고까지 이어진 청소년 픽시 자전거 질주
학교·학원가 자전거 거치대, 픽시 무더기 포착
자전거 사고 5571건…청소년이 4건 중 1건
서울 양천구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13세 윤 모 군은 요즘 또래들 사이에서 '핫한 아이템'으로 떠오른 자전거를 이렇게 설명했다.
윤 군은 "유튜브에서 처음 보고 여러 기술이 멋있어 보였다"며 "부모님을 졸라 120만 원짜리 픽시 자전거를 샀다"고 자랑했다.
같은 지역의 또 다른 13세 김 모 군은 "브레이크가 없어서 위험하지만 '폼' 난다"며 "160만 원짜리를 탔는데 친구들이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자가 찾아간 또 다른 중학교에서도 픽시 자전거 타는 사람이 있냐고 묻자 "저요, 저요"라며 손을 드는 학생들이 많았다.
◇브레이크 없는 경우 태반…있어도 한쪽뿐인 현실
그런데도 학교뿐 아니라 이 지역 학원가 앞 자전거 거치대에는 일반 자전거 사이로 픽시 자전거가 섞여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대부분은 브레이크가 없었고, 있더라도 하나만 달린 경우가 많았다.
서울 강서구에서 자전거 수리점을 운영하는 50대 김 모 씨는 "이 지역 중고등학생들이 픽시를 정말 많이 탄다"며 "최근에 위험하다고 소문이 나 부모님이 아이의 손을 끌고 브레이크를 달러 오는 경우도 있지만 극히 일부"라고 말했다.
한 누리꾼은 "우리 동네 중고등학교 앞에 세워진 자전거의 8할이 픽시 자전거"라며 "진짜 이런 거 사주는 부모도 답이 없고, 브레이크 떼고 타고 다니는 애들도 목숨이 몇 개인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이는 "세상이 안전하지 않다는 걸 학교에서 좀 가르치게 해라"며 "내가 자전거 타면서 픽시 많이 봤는데 대부분 초·중·고 어린 학생들이었다"고 지적했다.
◇유튜브·틱톡서 수십만 조회…'스키딩' 영상 인기
스피드와 '멋'을 좇는 열기는 결국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서울의 한 이면도로에서는 브레이크 없는 픽시를 타던 중학생이 내리막길에서 속도를 제어하지 못하고 에어컨 실외기를 들이받아 숨졌다.
지난 19일 밤에는 대전 서구 도로에서 픽시를 타던 10대가 택시와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경미한 부상에 그쳤지만, 경찰은 제동 불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 중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지역 커뮤니티 '당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에는 학생들이 자신을 "중·고등학생"이라고 밝히며 "픽시 숏스키딩 알려주실 분 수고비 드린다", "친구들은 야무지게 스키딩 긁는데 나는 못 한다, 제발 알려 달라"며 기술 전수를 부탁하는 글이 쏟아진다.
유튜브에서도 '스키딩' 관련 영상은 수십만 조회 수를 기록한다. 쇼츠, 릴스, 틱톡 같은 숏폼 플랫폼에는 짧고 자극적인 픽시 묘기 영상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유명 웹툰 속 픽시 장면이 화제가 된 뒤 청소년 사이에서 더욱 번진 열풍은 이제 자동차 운전자들 사이에서 '킥라니(킥보드+고라니)', '자라니(자전거+고라니)'에 이어 '자린이(자전거+어린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픽시자전거, 선수조차 감당 못해" 전문가의 경고
이에 경찰은 최근 법률 검토를 거쳐 브레이크가 없는 '픽시'를 도로교통법상 '차'로 분류하고, "제동장치 정확히 조작 의무 위반"으로 단속할 수 있다는 방침을 내놨다. 개학기를 맞아 학교 주변에 교통경찰을 집중적으로 배치해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입법 움직임도 뒤따르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9일 "브레이크 없는 픽시 자전거 외부 도로 운행 제한법"을 발의했다. 제동장치가 없는 자전거의 외부 도로 운행을 전면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2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그간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문제를 제도적으로 막겠다는 취지다.
전문가들도 위험성을 경고한다. 15년째 경륜 선수로 활동 중인 김기훈 씨는 같은 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픽시는 원래 트랙 경기용 자전거로, 선수들도 도로에서는 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평지에서 시속 50km 이상, 내리막에서는 80km까지 속도가 난다"며 "시속 10km만 돼도 일반 자전거보다 제동거리가 3~5배 길고, 30km를 넘으면 10배 이상 길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리막에서 페달을 역으로 밟아도 제어가 불가능하다"며 "일반 도로에서 픽시를 탄다는 건 선수조차 감당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