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살렸다"…중국 관세 인하보다 트럼프 항복에 안심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1. 예상보다 큰 대중 관세 인하
스위스에서의 주말 회담은 '건설적'으로 끝났습니다. 양국은 미 동부시간으로 12일 오전 3시 각각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합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관세를 145%에서 30%(10% 기본관세+20% 펜타닐 관세)로 낮추고, 중국은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25%에서 10%로 낮추는 겁니다. 이런 관세율은 5월 14일 수요일부터 90일간 적용됩니다.
▶양국은 협상 메커니즘을 마련했습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향후 몇 주 안에" 협상이 재개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ING는 "많은 시장 참여자는 관세율이 50~60%로 하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랬다면 중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했을 것이다. 대중 관세 30%는 무역을 어느 정도 정상화될 수 있도록 하는 충분한 인하라고 생각한다. 이 수준에서는 수출/수입업체, 소비자가 관세 영향을 흡수할 수 있고 전반적인 비즈니스는 재개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웰스파고는 "90일간의 휴전은 비록 잠정적 조치이기는 하지만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긴장이 고조되었던 상황을 고려하면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긴장 완화가 현재로서는 영구적인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변화로 인해 트럼프 행정부 하의 미·중 관계는 긍정적 시나리오로 전환되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에 오전 9시 30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2.3~3.7%의 폭등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2. 경기 침체 위험 줄었다
월가는 145%에 달하는 관세가 철회되면서 미국의 경기 침체 위험이 감소했다고 평가합니다. 특히 90일 동안 협상이 이뤄진다면 더욱더 그렇겠지요.
'비관론자' 중 한 명인 무디스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이코노미스트도 "경제는 어려운 한 해를 보내겠지만, 경기 침체는 피할 수 있을 것"이라며 12개월 침체 가능성을 기존 60%에서 45%로 낮췄습니다.
UBS는 "중국 관세 인하는 올해 미국의 GDP 성장률을 약 0.4%포인트 높인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에 시장은 상승 폭을 더 벌렸습니다.
드비어그룹 나이젤 그린 CEO는 "이러한 관세 감면은 비록 일시적일지라도 투자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다. 이는 기업들이 경제 전망을 재조정하도록 하고, 시장이 단순한 희망 이상의 무언가에 기대어 상승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도이치뱅크는 시장이 경기 침체를 가격에 계속해서 책정해왔다면, 2023~24년 연착륙이 실현되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위험 자산은 추가로 회복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경기 침체 여부에 있어 중요한 것은 경제가 앞으로 계속 냉각할지 여부입니다. 아직도 해결된 무역 협상은 (큰 의미 없는) 영국과의 합의뿐이고, 관세율은 여전히 높기 때문입니다. 사실 중국산 반도체, 의약품, 철강 및 알루미늄 등 품목 관세 대상은 인하 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또 트럼프 1기 때 부과한 301조 관세, 232조 관세 등이 유지되기 때문에 많은 핵심 품목은 55% 관세가 매겨집니다. 800달러 미만 소형 화물에 대한 관세도 유지되고요. 중국운 희토류 수출 제한을 해제하지 않았습니다. 또 펜타닐 관세에 대응해 부과했던 미국 농산물 등에 대한 10~15% 관세도 그대로 유지합니다.
LA항만청의 진 세로카 청장은 중국 관세율이 90일 동안 145%에서 30%로 낮아졌지만, 수입이 급증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류신발협회는 이번 인하로 무역 금수 조치는 실질적으로 해제될 수 있지만, 기존 관세에 더해지는 30% 관세는 여전히 가격 인상을 의미한다고 밝혔습니다.
3. "시장이 좋아한 건 트럼프의 굴복"
하지만 오늘 투자자들은 자신감을 느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더는 관세를 높이지 않으리라는 것이죠. 사실 중국 관세를 낮춰주면서 미국이 실질적으로 얻은 것은 거의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중국이 개방에 동의하는 것"이라면서 "중국이 개방되기 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블룸버그의 애나 웡 이코노미스트는 "왜 90일 동안 중국 관세를 내릴까. 그것은 '크리스마스 쇼핑철'을 구하기 위해서다. 이번 ‘일시 휴전’ 기간은 연말 쇼핑 시즌의 물류 정점 기간을 커버한다. 이로 인해 5월, 6월의 고용(NFP) 대참사는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워싱턴포스트의 헤더 롱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경기 침체를 원하지 않고 무역 전쟁으로 인해 매장이 텅 비어버릴까 봐 두려워하는 것 같다"라고 밝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최근 관세 관련 뉴스 흐름은 긴장 완화가 지속할 가능성이 큼을 시사한다. 트럼프 풋옵션은 잘 살아있고 건재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경기 침체를 피하려는 인센티브를 갖고 있으며, 더 많은 무역 협정이 체결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기자회견에서 향후 90일 동안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대중 관세가 145%로 돌아갈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 하지만 관세는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주말에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과 통화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마크 윌리엄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회담에서 실질적 제안을 할 의향이 있는지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울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그렇게 해야 한다는 엄청난 압력을 느낄 것 같지는 않다. 중국은 트럼프의 허세를 성공적으로 이용했다"라고 말했습니다. ING의 잉가 페흐너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소식은 중국에 승리로 받아들여질 것이며, 이로 인해 휴전이 결렬될 위험이 커진다”라고 예상했습니다.
4. 기관투자자 추격 매수
주가는 급등세를 끝까지 이어갔습니다. 장 막판 매수세가 쏟아지면서 일중 최고 수준에서 거래를 마쳤습니다. S&P500 지수는 3.26%를 넘어 5844.19까지 치솟았고요. 나스닥은 4.35%, 다우는 2.81% 폭등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이 올가을 아이폰 라인업의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요. 보도가 나온 뒤 트럼프 대통령은 팀 쿡 CEO와 통화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에 공급과 제조를 크게 의존하는 마벨테크놀로지(8.13%), 마이크론(7.49%), AMD(5.13%), ARM 홀딩스(7.78%) 등 반도체 주식도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델(7.83%), HP(6.80%), 베스트바이(6.57%) 상승했습니다.
나이키(7.34%), 스타벅스(6.69%) 등 중국에 많이 노출된 소비재 회사도 대폭 뛰었습니다. 글로벌 운송주인 UPS(5.55%), 페덱스(6.94%)도 마찬가지고요.
역시 모멘텀을 타고 폭등해온 넷플릭스(-2.65), 마이크로스트레티지(-2.68%) 등도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팰런티어도 장중 하락세를 보이다가 0.99% 상승 마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약값 인하 계획을 발표한 뒤 제약주가 급락세를 보이기도 했는데요. 약값을 다른 국가 수준으로 낮추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는 자리에서 "중간상을 없애겠다"라고 공언하면서 제약주는 반등하고, 대신 유나이티드헬스(-0.50%), 시그나(-5.31%), CVS헬스(-3.24%) 등이 하락세를 나타냈습니다.
5. S&P 6000 넘을까?
S&P500 지수는 기술적 장벽들을 줄줄이 무너뜨렸습니다. 지난 3월 반등 고점(5786), 200일 이동평균선(5750), 피보나치 수열의 하락 폭 61.8% 회복지점(5640) 등입니다. 나스닥100 지수는 최근 저점에서 20% 이상 폭등하면서 기술적으로 상승장에 재진입했습니다. 시장은 더 오를 수 있을까요?
UBS는 그러나 "우리의 연말 S&P500 목표 지수는 여전히 5800이다. 시장 진입의 타이밍 위험을 관리하는 게 중장기적인 상승세를 위한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UBS글로벌자산운용의 울리케 호프만-부르차르디 글로벌 CIO는 "투자자들은 이제 일시적 해결책이 지속적 합의로 이어질 수 있는 신호에 주목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실 단기 급등으로 인해 기술적으로는 과매수 영역으로 들어갔습니다. 스트레티가스의 크리스 베론 기술적 전략가는 "지난 6주 동안 이어진 랠리로 인해 과매도가 발생했다. 오늘 S&P500 지수 종목의 60% 이상이 상승했는데, 이처럼 시장 내부 지표들이 개선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탄탄한 상승세가 이어질지에 대해선 의문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6. 불안한 금리 폭등…10년물 4.5% 육박
증시만 긍정적으로 반응한 게 아닙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52% 상승한 배럴당 61.95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3거래일 연속 상승세입니다. 그동안 힘을 잃어온 달러화도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ICE 달러인덱스는 1.46%나 급등해서 101.80을 기록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