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왕은 없다" 분노…실리콘밸리 뒤덮은 反트럼프 행렬 [현장+]
1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를 관통하는 길인 ‘엘카미노레알’에서 만난 쇼반 브레난(28) 씨는 “미국은 이민자 국가인데 정부가 나서 이민자들을 내쫓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엘카미노레알에는 서쪽 팰로알토시부터 서니베일시에 이르는 7마일(약 11㎞)의 구간에 1만5000명(주최측 추산)의 사람이 기다란 ‘인간 사슬’을 만들었다. 시위는 ‘왕은 없다(No Kings)’는 이름으로 기획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규탄하는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의 일환이었다.
이날 시위는 미국 전역 2000여개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으로 꼽히는 캘리포니아주는 물론 뉴욕, 시카고, 휴스턴, 필라델피아, 애틀란타 등 주요 도시 곳곳에서 열렸다. ‘50501 운동(50개 주, 50개 시위, 하나의 목소리)’이라는 이름 아래 진행된 이번 시위는 트럼프 대통령의 79번째 생일이자 미국 육군 창설 25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가 열리는 날에 맞춰 진행됐다.
집회 현장은 최근 LA 집회 때와 달리 평화적이었다. 도로를 지나는 차량들은 하나같이 시위를 지지한다는 의미로 경적을 울렸고, 시위대는 환호를 지르며 화답했다. 시위 현장 인근의 마트를 찾았다가 장을 보기 전 시위에 합류하는 가족들도 눈에 띄었다. 현장에서 만난 데이브 워커 씨는 “나도 젊었을 때 영국에서 이민 온 이민자 출신”이라며 “우리 경제의 건실한 노동계급인 이민자들을 마구잡이로 쫓아내는 현실에 개탄해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부인 딜로 워커 씨는 “민주주의를 빼앗겼다”며 “캘리포니아는 트럼프의 땅이 아니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