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위협, 블러핑 아니다?…유가 $120 돼야 침체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1. 트럼프 "이란, 무조건 항복하라"
트럼프 대통령이 어젯밤 중동 위기를 이유로 캐나다 G7 정상회의 참석을 중단하고 급거 귀국하면서 이란 관련 긴장감이 높아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을 완전히 포기하는 "'진짜 끝'(a real end)을 원한다", "휴전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휴전보다 더 좋은 것을 원한다"라면서 단순 휴전을 넘어 핵을 완전히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습니다. 두 번째 미 항공모함인 니미츠호가 아라비아해로 향했고, 전투기에 연료를 공급할 수 있는 공중급유기도 중동에 배치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중 더 큰 압박을 가했습니다. 그는 정오께 소셜미디어 메시지를 통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소재를 알고 있다면서 "무조건적 항복"을 촉구했습니다. "적어도 지금은 그를 제거(살해)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인내심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라는 겁니다. 그런 뒤 별개의 글에서 "무조건 항복하라!"(UNCONDITIONAL SURRENDER!)라고 썼습니다. 또 다른 글에서는 "이제 우리는 이란 상공에 대한 완전하고 전면적인 제공권을 확보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시장 관심은 결국 원유 공급에 쏠려 있습니다. 궁지에 몰린 이란이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에너지 인프라를 공격하거나, 호르무즈해협을 틀어막는 게 가장 나쁜 시나리오입니다. 그러면 유가가 뛰면서 이미 불투명한 인플레이션 전망을 더 악화시킬 수 있고, 미 중앙은행(Fed) 등의 금리 인하를 방해할 수 있죠. 결국, 경기 침체를 부를 수 있습니다. BCA리서치의 맷 거트켄 분석가는 “이스라엘의 공격은 이란이 지역의 석유 공급을 공격해야 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그래야 미국이 이스라엘을 말릴 수 있다”라는 겁니다. 그래서 투자자들이 더 광범위한 경제적 영향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월가는 그럴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고 봅니다. 데이터트랙리서치의 닉 콜라스 설립자는 "유가 폭등으로 인한 경기 침체는 원유 가격이 크게 상승해야 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데이터트랙리서치가 1987년부터 2019년까지 분석한 결과, 경기 침체가 오려면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일반적으로 저점에서 두 배로 상승해야 합니다. 이를 근거로 콜라스는 WTI가 침체를 유발할 수 있는 가격을 배럴당 120달러라고 주장했는데요. 오늘 배럴당 70달러대와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콜라스 설립자는 "이처럼 유가가 크게 뛰려면 장기간의 군사 행동이 필요하다"라고 밝혔습니다. JP모건 도이치뱅크 등 월가는 세계 원유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될 때나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게다가 트럼프 주장처럼 이란이 제공권을 완전히 빼앗긴 상황이라면 전쟁이 오래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야데니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설립자는 "투자자들은 이 전쟁이 오래 지속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썼습니다.
2. G7 무역합의는 없었다
부정적 재료는 중동 분쟁뿐이 아닙니다.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빠지면서 김이 샜습니다. 특히 무역협상이 그렇습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등이 남아서 실무 협상을 계속했지만, G7 정상회의에서 연쇄 무역합의를 기대했던 월가에서는 실망감을 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와 ' '미영 경제번영 협정'에 서명했는데요. 심지어 그 합의에서조차 철강 관세가 특정되지 않았습니다. 미국은 외국산 철강·알루미늄에 50%를 부과 중인데요. 프레임워크에서 영국에게는 관세를 면제해주기로 했죠. 그런데 어제 서명된 협정에서는 영국이 미국의 공급망 보안 및 생산시설 소유권 관련 요구를 충족시키려 노력하는 조건으로 추후 최혜국 대우 관세율을 적용할 쿼터(할당량)를 정하기로 했습니다. 블룸버그는 "미국은 브리티시 스틸의 중국 소유권을 우려하며 의문을 제기해왔다"라고 썼습니다.
캐나다 마크 카니 총리와는 앞으로 한 달 안에 무역협정을 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트럼프와 만날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3. 트럼프 감세안 난관
월가는 하반기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크고 아름다운 감세안'(BBB)이 경제와 시장을 지원할 것으로 기대해왔습니다. 하지만 하원을 통과한 BBB는 어제 상원에서 대수술을 받았습니다. 예산안을 검토한 상원 재무위원회가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조) 조건을 강화하는 등 주요 사항을 바꾼 것인데요. 이렇게 되면 상원을 통과해도 다시 하원으로 가야 합니다.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은 벌써 반발하고 있고요. 7월 4일까지 트럼프 대통령 앞으로 예산안을 보내려는 공화당에 계획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상원은 이른바 '보복세' 조항에 대해 시행일을 2026년 12월 31일로 1년 늦추고, 국채와 같은 일부 투자에서 발생하는 '포트폴리오 이자'에는 이 세금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보복세는 디지털세금 등 차별적 조세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의 외국인 투자에 대해 세금을 높일 수 있게 허용합니다.
▶하원은 연방 부채 한도를 4조 달러 늘리기로 했는데, 상원은 이를 5조 달러 높이기로 했습니다.
▶상원은 전기차에 대한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법 공포 후 180일 지난 시점에 종료하고,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에 대한 세액공제는 2028년까지 완전히 폐지하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4. 소매판매, 산업생산 하드 데이터 둔화
경제 데이터는 둔화하고 있습니다. 5월 미·중 관세 인하 이후에 설문조사 중심의 소프트 데이터는 반등하고 있지만, 실물경제를 나타내는 하드 데이터는 계속해서 느려지고 있는 것입니다.
또 소매판매 데이터에서 서비스 업종에선 유일하게 포함된 레스토랑과 바 매출이 0.9% 감소해 2023년 초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이는 대표적인 재량소비 항목입니다. 관세로 인해 가격이 가장 먼저 오른 전자/가전제품의 경우 0.6% 매출이 감소했습니다.
TD이코노믹스는 "소비자들은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 둔화한 외식 감소는 재량소비 의지가 약화하고 있음을 시사할 수 있다. 향후 몇 달 동안 고용 증가는 둔화할 것이고, 인플레이션은 상승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요인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하여 올해 하반기에는 소비 지출이 상당히 느려질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5월 수입물가는 보합세(0%)를 보였습니다. 컨센서스(-0.2%)를 소폭 상회했습니다. 그러나 원유를 제외한 수입물가는 전월 0.2% 상승했습니다. 컨센서스(0.1%)보다 높았습니다.
데이터가 나온 뒤 애틀랜타 연방은행의 GDP나우는 2분기 GDP 추정치를 3.8% 증가에서 3.5% 증가로 낮췄습니다.
5. FOMC는 매파적?
미 중앙은행(Fed)은 오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개최했습니다. 회의는 내일까지 이어지며, 내일 오후 2시(미 동부시간) 회의 결과를 발표합니다.
달러화는 한 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ICE 달러 인덱스는 0.80% 오른 98.78을 기록했습니다.
6. "테슬라, 2018년 이후 첫 잉여현금흐름 마이너스"
오후 4시 뉴욕 증시를 앞두고 CNN은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시설을 공격하려는 의향을 더 강하게 드러냈다고 전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트럼프가 소집한 국가안보회의(NATIONAL SECURITY MEETING)가 끝난 직후입니다.
7. 골드러시는 끝났나
금 가격은 오후 4시 16분께 0.44% 내린 온스당 3402달러를 기록했는데요.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졌지만, 안전자산 역할을 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런데 시티그룹은 향후 몇 분기 동안 금값이 온스당 3000달러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습니다. 구체적으로 2026년 하반기까지 금값이 온스당 2500~2700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봅니다. 시티는 투자 수요 약화, 세계 경제 성장 전망 개선, 그리고 Fed의 금리 인하가 폭락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트럼프 예산안 통과로 올해 4분기부터 미국 경기가 부양되고, 무역 정책은 완화되면서 세계 경제 성장에 대한 신뢰가 다소 개선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 투자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오늘 6월 글로벌 펀드매니저 서베이 결과를 공개했는데요. 6월 6~12일 실시된 조사에는 총 222명의 펀드매니저가 참여했으며, 운용 자산 규모는 5870억 달러에 달합니다.
8. "강세 유지" vs "상승 여력 부족"
시장 상황이 복잡한데요. CNBC에는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와 바이탈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가 나와서 각각 낙관론과 조심해야 한다는 시각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중동 사태를 시장을 짓누를 요인으로 보지 않는다는 건 공통적입니다. 이들의 주장을 전합니다.
▶윌슨 CIO
"유가는 아주, 아주 잘 움직이고 있다.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보다 더 높아지면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이런 분쟁이 어떻게 심화할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 시장은 안심하는 것 같다. 유가는 문제가 될 것이라고 반응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강세를 예상하는 이유는 아니다. S&P500 기업 이익 추정치가 바닥을 치고 늘어나고 있으므로 강세를 예상한다. 관세 유예 마감일이 다가오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감세 법안도 아직 통과되지 않았고 중동 갈등도 있지만, 항상 걱정해야 할 일들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분석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한다. 그것이 바로 기업 이익 추정이다. 재정 정책, 관세 정책, 이민 정책 등 올해 초 성장을 저해했던 모든 요인의 변화가 이익이 증가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5~7% 정도의 조정 국면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기업 이익이 연초에는 매우 부진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근본적 동인이 바뀌면서 그 부분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지금 집중해야 할 부분이 바로 그것이다"
▶크리사펄리 설립자
"시장은 취약해 보인다. 중동 사태 이전에도 이미 많은 위험이 있었고, 주식의 가치 평가도 매우 높다. 뉴욕 증시가 이 모든 불확실성을 감당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관세든, 재정 불확실성이든, 부채 한도든 그렇다. 나는 감세안 통과가 늦어지면서 부채 한도 문제가 앞으로 더 큰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 불확실성이 매우 높고 주식의 높은 밸류에이션은 오류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지정학적 측면에서 이번 사태가 커다란 문제로 확산한다면, 유가가 그 영향을 전달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실제로 공급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나타나지는 않았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