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정착은 지옥"…힘들게 유치한 외국인 AI인재, 몇달 만에 짐싼다
각국 인재유치 치열한데…韓 'AI인재 유출 허브' 오명
◇ 유치 성과만 좇는 정부
산업계에선 인재 영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부처 간 손발이 안 맞는다’는 점을 꼽고 있다. AI 등 첨단 분야를 관장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 패스파인더 프로젝트’ ‘글로벌 AI 챔피언 대회’ 등 해외 인재 유치 및 양성 관련 사업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성과 올리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자 발급은 법무부, 취업과 노동환경은 고용노동부 소관이어서 과기정통부의 정책만으로는 실질적인 전주기 정착 지원이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부처 간 협업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인재 관리가 안 되다 보니 이들의 탈한국 현상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법무부의 ‘등록외국인 지역별·체류자격별 현황’에 따르면 첨단 전문인력(E-7-S2) 비자를 발급받은 외국인은 올 3월 기준으로 23명뿐이다. 작년 같은 달 58명에서 1년 만에 절반 이상이 한국을 떠난 것이다. E-7-S2는 첨단 분야 석·박사급 외국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2023년 도입한 비자다.
◇ 공공·금융시스템 모두 내국인 중심
정주 인프라 부족과 언어 장벽도 해외 인재의 이탈을 부추기는 결정적 요인이다. 서울의 한 글로벌 AI 스타트업에서 일하다가 최근 일본으로 이직한 영국 국적 개발자 S씨는 “출퇴근길에는 영어로 된 표지판조차 찾기 어렵고, 집을 구하거나 은행 업무를 보는 데도 늘 통역 앱에 의존해야 했다”며 “회사 안에서는 기술적인 회의 외엔 대부분 한국어로 소통해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네트워크 형성이 어려웠다”고 토로했다.대부분의 공공 시스템과 금융 서비스가 내국인을 기준으로 설계돼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AI업계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은 “전세 대출이나 신용카드 발급조차 국적을 기준으로 제한돼 마치 ‘거주하는 방문객’처럼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해외 주요국은 AI 인재 유치와 정착을 동시에 지원하는 전략으로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AI 핵심 인재에게 H-1B 비자 우선 발급과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전공자 체류 연장 등 다양한 유인책을 제공하고 있고, 중국과 싱가포르도 이민 혜택과 조기 교육 시스템을 결합해 장기 체류 여건을 개선하고 있다. 정책과 생활환경, 사회적 수용성이 맞물려 외국 인재가 ‘머무를 수 있는 나라’를 만들고 있다는 평가다.
안정훈/최영총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