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서화가 회화가 될 때…20세기 문턱에서 태어난 미술가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한국근현대미술 Ⅰ’
5년 만에 열린 상설전…6월엔 2부 전시도
5년 만에 열린 상설전…6월엔 2부 전시도
경기 과천시 막계동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근현대미술 Ⅰ’은 21세기 들어 국제 미술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회화가 발아한 순간을 눈에 담는 전시다. 과천관이 5년 만에 선보이는 상설전이란 점에서 미술 애호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총 9부로 이뤄진 전시에서 채용신, 임군홍, 오지호, 이응노, 이중섭, 장욱진, 김기창, 박래현 등 한국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화가 70명의 작품 145점을 한데 모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근대미술 구한말 개화기와 대한제국으로 이어지는 근대적 지식체계를 받아들이는 시기와 궤를 같이한다. 전통 서화와 화공의 개념을 대체하는 회화와 미술가라는 개념이 등장한 때다. 전시 1~3부가 이에 해당한다. 1부 ‘새로운 시선의 등장’은 조선 후기 영선사, 관비 유학 등의 제도로 유입된 현미경, 망원경, 카메라 같은 신문물을 통해 사실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관찰하며 탄생한 작품들이 소개돼 있다. 채용신의 ‘허유, 유인명 초상’(1924~1925), 김은호의 ‘순종황제 인물상’(1923) 등 실제 사진을 토대로 그려진 작품들은 조선 중기 인물화와 달리 세밀하고 사실적인 얼굴을 표현했다.
8부 ‘폐허 위에서: 가족을 그리며’에선 식민 지배와 전쟁, 분단 등의 역사적 아픔 속에서 치유의 원동력으로 ‘가족’을 제시했던 거장들의 작품들로 채워졌다. 수유 중인 어머니와 아기를 표현한 변영원의 ‘모자’(1945), 어린 손주를 등 뒤에서 감싸 안은 박수근의 ‘할아버지와 손자’(1960)는 든든하고 따뜻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가족 하면 떠오르는 거장인 장욱진의 그림에선 따뜻하고 편안한 회귀의 공간인 집에 대해 사유해볼 기회다.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와 짝을 이루는 전시다. 서울관이 1960~2010년대 동시대 미술을 움직여온 작가들의 작품을 모은 만큼, 과천관을 먼저 들르는 게 좋다. 다음달 26일에는 ‘한국근현대미술 Ⅱ’가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