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월 X 만동 <만동, 사월의 방> 공연 현장 / 사진. © 민예원
김사월 X 만동 <만동, 사월의 방> 공연 현장 / 사진. © 민예원
예술에는, 그리고 재즈에는 여러 장르가 존재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특정 장르를 벗어날 때야 비로소 그 무엇도 아닌, 가장 예술다운 예술이 탄생한다. 경계 바깥에서야 비로소 음악은 그 자체로 뮤지션 ‘본인’이 된다.

7월 5일, 서울 남가좌동 모래내시장 한 켠에서 재즈도 포크도 아닌 그 이상의 음악이 발생하였다. 밴드 ‘만동’과 싱어송라이터 ‘김사월’이 함께한 날이었다.
김사월 X 만동 <만동, 사월의 방> 포스터 / 출처. 김사월, 만동 인스타그램
김사월 X 만동 <만동, 사월의 방> 포스터 / 출처. 김사월, 만동 인스타그램
밴드 만동은 2020년 [먼저 출발해야지]로 음악적 여정을 시작하였다. 재즈, 인디록, 얼터너티브 등으로 분류되곤 하지만 그들의 음악 세계를 그 안에 가두기엔 제법 복잡하고 유연하다. 그들은 2023년 한국 대중 음악상에서 정규 1집 [BIG SUN]으로 최우수 재즈-연주 음반에 노미네이트 되며, 자신들만의 궤도를 굳건히 그려가고 있다. 기타-베이스-드럼이란 단출한 트리오 구성으로도 ‘꽉 찬 움직임’을 구현하며 독자적인 컨템포러리 재즈의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중이다.

싱어송라이터 김사월은 2012년 활동을 시작하여, 2014년 첫 EP [비밀], 2015년 정규 앨범 [수잔]으로 연이어 한국대중음악상 포크 부문 수상의 주인공이었다. 그녀의 담담하고 소박한 멜로디에 얹어진 시큰한 가사의 심연이 김사월만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그를 토대로 지금까지도 한국 포크 분야의 굳건한 뮤지션으로서, 한편으로는 영화 음악감독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컨템포러리 재즈와 포크의 만남. 무척 생소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장르의 경계를 뛰어넘는 뮤지션 간의 만남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림. © 민예원
그림. © 민예원
공연은 김사월의 솔로곡으로 시작되었다. 절제된 음성과 단순한 구성 속에 촉촉한 울림이 전해졌다. 이후 만동이 입장하여 김사월의 노래에 즉흥 연주를 끼얹기 시작하였고, 담담한 김사월의 언어가 찢어지고 해체되면서 그사이를 아슬하게 만동의 색깔로 채워내는 시간이 이어졌다.

이후 김사월이 잠시 퇴장하고, 만동의 연주곡이 이어졌다. 세 악기의 연주가 적절히 버무려지다가도 그 사이에서 송곳같이 튀어 오르는 오묘함이 무척 매력적이었다. 재즈 본연의 전통적인 문법이라든지 즉흥 연주의 특정한 기법을 사용한다기보다도, 각자는 각자의 방식대로 한 곡 속의 경로를 발굴하고 있었고 그 길 속에서 각자가 마주치는 지점마다 거대한 산이 솟아오르듯 상상치 못한 분위기가 터져 나오곤 했다.

이후 김사월이 다시 합류하여 만동의 곡에 김사월의 보컬을 얹자, 그 음악은 또 다른 차원의 감정선을 만들어냈다. 만동의 연주가 만들어낸 심연을 김사월의 음성이 더듬었다. 가끔은 무척 상식적이고 단순한 멜로디가 흘러나오다가도 툭툭 흘러나오는 기타의 낯선 음률이, 얇고 매력적인 목소리와 어우러지면서 오묘한 공명을 이루었다.
그림. © 민예원
그림. © 민예원
더 멋지고 맛있는 사운드를 찾기 위해 각자의 길을 더듬으며 이어지던 연주와 노래. 실험적인 선택 가운데서 김사월과 만동은 어디서도 듣도 보도 못한 공간과 시간, 음악적 분위기를 창조해냈다. 각자의 경계를 서로 부수고 무너뜨리고, 그 잔해를 샅샅이 뒤져 재즈와 포크 그 이상의 무언가를 만들어낸 것이다.

재즈는 가끔 ‘다움’을 요구받는다. 스윙 재즈는 스윙 재즈다워야 하고, 비밥은 비밥다워야 하며, 보사노바는 보사노바다워야 한다는 그런 규칙들. 각 분야에 대한 단단한 규칙은 장르를 정교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그 장르를 의미 없이 반복하게도 만든다.

하지만 붉은 조명 아래에서 흔들리던 만동과 김사월의 음악은, 그러한 장르적 기대를 과감히 비켜 나갔다. 각자가 속해 있었던 틀을 벗어나 재즈냐 포크냐가 아니라, ‘만동의 음악’, ‘김사월의 음악'으로 존재했다.

난해함과 실험은 한 끗 차이지만, 이 밤의 도전에는 분명한 의의가 있었다. 틀 너머에서, ‘어떤 음악’이 아니라, ‘누구의 음악’이 가능한 지점을 내보였기 때문이다. 이들의 과감함을 따라, 가끔은 ‘어떤’ 재즈가 아니라 ‘나’의 재즈가 될 수 있도록 과감히 도약해보는 것은 어떨지. 그것이 곧 한국 재즈계의 더 많은 다양성을 찾아주지 않을지, 기대해보는 바이다.

민예원 '스튜디오 파도나무' 대표•작가

[♪ 만동 X 김사월 - 뭇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