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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PRO]"실적 좋다는데 왜?"...'반도체 슈퍼 乙' ASML 주가 급락한 이유 [양지윤의 니가가라 나스닥]
※‘양지윤의 니가가라 나스닥’은 양지윤 한국경제신문 기자가 매주 목요일 한경닷컴 사이트에 게재하는 ‘회원 전용’ 재테크 전문 콘텐츠입니다. 한경닷컴 회원으로 가입하시면 더 많은 콘텐츠를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슈퍼 을(乙)'로 불리는 네덜란드의 ASML 주가가 하루 만에 8% 이상 떨어졌다. 최근 시장 예상을 웃도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한 ASML의 주가를 끌어내린 건 '트럼프 리스크'다.

17일 나스닥에 따르면 ASML 주가는 16일(현지시간) 8.33% 떨어진 754.4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네덜란드 증시에서도 같은 날 11.37%의 낙폭을 기록했다. 올해 초부터 이달 15일까지 연중 17% 넘는 상승률(나스닥 기준)을 이어온 ASML 주가가 하루 만에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ASML 주식은 유로넥스트 암스테르담과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거래된다. 나스닥에는 주식예탁증서(ADR) 형태로 상장됐다.
[마켓PRO]"실적 좋다는데 왜?"...'반도체 슈퍼 乙' ASML 주가 급락한 이유 [양지윤의 니가가라 나스닥]
ASML은 첨단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 노광장비를 만드는 회사다. 시장 점유율이 90%에 달한다. ASML이 ‘슈퍼 을’이라 불리는 이유다. 대당 3000억~4000억원대의 이 노광장비를 납품받기 위한 반도체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한데, 연간 생산량이 적다 보니 주문 후 1년은 지나야 장비를 납품받을 수 있다고 알려졌다. 몇 년 새 인공지능(AI)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며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자 자연스럽게 ASML의 주가도 우상향해왔다.

이에 최근 발표한 2분기 실적도 예상치를 상회했다. 지난 분기 순 매출은 77억유로(약 12조4338억원)로,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이 당초 전망한 75억2000만유로를 훌쩍 뛰어넘었다. 순이익도 22억9000만유로(약 3조6981억원), 순 주문액도 55억유로(약 8조8820억원)로, 애널리스트의 전망치보다 높았다.
[마켓PRO]"실적 좋다는데 왜?"...'반도체 슈퍼 乙' ASML 주가 급락한 이유 [양지윤의 니가가라 나스닥]
호실적에도 주가가 급락한 건 ‘내년 성장이 정체할 수 있다’는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경영자(CEO)의 발언 때문이다. 그는 최근 “거시경제와 지정학적 상황으로 불확실성이 계속 커지고 있다”며 “2026년에도 성장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지만, 현시점에서는 이를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푸케 CEO가 언급한 ‘불확실성’에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가 포함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유럽에 기존보다 높은 30%의 관세율을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직 반도체 관련 관세 정책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30% 수준의 관세율이 유지될 경우 네덜란드 기업인 ASML에는 큰 부담이 된다. ASML 측은 “30%의 관세가 부과되면 고급 기계 한 대의 가격이 2억5000만유로(약 4037억원)에서 3억2500만유로(약 5248억원)로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마켓PRO]"실적 좋다는데 왜?"...'반도체 슈퍼 乙' ASML 주가 급락한 이유 [양지윤의 니가가라 나스닥]
트럼프 리스크가 이어지고 있지만, AI 반도체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호재다. 최근 엔비디아와 AMD의 중국 수출이 재개된 것도 ASML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달 초 보고서에서 “AI칩 수요가 올해 2530억달러에서 2030년 7940억달러로 증가할 것”이라며 “ASML의 수익 잠재력은 더 오를 여력이 있다”고 언급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