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창 작가는 박물관에 산다. 서울에서 차로 1시간, 분당의 야트막한 언덕 위엔 그의 작업실이자 생활공간이 있다. 아담한 건물 두 채는 25년 전 건축가인 친구가 설계했다. 지하부터 계단에까지 갖가지 소장품으로 빼곡하다. 천년쯤 된 조각상, 아프리카에서 주워 온 아이들의 장난감, 골동품 시장에서 건져낸 조각상, 어린 시절부터 간직한 작은 돌멩이…. 마치 오솔길 걷듯 잘 피해서 걸어야 하는 이곳은 집요한 수집가의 수장고와 같다. 우아하고 간결한 그의 주요 작품 이미지를 떠올리면, 그의 공간은 대척점에 가깝다. ‘맥시멀리스트의 미니멀리즘’이랄까.
청년 시절의 구본창 사진작가.
청년 시절의 구본창 사진작가.
구본창 작가는 소문난 수집가다. 버리지 못하는 걸까, 버리지 않는 걸까. 놀라운 건 그의 사물에 대해 물을 때마다 1초의 망설임도 없다는 점이다. 그 사물과 연관된 기억을 머릿속에서 곧장 끄집어낸다. 그러곤 서류함으로 다가가 ‘그’ 파일을 꺼내 온다. 수집에 관한 이야기로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눠봐도, 늘 새로운 이야기가 피어났다. 그에게 수집이라는 행위는 물리적 소유의 개념이 아니었다. 우리 곁에 늘 존재하지만 또한 부재한 채 여겨졌던 것들로 차곡차곡 지은 ‘기억의 성전’이 아닐까 생각했다. 일생을 던져 수집한 예술적 성취, 오직 카메라를 들었기에 넘나들 수 있었던 장르의 경계, 무엇보다 쓸모를 다하거나 기억에서 잊힌 것들에 다시 숨을 불어넣는 한 수집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