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29% 때리고 "협상용 아냐"…주가 선물 폭락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1. 가능성 커진 보편관세
트럼프 대통령은 새벽부터 소셜미디어에 "미국 해방의 날"이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아침까지도 월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 폭스뉴스 등 언론들은 여전히 관세 규모·범위 등이 최종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어제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관세가 즉각 발효될 것"이라고 했는데요. 이에 대해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애나 웡 이코노미스트는 "관세가 즉시 발효된다면, 가장 논리적 선택은 보편관세 10% 혹은 20%일 것이다. 이보다 더 복잡한 관세율은 즉시 적용하기 어렵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윙 이코노미스트는 "이는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이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등 온건파가 제시한 각국별 상호관세보다 피터 나바로 무역고문,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 강경파가 밀어온 단순한 보편관세에 손을 들어든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밤새 1일 치러진 플로리다 2개 지역에서의 연방 하원의원 보궐선거 결과와 위스콘신주 대법관 선거 결과가 나왔는데요. 위스콘신에서는 민주당이 지원한 진보적 후보가 당선됐지만, 연방 하원의원 2석은 공화당이 지켰습니다. 표 차이는 작년 말 선거 때보다 줄었지만요. 그래서 하원에서 공화당 의석수는 220석(민주당 213석)으로 벌어졌습니다. 이런 선거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무런 브레이크가 되지 않습니다.
아침 9시 30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6~1.5%에 이르는 큰 폭의 하락세로 출발했습니다.
2. 33만대 판매에 그친 테슬라
테슬라가 아침에 발표한 1분기 인도량은 엉망이었습니다. 33만6681대를 인도했다고 밝혔는데요. 이는 작년 1분기(38만7000대)보다 13% 감소한 것이고, 이미 크게 낮아진 월가 예상 38만 대 수준에도 크게 미달했습니다. 월가는 올해 초에는 46만 대까지 전망하기도 했었죠.
테슬라 주가는 장 초반 6%까지 급락세를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전체적인 시장 분위기를 흐렸습니다.
3. 머스크 물러난다…주가 반등
개장 이후 주요 지수는 반등을 시도했습니다. 오전 11시께는 보합권까지 회복됐습니다. 기본적으로 상호관세 발표 내용을 아무도 모르니까요. 일각에서는 관세 발표를 앞두고 공매도 포지션 일부를 정리하는 움직임도 감지됐다고 전했습니다.
백악관은 이를 부인했습니다.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 특종은 쓰레기다. 머스크와 대통령은 모두 일론이 DOGE에서의 놀라운 업적이 완료되면 공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래도 테슬라 주가는 계속해서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상승 폭은 한때 6%에 육박하기도 했습니다.
4월 5일 매각 기한을 앞둔 틱톡 인수전에 아마존이 뛰어들었다는 기사가 나오면서 아마존 주가도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미 의회는 작년 틱톡 미국 사업을 미국 기업에 매각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트럼프 대통령은 매각 시한을 5일까지 늦춰줬는데요. 그동안 오라클, 퍼플렉시티, 블랙스톤 등이 뛰어든 상황에서 아마존, 앱러빈 등이 경쟁에 참여했다는 겁니다.
4. 하드 데이터는 버틴다
오늘 발표된 경제 데이터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고용정보업체 ADP가 발표한 3월 민간 고용은 전월 대비 15만5000명 증가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2월 수치(8만4000명)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고요. 2월 수치도 애초 발표된 7만7000명에서 상향 조정됐습니다. 월가는 약 12만 명을 예상했었습니다. ADP의 넬라 리처드슨 이코노미스트는 "정책 불확실성과 비관적인 소비심리에도 불구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모든 고용주와 미국 경제에 좋은 수치였다"라고 평가했습니다.
3월 미국의 자동차 판매는 전월 대비 11.0% 증가한 연율 1780만 대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예상 1620만 대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입니다. 조정되지 않은 판매량은 159만 대로 1년 전보다 10.7% 많았습니다. 미국에서 차량 판매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많았을 때는 금리가 매우 낮았던 2021년 초입니다. 지난주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뒤 수요가 급증한 때문입니다. TD이코노믹스는 "3월 판매가 향후 분기 동안 매출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 오늘 예정된 상호 관세 발표는 자동차 산업에 추가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들 데이터는 모두 실물경제 활동에 기반한 하드 데이터입니다. 구매관리자지수(PMI)나 소비자신뢰지수 같은 설문조사 기반의 소프트 데이터는 최근 크게 악화했지만, 아직 하드 데이터는 나쁘지 않은 것입니다.
결국 뉴욕 증시는 꽤 큰 폭의 상승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상호 관세 발표를 앞두고 사흘 연속 오른 것입니다. S&P500 지수는 0.67%, 나스닥은 0.87% 올랐고요. 다우는 0.56% 상승했습니다.
5. 트럼프의 등장…충격적 관세
오후 4시 시장 마감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했습니다. 그는 "우리를 나쁘게 대하는 국가에 대해 모든 관세와 비관세 장벽, 기타 형태의 사기 행위를 합산한 관세율을 계산해 현재 미국에 부과하고 있는 수준의 약 절반을 때릴 것"이라며 표를 제시했습니다.
백악관은 ▷모든 수입품에 대해 보편관세 10%를 부과할 것이며 이는 4월 5일부터 발효된다 ▷더 높은 상호관세는 4월 9일부터 적용된다 ▷더 높은 관세율은 약 60개국에 적용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주요 무역국에 대한 관세는 기본적으로 모두 20%를 넘었습니다. 중국의 경우 기존에 때린 20%에 34%가 추가됩니다. 트럼프 1기 때 높아진 13%를 감안하면 모두 67%가 되는 겁니다. 캐나다, 멕시코는 나쁜 60개국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펜타닐, 국경 보호에 따른 25% 기존 관세가 유지됩니다.
이런 공격적 관세 발표에 주가지수 선물은 급락세를 보였습니다. 오후 6시께 S&P500 선물은 3.5%, 나스닥 선물은 4.1% 내렸습니다. 채권 시장에서는 금리가 큰 폭 하락세로 전환했습니다. 달러는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ICE 달러 인덱스는 0.5% 내린 103.69을 기록했습니다.
6. JP모건 "경기 침체 위험"
에버코어ISI는 "오늘 발표를 계산하면 그동안 기존 관세를 더해 미국의 가중 평균 관세율이 29%까지 높아진다"라고 추정했습니다. 그러면서 "낮은 관세를 받기 위해서는 단순히 관세를 낮추거나 철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비관세 장벽이 주요 문제로 남아 있을 것이다. 면제가 없다는 것은 미국 내 투자 필수라는 얘기"라고 밝혔습니다.
판테온이코노믹스의 새무얼 톰스 이코노미스트는 "상호관세 계획은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 20%포인트 높인다. 이는 근원 PCE 물가를 2%포인트 올리는데, 기업들이 마진을 줄이고 소비자가 소비 행태를 바꾼다해도 1.25%포인트 상승을 의미한다"라면서 "4월 9일 발효될 관세의 철폐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경기 침체보다는 경기 둔화가 앞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KPMG의 다이언 스웽크 이코노미스트는 "관세가 발표되면 1900년대 초반 이래 가장 높은 실효세율이 적용될 것이다. 이는 소비자에게 큰 역진세다.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인플레이션도 높아질 것이다. 미 중앙은행(Fed)에게는 최악의 조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베센트 재무장관은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이미 여러 나라가 미국에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을 할지 결정할 것이다. 그가 잠시 일이 안정되기를 바라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많은 전화가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런데 협상이 있을지 나는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습니다.
블룸버그는 "발표된 관세는 예상보다 훨씬 더 공격적 수준이다. 큰 의문 중 하나는 이것이 협상을 위한 것이고 향후 관세율이 내려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트럼프가 정말 거래에 관심이 있는지 불분명하다. 그는 외국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세우라고 계속 강조한다. 또 관세의 세수 증가 역할을 강조한다. 그 어느 것도 자유무역에 열광한다는 것을 암시하지 않는다"라고 분석했습니다.
CNBC는 "백악관 관계자가 '이번 관세는 협상용이 아니다. 이것은 (무역적자와 관련된) 국가 비상사태에 관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으로서는 협상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이번 관세 발표는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서 발표됐습니다.
7. 시장 변동성 커진다
내일 시장은 큰 폭의 하락세로 출발할 것입니다.
골드만삭스 트레이딩데스크는 "예상보다 나쁘다. 모든 요소를 종합해 보면, 미국의 실질 관세율이 20%에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리가 가정한 15%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는 GDP 성장률을 낮추고, 인플레이션을 높이며, 미 증시에 지속적인 압력을 가할 것이다. 불확실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현재 정보로 볼 때, 내일 미국 증시는 매우 어려운 하루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데스크에서는 헤지펀드 고객들의 기술주에 대한 대량 매도 및 거시 상품에 대한 공격적 공매도를 목격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CFRA리서치의 샘 스토발 전략가는 "시장은 관세가 그렇게 가혹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시장이 우려하는 건 관세가 그냥 변동성을 높일뿐 아니라 더 높은 인플레이션과 더 낮은 기업의 이익(EPS)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이번 발표가 아마도 시장을 더 떨어뜨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일 하락할 것이고 확실히 이번 조정의 최대 하락폭인 10.1% 한계를 다시 테스트할 것이며, 아마도 조금 더 깊은 조정으로 몰고 갈 것이다. 투자자들은 명확성을 바랐지만 이 발표는 불명확성을 더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뉴욕생명자산운용의 윤제성 CIO는 월가에 나돌고 있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습니다.
① 시장은 5500 근처에서 바닥을 찾을 수 있다
② 추가 하락하지만 5000~5200에서 다음 저항선이 있을 것이다
③ 경기 침체에 대한 두려움이 지배할 경우 4800까지 후퇴할 수 있다
윤 CIO는 "하반기에는 관세 부과, 세금 감면 등으로 인해 기업 자본지출이 증가하면서 증시에 랠리가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금융, 산업 주식 등 저렴하고 건전한 주식을 매수하는 움직임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경기 침체가 온다고 생각하기 전까지는 저항선이 올 때마다 주식을 사려고 한다. 관세로 인한 두려움이 어제 끝날지 모르겠지만 하반기에는 감세, 규제완화 등 거시적 순풍으로 인해 주가가 긍정적일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습니다. 윤 CIO는 "이런 접근법이 잘못될 수 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예상되는 기업 이익 증가를 반영해 너무 완벽한 주가가 매겨져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