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퀵플렉스로 일하고 있는 50대 김민수(가명) 씨는 오전 7시 30분에 집을 나선다. 물 2L, 허기를 달래 줄 간식, 비 올 때 착용할 캡모자는 김 씨의 출근 필수품이다.
쿠팡 퀵플렉스는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로부터 배송 업무를 위탁받은 배송 대리점과 계약을 맺고 일하는 택배기사를 말한다. 이들은 개인사업자로 등록되며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는 특수고용 노동자다.
쿠팡 캠프 내부 모습(최예람 대학생 기자)
김 씨는 오전, 매일 같은 시간에 배송 상품을 싣기 위해 캠프로 출근한다. 캠프는 물류센터에서 전달된 배송 상품들이 모여 있는 장소다. 캠프에 도착하면 기사들은 자신이 맡은 배송 구역의 상품을 직접 분류해 실어야 한다.
쿠팡 퀵플렉스는 배송하는 상품 건당 수수료가 측정돼 급여를 받는 구조다. 캠프에서 진행되는 택배 분류 작업은 사실상 ‘무급’ 노동이다.
캠프 내 냉방시설은 천장에 설치된 선풍기가 전부다. 한 줄에 한 대에서, 많게는 세 대까지 설치돼 있다. 38도를 넘나드는 요즘 같은 날씨에는 캠프 내 선풍기에서 나오는 뜨거운 바람이 기사들의 땀을 더 배출하게 한다.
캠프 한 편에는 컨테이너의 휴게 공간이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는 팻말과 함께 마련돼 있다. 하지만 김 씨는 “상품이 도착하면 바로 분류 후 싣고 출발해야 해서 이용할 시간이 없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오전과 오후 총 두 차례 배송을 수행한다. 오전 배송은 배송과 더불어 프레시백(신선식품을 담는 보냉 가방)을 회수해 캠프에 반납해야 한다. 정해진 프레시백 회수율을 채우지 못하면 ‘클렌징’을 당하게 된다. 클렌징은 쿠팡이 기존 배송 구역을 회수하는 일종의 페널티 제도다.
김 씨는 “배송할 상품이 있는 집에서 프레시백을 회수하면 100원, 없는 집에서 가져오면 200원을 받는다. 배송 구역을 뺏기면 생소한 곳에 가야 하므로 배송지가 아닌 곳도 들러서 프레시백을 회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레시백 쌓인 모습/김 씨가 배달해야 하는 택배들(최예람 대학생 기자)
오후 배송을 위해 캠프에서 또다시 분류 작업을 마친 후 상품을 싣고 출발한다. 쿠팡 퀵플렉스는 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자신이 맡은 배송 구역의 상품을 모두 배송해야 퇴근할 수 있다.
김 씨는 하루 평균 270여 개의 상품을 싣고 평균 150곳 이상의 배송지를 방문한다. 당일 물량에 따라 퇴근 시간이 달라진다는 김 씨는 “보통 저녁 8시 정도에 퇴근하고 물량이 많을 땐 9시까지도 일한다”고 전했다. 출근부터 퇴근까지 하루 노동 시간이 11~12시간에 달하는 셈이다.
배송구역에 도착하면 그는 배송품을 내리기 위해 수없이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한다. 배송지가 밀집돼 있어 배송구역 내에서는 길어야 30초 이동 후 시동을 끈다. 근무 중 차량 에어컨을 쐴 수 있는 시간은 짧은 이동시간 몇 초뿐이다.
프레시백 두 개, 택배 상자 하나, 330ml 생수 24개 묶음을 한 번에 들고 빌라 계단을 올라간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은 수레를 이용할 수 없어 여러 상품을 한 번에 들고 가는 수밖에 없다. 김 씨는 “하루에 3,000개 이상의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배송 도중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트럭에서 잠시 잠잠해지길 기다리다 캡모자를 쓰고 바로 일을 재개했다. 이날 김 씨의 휴식 시간은 오후 배송을 위해 캠프에서 상품이 도착하길 기다린 30분과 트럭에서의 3분, 총 33분이다.
김 씨는 “하루 물량을 소화하려면 따로 점심 먹을 시간이 없다”며 챙겨온 간식을 인터뷰 도중 틈틈이 먹었다. 근무 중 화장실을 가는 것도 쉽지 않다. 김 씨는 “화장실 찾는 것도 일이다. 그래서 보통 아파트 단지 관리실이나 관공서 화장실을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배송을 끝낸 김 씨의 옷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그는 헤어밴드를 벗으며 “이걸 안 하면 땀이 눈으로 흘러 들어가서 눈뜨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헤어밴드 역시 땀으로 무게가 더 나가는 듯 보였다.
쿠팡 측에서 내려온 폭염에 대비한 안전수칙이나 택배기사 보호책이 있는지 묻자, 김 씨는 “그래도 하루에 500ml 물 2개를 무료로 준다”고 답했다. 별다른 보호 대책 없이 폭염에도 많은 물량을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작년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폭염' 관련 조항이 추가되고, 최근 산업안전보건기준규칙에 ‘2시간 근무 20분 휴식' 등의 내용을 추가한다고 하지만 특수고용노동자인 택배 노동자들에게는 법이 적용되지 않아 소용이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