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메랑 된 정부 '쌀값 개입'…"내달 10만원 찍을 수도"
고공행진 하는 쌀값…4년 만에 6만원 육박
양곡법 부담에 쌀 '공격 구매'
벼 재배면적 축소 제동 가능성
양곡법 부담에 쌀 '공격 구매'
벼 재배면적 축소 제동 가능성
◇ 유통업계가 가격 거품 키워
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4일까지 7월 월평균 쌀 소매가격은 20㎏ 기준 5만9108원으로, 작년 같은 달(5만3078원)보다 11.4% 올랐다. 평년(4만4498원)과 비교하면 32.8% 비싸다.유통업계에선 “정부가 지역농협에 쌀값과 관련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담합의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쌀은 통상 벼농가가 수확해 민간 미곡종합처리장(RPC)이나 지역농협에 내다 팔면 이를 유통업체가 사들인 다음 식당, 대형마트 등에 판매하는 식으로 유통된다. 정부는 지역농협이 민간 RPC와 벼농가의 쌀을 충분히 매입할 수 있게끔 저리로 자금을 빌려주는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지난해 쌀 생산량이 예상보다 줄어든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쌀 생산량은 358만5000t으로 전년(370만2000t) 대비 3.2% 감소했다. 농가에선 “작년 무더위로 쌀 생산량이 통계치보다 더 줄었다”는 지적이 많다.
◇ 쌀 생산량 예측에 실패한 정부
정부의 쌀 시장격리도 ‘과속’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통계청은 매년 10월에 그해 쌀 예상 생산량을 내놓는다. 통계청은 지난해 쌀 생산량을 365만7000t으로 내다봤다. 쌀 초과 생산량(쌀 수요량을 초과하는 생산량)이 12만8000t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자 정부는 작년 10월 15일 20만t 규모 쌀 시장격리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통계청이 한 달 뒤 발표한 실제 생산량은 예측치를 밑돌았고 초과 격리 물량은 초과 생산량(5만6000t)의 네 배에 육박했다. 정부는 이에 앞서 작년 9월께 지역농협에 저리로 빌려주는 벼 매입자금을 연결고리로 지역농협이 농가 쌀을 비싸게 사도록 유도했다는 비판도 많다. 지역 농협 관계자는 “농가에 1년 전보다 볏값을 더 쳐주면 가점을 주고, 덜 쳐주면 감점하는 평가 기준을 도입했다”고 말했다.쌀값이 고공행진하면 정부가 추진하는 ‘벼 재배면적 조정제’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정부는 구조적 공급 과잉인 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부터 다른 작물 재배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벼 재배면적 8만㏊를 감축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쌀값이 뛰면서 농가가 벼 재배 면적 축소를 망설이고 정부에 협조할 유인이 작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쌀값이 오름세를 보이자 정부는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정책은 쌀값을 인위적으로 깎아 파는 할인 판매와 정부가 수매한 쌀을 시장에 푸는 공매 등 크게 두 가지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쌀 재고가 원활하게 유통될 수 있도록 농협, 민간 RPC 등과 협조할 것”이라고 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