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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 사라졌다" vs "이민자 단속이 법치"…둘로 나뉜 워싱턴
워싱턴서 대대적 열병식...걸프전 후 34년만
전국 2000여곳서 ‘노 킹스’ 시위
전국 2000여곳서 ‘노 킹스’ 시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법을 따르고 있어요. 자신이 왕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더글러스 거카, 82)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는 둘로 쪼개진 세계 같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79번째 생일이자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일인 이날 워싱턴에서는 링컨기념관에서 워싱턴모뉴먼트 에 이르는 ‘내셔널 몰’ 일대에서 탱크와 헬리콥터 등을 동원한 대규모 열병식이 열렸다. 워싱턴에서 대대적인 군사 퍼레이드가 진행된 것은 걸프전 때인 1991년 이후 34년 만이다.
같은 시각 백악관 북쪽 라파예트 스퀘어 일대에서는 수백여명이 참가한 반(反) 트럼프 시위가 진행됐다. 이곳 뿐만이 아니었다. 미국 전역의 주요 도심 교차로, 광장, 대형마트 등 곳곳에서 ‘왕은 없다(No Kings)’고 적힌 피켓이 등장했다.
○숙원 푼 트럼프
열병식이 열리는 내셔널 몰 일대는 평화로운 축제 분위기였다. 미 육군은 남북전쟁 시대의 기병대, 2차 세계대전 때 썼던 셔먼 탱크, 최신 에이브럼스 탱크와 팔라딘 자주포 등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의 군복과 무기를 갖추고 순서대로 행진했다. 한국전쟁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행사장소 한켠에선 시민들이 직접 전차를 만져보고 무기류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예고됐으나 행사가 끝날 때까지는 하늘이 맑았던 덕분에 시민들은 늦은 밤 불꽃놀이까지 모두 즐길 수 있었다.
미시건주에서 8시간 운전해 워싱턴까지 왔다는 서맨사(36) 씨는 트럼프 대통령의 적극적인 지지자라면서도 “남편이 주한미군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육군의 250주년 행사를 보러 올 이유가 된다”고 했다. 베트남전에 참전해 이날 VIP로 초청받은 거카 씨는 “어차피 모든 날은 누군가의 생일”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왕처럼 행동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국가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라고 옹호했다.
○시위대 “법치가 사라졌다”
그러나 열병식 장소 바깥의 분위기는 딴판이었다. 워싱턴DC와 버지니아주 일대에서 마주친 여러 시위대는 미국 헌법 서문의 첫머리에 나오는 “우리는 국민이다(We the people)”, “우리가 헌법이다” 등의 구호로 뒤덮여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초 헌법적인 권한을 행사하면서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직접 ‘노 킹스’라고 적어넣은 티셔츠를 입고 워싱턴DC에 나온 커플 애나 씨와 필릭스 씨는 “자신의 생일에 4500만달러나 되는 돈을 열병식에 쓴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미네소타주에선 정치적 갈등으로 인해 정치인들이 총격을 당하는 일이 벌어져 집회가 취소됐다. 이날 새벽 미네소타 주의회 소속 민주당 하원의원 멜리사 홀트만과 배우자는 자택에서 괴한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용의자는 같은 주의회의 존 호프먼 상원의원도 저격했으나 부상에 그쳤다. 해당 용의자는 낙태를 반대하는 복음주의 기독교도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